표류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 7조 프로젝트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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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용산구 한남3주택재개발(한남3구역)이 지연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 랜드마크 브랜드아파트가 될 자리를 놓고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폭주하면서 온갖 불법적인 계약과 설계변경 논란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와 지자체는 결국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유례없는 강력한 제재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입찰 3사 각기 다른 표정?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26일 한남3구역 합동점검 결과 3개 건설사를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조합과 용산구청에 입찰 무효 사유에 해당하므로 시정명령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재평 국토부 주택정비과장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는 20여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행정당국이 정비사업 시공사를 수사 의뢰하고 ‘입찰 무효’라고 유권해석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정부가 가장 문제라고 판단한 부분은 ‘금전 이익 제공’과 관련한 것이다.

건설사들은 입찰 전 조합에 정부가 제한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이상의 이주비를 무이자로 빌려준다는 제안과 1조원 이상의 사업비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주비 최대 5억원, 3.3㎡당 7200만원의 분양가, 임대주택 민간매각 등의 공약도 내세웠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런 제안이 간접적인 재산상 이익 제공이라고 판단했다. 서울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관련 조치도 요청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2017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 건설사가 조합에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후 건설사들은 직접적인 금품 제공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불법적인 경쟁행위는 지속되는 실정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시공사가 관행적으로 과열경쟁에 나서 공정경쟁을 해치는 만큼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건설사들은 당혹스러운 모습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는 만큼 섣부른 판단을 자제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돼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조합 결정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고 재입찰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입찰 무효 결정은 조합이 내릴 수 있지만 당국의 시정명령을 거부할 경우 조합에 대한 수사나 정부 직권으로 시공사 입찰을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건설사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없고 입찰제한이 결정될 경우 대응방안을 세우기가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주 경쟁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GS건설은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GS건설은 한강이 보이는 투명유리 실내 풀, 아파트단지 안 남산 전망대 등의 혁신설계를 제시하며 이례적으로 입찰 전 조합과 외부에 설계안을 공개했다. GS건설 고위관계자는 “정부 조치 내용이 특정 회사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고 국가와 기업에 각자의 역할이 있는 만큼 대립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래픽=머니S

◆입찰제한 향방 어떻게 되나

한남3구역은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건설하는 공사비 2조원, 사업비 7조원의 대형 재개발사업이다. 고가아파트 조건인 한강변에 위치해 서울의 랜드마크 브랜드아파트가 될 전망이다. 사업비 대비 순이익은 10% 안팎으로 예상되지만 강북 부촌 아파트라는 브랜드 마케팅 효과가 있고 앞으로 한남2·4·5구역 수주에서 유리한 조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규제 강화로 재개발의 수익성이 떨어짐에도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을 감수하는 이유다.

이번 조치로 한남3구역 재개발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은 지난 28일 정기총회를 열었으나 당국이 지적한 불법 요소를 제외하고 시공사 선정을 강행하자는 조합원과 입찰을 무효화하자는 조합원이 대립해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입찰 무효를 받아들이고 재입찰을 진행 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고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 경우 조합 수사나 법적 분쟁의 위험이 높다.

조합은 3개 건설사로부터 입찰보증금을 1500억원씩 총 4500억원 받았다.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몰수할 수 있지만 금액이 큰 만큼 조합과 건설사 간에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수사 결과 불법적인 요소가 확인될 경우 국토부는 3개사에 대한 2년 입찰제한도 조치할 방침이다. 금품·향응 등으로 제공한 재산상 이익이 3000만원 이상이면 2년간 정비사업 입찰제한이 가능하다.

조합 내부의 내홍으로 사업은 3~4개월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조합은 당초 예정된 다음달 15일 시공사를 선정하거나 재입찰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일문일답]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

Q.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은 재입찰이 완전히 안 되는 것인가.
= 용산구청이 조합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조합이 이를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입찰제한은 법적인 수사 결과가 나와서 불법이 밝혀지면 하겠다는 의미다.

Q. 조합이 시정명령을 안 받아들이면 인허가 등 불이익 조치는 없나.
=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조합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겠다. 이번 타깃은 조합이 아니라 시공사다. 조합이 현명한 판단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조합이 위법사항을 스스로 발견해 입찰을 무효로 하는 게 맞다고 본다.

Q. 공정거래위원회에 어떤 부분을 제소하는 것인지.
= 현재까지 공정위 입장은 담합만 조사한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좀 더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불공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조치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Q. 이주비 무상지원은 지금까지 서울 주요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나왔던 부분이다. 한남3구역만 처벌하면 이전 단지와 형평성 문제가 없나.
= 과거에 조치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부족한 행정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라도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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