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대안 없는데”… 환경부 독단에 유통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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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사진=뉴스1 DB
이달 말부터 페트병에 색깔이 들어간 음료나 맥주는 시장에서 퇴출된다. 다음달부터는 대형마트에서 종이상자가 사라질 전망이다. 내후년에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종이컵 사용이 금지된다. 음료를 매장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면 테이크아웃 잔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의 시계가 빨라졌다. 환경부는 재활용 및 일회용품 사용 관련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환경부의 변화 요구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데다 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방식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에 동감하면서도 독단적인 조치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퇴출하거나 교체하거나… 업계 혼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은 포장재의 재활용 등급 기준을 현행 3등급에서 세분화해 ▲재활용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분류한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 환경개선부담금을 가산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무색·갈색·녹색을 제외한 병과 유색 페트병 등 재활용이 어려운 용기는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제품에 부착하는 라벨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분리성 접착제로 변경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은 주류, 식음료, 화장품 등 유통업계 전반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에 각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

주류업계에선 이미 초록색 소주 페트병을 투명으로 교체했다. 문제는 맥주다. 현재 맥주 페트병은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3중 구조로 제작된 갈색 페트병을 사용한다. 이를 무색 페트병으로 교체할 경우 직사광선 등 외부 빛이 투과돼 품질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업계는 투명 페트병과 맥주 품질의 상관관계에 대한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 결과에 따라 단종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화장품업계도 혼란에 빠졌다. 유색 화장품 병이나 거울이 붙어있는 팩트, 알루미늄 캔 소재의 헤어스프레이 등 상당수가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 해당돼서다. 환경부담금을 물지 않으려면 용기 교체가 시급한 상황. 하지만 화장품 용기는 그 자체로 브랜드의 얼굴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기 때문에 교체가 쉽지만은 않다.

업계는 시장 특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재활용 용이성에 맞게 획일적인 개정안을 적용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와인과 위스키 등을 판매하는 수입주류업계는 대체재가 없다는 이유로 강력하게 반발했다. 현재 와인은 산화 변질을 막기 위해 직사광선이 투과되지 않도록 짙은 색상 병을 사용하고 있다. 위스키의 경우 위조 방지를 위해 이중 캡과 홀로그램 라벨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용기 변경이 어렵다. 

이에 한국수입주류협회는 환경부에 유색병 규제 반대 의사를 전달했고 국내에 주류를 수출하는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도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 같은 규제가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상기술장벽협정(TBT)에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환경부는 와인과 위스키병 등에 대해서는 등급표시기준 고지를 미루기로 하며 한발 물러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맥주판매 코너. /사진=뉴스1 DB

◆비용 부담은 소비자 몫?

이뿐만 아니다. 지난달 환경부가 발표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중장기 단계별 계획’에 따르면 2021년부터 식당,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종이컵이 사용이 금지된다. 테이크아웃 시에는 일회용 컵을 구매해야 한다. 또한 음식점에서는 2021년부터 일회용 식기 사용을 금지하며 숙박업소에서는 2022년부터 순차적으로 일회용 위생용품을 무상 제공할 수 없게 된다.

이 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환경보호라는 명목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환경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 입장에서 일회용 컵과 식기, 위생용품 등은 각 업소의 이용 가격에 포함돼 있다고 보는데 무상 제공이 금지될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원재활용법 시행으로 업계가 용기 교체에 나설 경우 늘어나는 비용만큼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제품 퇴출 시에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갈색 맥주 페트병이 사라지면 소비자들은 비교적 단가가 높은 병이나 캔을 이용해야 한다. 맥주 출고량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16%를 차지하는 페트병 맥주시장을 잃는 셈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갈색 페트병 대체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단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선택권은 제한된다. 소비자들은 페트병 맥주보다 약 20~30% 비싼 병·캔맥주를 구입할 수밖에 없어 가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에는 정작 동참해야 할 업계와 소비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일회용품 규제 강도가 해외에 비해 약하지 않다”며 “소비자 인식과 소비문화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업계와 논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화장품에 사용되는 펌프형 플라스틱 용기는 대체재가 없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재활용 ‘어려움’ 등급에서 ‘보통’ 등급으로 상향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업계와 협의를 진행한 결과 대체재가 없어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반영해 개정안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 비용 부담 전가에 대해서는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현재 와인 한병에 드는 환경분담금이 17~18원이다. 최대 30% 할증이 되더라도 4~5원 오르는 것인데 소비자가격은 몇천원씩 올리기 때문에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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