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건설기업이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 집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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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 / 사진=이미지투데이
서울의 아파트 밀집지역 / 사진=이미지투데이
아파트 가치를 결정짓는 브랜드
거주자의 삶의 질은 브랜드보다 삶의 방식에 있어

일상 대부분의 제품에 브랜드가 침투하면서 아파트도 브랜드를 선호하는 시대가 됐다. 소비성 제품은 아무리 유명 브랜드라도 결국엔 제로가치가 되지만 선호도가 높은 브랜드 아파트는 가격상승으로 인한 자산증가 효과를 나타내곤 한다. 

한국처럼 주택시장에서 브랜드가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를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본에선 주거 브랜드 ‘미쓰이’를 싱글족과 신혼부부들이 선호하지만 주택을 대량으로 동시에 분양하는 형태가 아니라 소규모 콘도미니엄 형태다. 또한 집을 팔기만 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으로 유지관리, 리모델링, 임대관리를 하면서 고객 만족의 서비스를 추구한다.

서울의 여의도 및 용산, 대구 수성구, 부산 센텀시티 등에는 미국 건물 명칭인 트럼프월드 아파트가 있다. 과거 대우건설에서 당시 세계적 부동산 개발업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공동으로 뉴욕 맨해튼에 초고층 '트럼프월드타워'를 건설한 후 브랜드 사용료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트럼프'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대원 칸타빌'이 프리미엄 아파트 브랜드로 통한다. 대원의 전응식 대표는 2006년부터 베트남에 살다시피 하면서 각고의 노력 끝에 대원 칸타빌을 현지 최고급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브랜드 아파트는 분양에도 유리

한국에서는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 타고 다니는 자동차 브랜드를 신분으로 착각 하듯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에 따라 자신의 품격이 달라지는 듯한 착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에 따라 아파트를 분양할 때나 재건축, 리모델링, 재개발 시공사를 선정할 때 브랜드 영향력이 상당히 크게 나타난다.

한강변에 늘어선 아파트 /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강변에 늘어선 아파트 / 사진=이미지투데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391개 단지 아파트 분양에서 56.5%인 221개 단지가 1순위 마감을 했는데 대형건설사 112개 브랜드 단지는 79.5%인 89개 단지가 1순위 마감됐다. 청약경쟁률 면에서도 일반건설사 아파트는 1순위 경쟁률이 평균 8.51대1이었지만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는 그 3배에 달하는 23.59대1이었다.

지방에서는 중소형 지방건설사가 서울에서보다 상대적으로 강세임에도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구 지역 56개 단지 분양에서 10대 대형건설사 17개 단지의 총 청약자수가 39개 비브랜드 단지 총 청약자수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부산에서는 10대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14개 단지의 평균 청약자수가 비브랜드 아파트 39개 단지의 4배나 됐다. 

아파트가 준공된 이후에도 유명 브랜드 아파트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더 높은 시세를 형성하는 경향도 있다. 하남시에 미사강변도시가 조성될 때 같은 주소지에 있는 대형건설사(A사)와 중소형건설사(B사)의 아파트가 비슷한 규모로 2016년 4~5월에 준공됐다. 전용면적(84.9㎡)과 구조는 거의 똑같은데 네이버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올해 12월 첫주 A아파트 시세는 8억9000만원이고 B아파트는 7억7000만원이다. 비슷한 층의 최근 실거래가를 봐도 1억원 이상 차이 난다. 준공된 지 오래된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관찰된다. 시공능력평가 기준 10위권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는 2003년에 56.7%에서 빠르게 상승해 2010년에는 88.6%로 꾸준히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시공능력이 브랜드 평가에 영향


