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의 원유' 데이터 산업, 걸림돌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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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장. /사진=뉴스1

빅데이터 기반 사회로 가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고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면 데이터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데이터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라고 한다.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놓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과 미래먹거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일찌감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서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일 정보통신망법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토신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이제서야 데이터 3법 모두 소관 상임위를 통과했다. 법제화까지 앞으로 법제사법심사위원회 의결과 본회의 표결만 남겨두게 된다. 

데이터3법은 개인정보를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게 핵심이다. 가명으로 처리한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도 통계, 연구 등 상업적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 인공지능(AI)사업 발전에 핵심적인 법안으로 꼽힌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개인정보·가명정보·익명정보에 대한 정의 ▲전문기관의 승인 하의 결합 정보 활용 허용 ▲개인정보 관련 감독 기관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일체화 ▲금융분야 빅데이터 분석·이용의 법적 근거 명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데이터 개방으로 발생할 파급효과를 들며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개인정보가 침해된다는 반대 주장도 있어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해외는 ‘이미’ 데이터 활용

데이터3법의 핵심은 가명정보를 이용해 데이터 잘 활용하자는 데 있다. 가명정보는 그 자체로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와 개인 식별 정보를 완전히 제거한 ‘익명정보’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데이터를 말한다.

가명정보는 이름이나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린 데이터다. 이를테면 김철수(남자), 주민등록번호 901111-1234567, 신용점수 882점이라는 데이터가 있으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하고 신용점수 데이터를 활용하는 식이다.

데이터3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전문기관의 승인을 거쳐 제 3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결합하고 승인을 거쳐 반출하는 것도 허용된다.

해외 선진국은 이미 개인정보보호의 틀을 마련하고 데이터를 적절하게 가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마쳤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월부터 개정지급결제산업지침(PSD2)을 도입해 은행권 데이터 개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어 같은해 5월 개인정보보호법(GDPR)2를 전면 시행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 체계 정비를 이끌었다.

일본 역시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일찍이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독립적인 개인정보 관리감독기구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해당 법률 개정을 바탕으로 2019년 1월 유럽연합 개인정보보호법 규정에 따른 적정성 평가를 마무리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고 데이터를 축적해 활용하는 중국은 핀테크 시장에서 크게 앞서가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가 대표적인 데이터 활용 기업이다. 반면 우리나라 현행법은 데이터를 활용하기엔 걸림돌이 많아 관련 산업 성장이 정체돼 있다.

◆‘개인정보 침해’ vs ‘경쟁력 뒤쳐져’

데이터3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정보보호’와 ‘동의없는 정보사용’을 문제로 꼽는다. 이미 개인정보 유출사고나 보이스피싱 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주체 동의 없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지난 11월25일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신정법 개정안 통과를 유일하게 반대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시민단체 반발도 크다. 앞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 “80% 넘는 국민들이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공론화 없이 개인정보보호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 역시 “기업이 필요를 위해 개인의 정보인권을 포기하라 말하는 것”이라며 “정보주체 동의 없이 정보를 서로 결합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정보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금융 소비자의 개인정보보호는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IT, 금융 등 관련 업계는 '데이터 3법'의 빠른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인 우리나라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호소한다.

벤처기업협회, 이노비즈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17개 벤처 관련 협단체로 구성된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데이터 개방과 활용으로 창업하기 쉬운 여건이 마련되면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가 창출돼 국가 산업경쟁력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며 “데이터 3법이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국회에 묶여 있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업계 역시 안타까움을 내비치고 있다. 데이터가 방대한 금융업계에서 정보 활용이 원활해지면 소비, 투자, 위험 성향 등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금융단체들은 주요 선진국들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으로 데이터 산업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는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지적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가명 정보를 사용할 때 동의를 먼저 받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빅데이터 기반 사회로 가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고 고객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려면 데이터 기반의 상품과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1호(2019년 12월3~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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