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몸살 앓는 경주 황리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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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 차도를 아무렇게나 건너는 관광객들. /사진=김창성 기자
치솟는 임대료에 상인 울상… 관광객 이기심에 주민도 분통


경주 황리단길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 곳곳에 ‘O리단길’이라는 상권이 각광 받으며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다 차츰 시들해졌지만 황리단길은 국내 대표 관광지인 경주 유적지 한복판에 위치해 최근에도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황리단길이 좁은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데다 변변한 인도조차 없어 통행 차량과 관광객들이 위험천만하게 뒤엉켜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곳곳에 쓰레기 무단투기와 소음으로 주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한다.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자 임대료도 치솟아 상인들도 울상이다. 황리단길의 현재는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모습이다. 

◆끊임없는 발길에 치솟은 임대료

황리단길은 경주시 황남동 내남네거리부터 황남초등학교네거리까지 이어진 약 700여m의 좁은 2차선 도로다. 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골목 곳곳에 젊은층의 취향을 겨냥해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와 메뉴 등을 앞세운 카페·식당·숙박업소 등이 들어서며 최근 몇년 새 상권이 활기를 띠었다. 

대릉원·첨성대·동궁과 월지·국립경주박물관 등 경주 대표 유적지·관광지와도 가까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도 상권 활기에 힘을 보탠다.

과거 황리단길은 주택가에 허름한 막걸리집 등이 모여 있던 평범한 골목이었지만 지자체의 보조금 지원 등이 어우러져 현재는 필수 관광코스로 거듭났다. 또 일반 건물과 개조한 전통 한옥 등이 어우러져 다양한 연령층의 눈길을 끄는 데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 접근성도 수월하다.
황리단길 주택가의 한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는 관광객. /사진=김창성 기자
황리단길은 여러 장점을 두루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화려한 겉보기와 달리 속은 침울하다. 인기 상권으로 거듭나면 항상 마주하는 치솟는 임대료는 황리단길에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황리단길 상권의 월 임대료는 3년 전 만해도 3.3㎡당 3만~5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약 9배가 뛴 25만원선이다.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뜨는 상권은 급격한 임대료 상승이 필수로 동반된다”며 “경주는 365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표 관광지라 치솟은 임대료가 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인들도 힘들다고 토로한다. 식당 주인 B씨는 “곳곳에 자리한 식당과 카페 등이 맛집으로 소문나 관광객들이 오랜 시간 줄을 서 기다리는 수고를 감수할 만큼 매출이 높다”면서도 “다만 높은 매출의 대부분이 임대료로 지출되니 남는 것 없어 늘 제자리걸음”이라고 씁쓸해 했다.

또 다른 상인 C씨는 “황리단길 전체가 북적거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인기 있는 몇몇 가게에만 국한됐다”며 “장사가 안 돼도 상권 전체 유동인구가 항상 많다보니 평균 임대료가 높다”고 한숨지었다.
황리단길 초입의 한 맛집 앞 인도에 사람들이 줄을 서있자 관광객들이 차도로 내려와 통행하는 모습. /사진=김창성 기자
◆쓰레기에 담배까지… 넘치는 이기심

치솟은 임대료에 상인들은 울상 짓고 지역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린다. 황리단길이 주택가에 형성된 거리다 보니 끊임없이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곳곳에 민폐를 끼치고 있어서다.

황리단길은 좁은 2차선 도로가 메인이지만 이 도로와 연결된 수많은 좁은 골목까지 연결된 상권이다. 이 좁은 골목에는 카페·식당 등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인기 상권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중이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지역민들이 거주하는 주택가다. 지역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은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이기심에 짓밟힌 지 오래다. 

골목 곳곳에 자리한 인기 있는 카페·식당 앞은 어김없이 관광객들이 몰려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그곳에는 각종 소음과 쓰레기, 담배 냄새가 동반된다. 한 주택 벽에 그려진 벽화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기도 한다.

주민 D씨는 “아무리 먼 길 온 관광객이지만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냐”며 “자기 집 앞에서 담배 피고 시끄럽게 떠드는 걸 누가 좋아 하겠냐. 상인들은 장사만 할 게 아니라 주민 불편을 해소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리단길의 한 골목 앞에 무단 투기 된 쓰레기 더미. /사진=김창성 기자
또 다른 주민 E씨는 “스쿠터를 대여해서 관광하는 젊은층이 늘었는데 좁은 골목길까지 끌고 들어와 치일 뻔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유동인구가 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주민 불편이 방치되는 일은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불만처럼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관광객들의 이기심과 위험천만한 행동은 곳곳에서 쉽게 목격됐다. 

승용차가 지나가는 데도 무턱대고 도로를 무단횡단 하는 이들과 아예 차선 하나를 차지한 채 단체로 담소를 나누는 이들도 보였다. 또 손에 들고 있던 테이크아웃 커피와 군것질 용기 등을 아무 곳이나 버리는 이들도 있었다.

주민 F씨는 “경주 유적지와 상관도 없는 황리단길 이라는 이름부터 황당하기 그지없다”며 “지자체는 인도도 없는 좁은 차도에 상권 형성만 도울게 아니라 서로가 웃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2호(2019년 12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경주(경북)=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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