[이건희칼럼] 건설기업이 아파트 브랜드 순위에 집착하는 이유

아파트 브랜드 순위는 조사하는 기관과 조사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형성된다. ‘부동산114’에서는 연말이면 브랜드상기도, 선호도, 보조인지도, 투자가치, 주거만족도, 건설사상기도 등 6개 항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아파트 브랜드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왔다. 2016년까지는 래미안(삼성물산)이 1위를 고수하다가 이후 자이(GS건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캐슬(롯데건설), 푸르지오(대우건설), 힐스테이트(현대건설), 더샵(포스코건설), e편한세상(대림산업) 등이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는 도급순위, 시공능력평가액도 톱10에 든다. ‘린’(Lynn)으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우미건설만이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35위다. 신용평가 등급이 ‘AAA’이며 ‘집을 짓지 않고 마음을 짓는다’는 경영철학으로 2006년에 브랜드 '린'을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약 8만3000여가구를 공급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는 매달 소비자들의 온라인상 활동 빅데이터를 분석해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긍·부정 평가, 미디어 관심도, 소비자의 참여와 소통량, 소셜에서의 대화량을 측정한다. 이를 통해 참여지수, 미디어지수, 소통지수, 커뮤니티지수를 산출해 브랜드평판 순위를 매긴다. 올해 10월에는 1위 힐스테이트, 2위 푸르지오, 3위 자이, 4위 더샵, 5위 롯데캐슬, 6위 래미안, 7위 아이파크, 8위 SK뷰, 9위 꿈에그린, 10위 e편한세상 순으로 나타났다. 수개월째 힐스테이트가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는 10월에 다방 이용자 1만2575명을 대상으로 '가장 살고 싶은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위 래미안(16.9%), 2위 e편한세상(14.7%), 3위 자이(12.4%), 4위 롯데캐슬(12.2%), 5위 힐스테이트(11.6%), 6위 푸르지오(10.0%), 7위 더샵(7.7%), 8위 아이파크(6.8%), 9위 SK뷰(4.9%)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층에 대한 분석에서는 전체 1위, 2위가 20·30대와 40·50대가 일치한 반면, 롯데캐슬은 20·30대에서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높았고 힐스테이트는 40·50대에서 강했다. 지역별로도 차이가 있었는데 1, 2, 3위가 서울에서는 래미안, 롯데캐슬, e편한세상 순이었고 5대광역시에서는 e편한세상, 래미안, 푸르지오 순이었다.

국내 서비스산업의 품질향상을 목표로 한국표준협회에서 주는 ‘2019 한국서비스대상’의 아파트부문 종합대상은 롯데건설이 받았다. 경영 전반의 서비스 성과와 수준을 평가해 수상기업 선정이 이뤄진다. 롯데건설은 국내 주택업계 최초로 1999년 2월에 ‘롯데캐슬’을 출시하면서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은 2000년 1월에,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은 2000년 3월에, 한화건설의 꿈에그린은 2001년 8월에 브랜드 론칭 광고를 시작했다.

◆품질에는 차이 없어

GS건설(당시 LG건설)은 2002년9월에 '예지움'으로 브랜드를 정했다가 신성건설에서 비슷한 이름인 '미소지움'을 내놓자 '자이'로 바꾸었다. 단일 브랜드를 사용하는 건설사들이 대부분이지만 현대건설(하이페리온), 금호건설(리첸시아), 두산건설(위브더제니스)처럼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는 일반 아파트 브랜드와 별개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우건설은 2003년에 '푸르지오' 브랜드를 선보인 이후 16년 만에 BI와 상품설계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한화건설은 새 브랜드 '포레나'를 통해 주택 상품과 디자인에 변화를 주어 신규 분양 아파트에 적용하고 있다. GS건설에서는 자회사인 자이S&D에서 브랜드 '자이르네(Xi rene)'를 새로 만들어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 수주를 겨냥한다. 아파트 브랜드가 수주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짐에 따라 기존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거나 신설 브랜드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건설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가 존재하지 않던 1999년 이전에는 아파트 이름에 종암아파트, 마포아파트처럼 지역 이름이 붙거나 삼익아파트, 한양아파트처럼 민간건설사 이름이 붙었었다. 지금은 어떤 건설사든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노력을 기울이긴 하지만 대형 건설회사 엔지니어 L씨에 따르면 브랜드에 따른 아파트 품질의 차이는 크지 않다. 건설사마다 디자인팀에서 추구하는 외관 디자인 등이 다르고 브랜드별 관리를 하지만 용역을 주기 때문에 품질은 하청업체에서 고용한 작업자의 숙련도에 달려있다고 한다.

건설기술과 상품성이 상향 평준화해 비슷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주택을 선택하는 데 브랜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닥터아파트'의 '2018년 아파트 브랜드파워 설문조사' 결과에도 소비자들이 동일한 입지에서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로서 '브랜드'(37.4%)를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의 질은 살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보다는 그 아파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각자 삶의 방식에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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