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로페이 1년, 점주도 손님도 '생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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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야심차게 선보인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기대와 달리 성적이 초라하다. 출범 1년이 지난 현재도 전체 결제시장 점유율에서 미미한 영역을 차지한다. 상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더하겠다던 처음 의도와는 달리 경제성과 편의성 모두에서 평이 좋지 않다. 최근에는 소득공제율까지 축소됐다. 한국판 알리페이를 꿈꿨던 제로페이는 최근 서비스 출범을 강하게 추진했던 서울시청 공무원들조차도 이용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제로페의의 현 주소를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서울 한 시장에 붙어있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사진=심혁주 기자
서울 한 시장에 붙어있는 제로페이 가맹점 스티커./사진=심혁주 기자
[제로페이 성장통 1년 - 하] “따릉이·주차장 빼면 쓸 곳이 없네…”

“나 시민인데 공무원은 제로페이 씁니까.”
“저는 따릉이, 서울공공시설, 공영주차장, 편의점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 시민이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를 몰고 공무원에게 질문한다. 공무원은 제로페이 혜택을 들며 꾸준히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다. 제로페이 담당 서울시 공무원이 직접 출연해 제로페이 사용을 독려하는 광고다.

지난해 12월 서울시가 야심차게 출범한 제로페이. 출시 초기 제로페이는 ‘착한 결제’를 표방하며 소비자들의 사용을 독려했다. 광고 역시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내용이 가득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 최근에는 ‘따릉이 50% 할인’, ‘공영주차장 10% 할인’, ‘공공시설 입장료 할인’ 등 소비자 구미를 당길만한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방식의 결제서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따릉이./사진=심혁주 기자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따릉이./사진=심혁주 기자
비스다. 소비자는 기존 간편결제앱이나 은행 결제앱으로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휴대전화로 스캔한 후 거래금액을 입금하거나 앱에 등록된 QR코드로 직접 결제할 수 있다. 지문이나 터치 몇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와 달리 제로페이는 이처럼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편의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하던 모바일 직거래 결제시스템 제로페이사업이 지난달 민간으로 이양됐다. 앞으로 재단법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제로페이사업을 전담한다. 제로페이 출범 1년을 맞아 <머니S>에서 제로페이 가맹점을 방문해 점주와 손님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또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보고 제로페이만의 장점과 문제점을 살펴봤다.

◆손님은 ‘생소’ 점주는 ‘어색’

12월18일 용산구에 있는 시장을 찾아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보고 이용현황을 물었다. 제로페이 가맹점을 상징하는 스티커가 부착된 가게에 ‘손님들이 제로페이 많이 쓰느냐’고 묻자 상인 A씨는 “수수료가 안 드니까 가게 입장에서도 많이 사용하면 좋겠지만 손님들도 잘 몰라요”라고 답했다.

점포 대부분 카드가맹점 표시 옆에 제로페이 가맹점을 상징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 생소하고 상인들에게는 어색한 모습이었다. 다른 점포를 방문해 직접 제로페이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제로페이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묻자 점주 B씨는 “제로페이 사용하는 분은 거의 못봤다”며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우선 결제 과정까지 막힘이 없는 실물카드나 삼성페이 등에 비해 불편했다. 은행앱에 접속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QR코드를 스캔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갔다. 손님이 많은 식당이나 바쁜 점심시간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힘들어 보였다.

B씨는 “한달 동안 제로페이 사용한 손님은 손에 꼽는다”며 “우선 시장에 오는 분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아 제로페이의 존재자체도 모른다. 당연히 이용방법을 알리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점포도 마찬가지였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손님이 있느냐고 묻자 “저희도 생소하다”며 비슷한 대답이 돌아왔다.

올해 5월부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해졌다. 광화문 근처에 제로페이 스티커가 붙어 있는 편의점을 방문했다. 1시간쯤 유동인구가 많은 편의점에서 결제 과정을 지켜봤지만 제로페이를 쓰는 손님은 단 한명도 없었다.

편의점원은 “예전에 비해서 제로페이 사용하는 손님들이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카드나 삼성페이를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로 결제를 하던 시민 C씨는 제로페이에 관해 “광고로는 많이 접해봤는데 이용해본 적은 없다. 당연히 이용방법도 모른다”고 답했다.

서울시청 주위 편의점에는 그나마 이용률이 높다는 대답을 들었다. 시청 인근 편의점 직원은 제로페이에 대해 묻자 “근처에 공무원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손님이 많다”며 “10명 중 1명 정도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소득공제율 장점 사라져

지난 1월 2억8200만원이던 제로페이 결제금액은 9월 92억6200만원으로 늘었다. 월별 결제 건수는 같은 기간 1만5000건에서 38만9000건으로 증가했다. 제로페이가 도입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누적 기준 결제액은 470억원을 넘겼다. 출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용·체크카드로 하루 평균 2조원이 넘는 금액이 결제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적이다.

국내 오프라인 간편결제 금액 중 약 80%를 차지하는 삼성페이는 2016년 8월 출시 1년 만에 누적결제 금액 2조원을 넘어섰다. 계좌를 기반으로 한 제로페이와 달리 삼성페이는 신용카드기반이며 결제방식 뿐 아니라 인지도와 편의성에서도 차이가 크다.

반면 제로페이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사용방법 조차 모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전용앱이 없다. 대신 쏠, 리브, 등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앱이나 페이코 등 일부 간편결제 앱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다.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면 끝이다. 설명만 들으면 간편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면 기존 결제 서비스보다 상당히 번거롭다는 느낌이다.

초기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에게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 소비자에게는 높은 소득공제라는 이점을 내세웠다. 연매출 8억~12억원인 가맹점은 0.3%, 12억원을 초과하면 0.5% 수수료가 적용된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이 각각 15%, 30%인 반면 제로페이를 이용하는 소비자는 40%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제로페이 소득공제율을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과 동일한 30%로 정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할 메리트가 사라진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수수료가 없고 시민입장에서는 소득공제 혜택 등 취지는 좋은데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생소하다”며 “소득공제 혜택마저 사라지면 기존에 사용하던 소비자가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주변 공무원 역시 제로페이 촉진기간에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4호(2019년 12월24일~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심혁주 simhj0930@mt.co.kr  | twitter facebook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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