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돈'… 지식재산으로 돈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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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의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심 스토어. /사진=뉴스1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싼 글로벌기업들의 다툼이 치열하다. 4차산업혁명, 지정학적 불안정성 심화 등 글로벌 경기환경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미래를 선점하려면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머니S>는 국내외 IP 확보 경쟁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IP 침해 사례와 대응방안을 살펴봤다. 또한 글로벌 공룡기업을 상대로 IP 소송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는 국내 중견기업의 이야기도 들어봤다.【편집자주】

[지식이 돈이다… IP에 울고 웃는 기업-상] 쑥쑥 지식시장… 수수료 5000억원


#. 이달 초 한국교육방송(EBS)의 캐릭터 ‘펭수’가 인기를 끌자 인사혁신처는 펭수를 따라한 ‘펑수’를 내놓았다. 인사처는 ‘패러디, B급문화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캐릭터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사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누리꾼은 “자신의 창작물만큼 타인의 창작물도 소중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1597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행정가였던 프랜시스 베이컨이 처음 언급했던 ‘아는 것이 힘’이란 통찰은 현 시대에선 돈도 되는 표현이 됐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지식재산이 탄탄한 기업은 ‘돈을 긁어모으는’ 반면 지식재산이 빈약한 기업은 생존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한해 330만건 출원, 한국 세계 4위

세계 각국마다 IP(지식재산권)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IP는 인간의 창조활동과 경험을 토대로 가치화한 것을 법과 조약으로 보호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범위는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실용신안 등의 산업재산권과 신지식재산권, 저작권 등으로 기술·상표 등은 물론 캐릭터, 글씨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IP는 적용할 수 있는 산업 범위가 워낙 넓어 시장의 규모를 확인하기 어렵다. 특허청에서 한해동안 심사수수료 명목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5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외에는 IP를 활용한 시장크기를 가늠할만한 정확한 통계도 없다. 다만 IP시장의 성장세는 특허출원건수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지난 10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공개한 ‘세계 지식재산권지표’에 따르면 2018년 한해 전세계 특허출원건수는 332만6300건으로 전년대비 5.2% 늘었다. 중국은 8년 연속 최다 특허출원국으로,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1.6% 증가한 154만건(46.3%)을 기록했다. 이어 미국(59만7141건)과 일본(31만3567건)이 각각 2,3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전년대비 2.5% 성장한 20만9992건으로 4위에 랭크됐다. 이어 유럽 국가 전체가 17만4397건이다. 이들 5개 지역의 특허출원건수 비중은 전체의 85.2%에 달한다.

/자료=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각국이 이처럼 지식재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IP가 4차 산업혁명시대 국가와 각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국내기업 가운데 IP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기업은 카카오와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다. 당초 카카오의 IP사업은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카오의 예상과 달리 소비자는 카카오의 캐릭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아예 2015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계열사 카카오IX를 설립했다.

카카오는 이모티콘으로 개발한 캐릭터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해 산업 전반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제품의 품질에 비해 다소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카카오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은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카카오IX는 라이언, 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라이선스사업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연간 누적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식재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기업의 존립이 위기를 맞았던 사례도 있다. 한컴은 한때 국내 워드프로세서 점유율이 80%에 달할 만큼 국민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사랑받았지만 만연한 불법복제·다운로드 골머리를 앓았다. 한컴은 2010년대 들어 불법SW의 범람으로 경영이 급속하게 악화됐고 8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2015년 현재 경영진이 기업을 인수한 후 사업다각화를 통해 경영환경은 한결 개선됐지만 불법SW 사용은 여전한 실정이다.

◆특허침해 걸려도 6000만원… 국내 IP제도 개선해야

지식재산이 기업의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면서 소송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의 ‘2018년 지식재산 동향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의 특허소송은 284건(제소 104건, 피소 180건)으로 전년(182건)대비 56% 증가했다.

일례로 지난달 6일 LG전자는 독일 만하임·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중국전자회사 TCL을 상대로 휴대폰 통신기술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TCL의 피쳐폰과 스마트폰에 적용한 기술이 LG전자가 보유한 ‘LTE 표준특허’ 3개를 침해했다는 게 골자다. 표준특허는 관련 제품에서 특정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수적인 특허다.

EBS의 인기캐릭터 ‘펭수’와 인사혁신처의 유사품 ‘펑수’. /사진=SNS캡처

LG전자는 2016년부터 TCL에 경고장을 보내면서 라이선스 협상을 요구했지만 TCL이 응하지 않아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의 통계에 따르면 TCL은 연간 1500만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판매했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부사장은 “지식재산권는 부단한 연구개발의 결실이자 사업경쟁력의 근원으로, 무단 사용하는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들의 부당한 특허 사용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 속에 정부도 2011년 지식재산기본법을 시행하고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 중소기업중앙회, 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지식재산 경영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허 침해 손해배상액 규모 등 국내 IP 제도가 국제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특허침해 1건당 배상액은 65억7000만원이지만 국내에서는 평균 6000만원에 그친다.

정욱조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통해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며 “침해 발생 시에도 입증 절차의 개선과 보상수준이 현실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기업은 왜 미국에서 특허소송을 걸까

특허는 ‘속지주의’가 적용된다. 즉 국내에서 취득한 특허 효력은 국내에서만 발휘되고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는 미국에서만 활용된다. 속지주의 원칙 때문에 특허가 지니는 가치는 시장 크기에 비례한다. 시장규모, 기술개발 영향력 등을 미뤄봤을 때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특허는 미국 특허이며 이를 방어하고 입증하기 위해 각국 기업이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불사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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