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오너3세 잊어라”… 미래먹거리 찾아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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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을 앞두고 재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를 이어 오너 3·4세들이 경영일선에 전면 등장하면서 기업색도 달라지고 있다. 재계 안팎의 최고 수장이 교체되고 있는 재계 현황을 들여다봤다.【편집자주】

[경영일선에 나선 오너가 3세들 -하] 혁신 이끄는 젊은 피


창업주 정신은 자식들로 갈수록 그 의미가 흐려질까. 최근 기업 오너가(家) 자녀가 마약을 밀반입 하는 등 일탈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오너일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흔히들 ‘오너가 자녀 일탈’이라 하면 영화 <베테랑> ‘조태오’ 캐릭터를 떠올리게 된다.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와 함께 영화 속에서 악역으로 등장한 오너가 3세 조태오는 그동안 재벌가들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의 집약체로 대중에게 오너가 자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다만 재계에선 오너가의 세대교체는 향후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고 말한다. 대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사업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업이 생존·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찌감치 글로벌 감각을 갖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2020년 경자년을 앞두고 재계가 3~4세 오너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2월3일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이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룹 회장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지만 용퇴의사를 밝혔다. 후임 회장에는 허창수 회장의 넷째동생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추대됐다.

오너 4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 승진 1년 만이다. 그는 GS칼텍스를 거쳐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재무팀장, 경영혁신 담당, 플랜트 공사담당, 사업지원실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젊어진 오너, 더 젊어진 조직

영화 <베테랑>을 비롯해 극 속 오너가 자녀들은 무능한 기업인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LG가(家) 4세인 구광모 당시 상무가 40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최근 구 회장은 ‘젊은 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취임 2년차를 맞아 정기 인사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며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젊은 인재를 지속적으로 발탁해 미래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재계에서 ‘LG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성과와 역량을 기반으로 한 인사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이겨내고 젊은 인재들을 전진 배치해 미래를 준비하는 실용주의적 인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LG그룹 신규임원 106명 중 45세 이하 임원이 21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LG그룹은 지난 11월28일 이사회를 열고 2020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최연소로는 LG생활건강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맡은 심미진 상무(1985년생)가 34세, 오휘 마케팅부문장 임이란 상무(1981년생)가 38세에 각각 임원을 달았다.

LG그룹의 이번 인사는 디지털 전환을 지속 강조한 구광모 회장의 의중을 적극 반영했다. 나아가 성과와 역량을 철저하게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해 나가고 그룹 차원의 혁신 프로젝트인 디지털 전환 등의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세대교체’와 ‘기업미래’… 오너가, 책임 무거워 

오너가 자녀들이 경영일선에 배치되면 놀고먹을까. 최근 현실에선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업 환경에 짊어진 무게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도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경영 실적 개선과 미래먹거리 안착 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오너 3세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수소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과 보조를 맞춰 정의선 체제의 현대차가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래차 기술에 올해부터 6년 동안 연간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전기차·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3위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지능형 모빌리티 제품'과 '지능형 모빌리티 서비스' 2대 사업 구조로 전환해 2025년 플랫폼 서비스 사업에서도 수익 창출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연간 글로벌 판매를 총 67만대(배터리 전기차 56만대, 수소전기차 11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하며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5%대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이처럼 직접 회사를 키워온 창업주·오너 2세들과 달리 3~4세 오너들은 경영자로서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반면 대내외 문제로 인해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차질을 빚는 오너가 자녀들도 있다.

이선호 CJ그룹 장남. /사진=뉴시스 DB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제공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을 투약하고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CJ그룹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뿐 아니라 경영승계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하지만 지난 12월10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 1220억원을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과 장녀 이경후 CJ ENM 상무에게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이재현 회장이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을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오너가 자녀들의 일탈은 개인적인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크다. 임현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 “총수와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은 일반 투자자들이 모니터링하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너 일가의 사회적 문제·갑질과 관련된 이슈들은 기업 주가의 단기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에 따른 무거운 페널티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3호(2019년 12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류은혁 ehryu@mt.co.kr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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