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 깃발' 펄럭이는 올림픽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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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등장한 욱일기. /사진=로이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등장한 욱일기. /사진=로이터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올림픽이 7개월 뒤면 개막한다.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큰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문제는 ‘방사능’이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규모 9.0의 대지진과 그로 인한 쓰나미로 인해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도쿄와 불과 200㎞ 거리에 떨어져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사고의 수준을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 위험단계인 레벨 7로 발표했다. 이는 1986년 발생한 소련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동일한 등급이다.

세계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에 따르면 성화 봉송 출발지로 지정된 일본의 ‘J 빌리지’에선 핫스팟(방사선 고선량 지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J 빌리지 경기장 부근 주차장의 경우 시간당 최대 71 마이크로시버(μSv)에 이르는 방사선량이 확인됐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나오는 자연방사선은 0.1∼0.3μSv/h다. 관중이나 선수들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방사능 외에도 우려를 사는 문제는 ‘욱일기’다. 욱일기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한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로, 한국 등 일제 피해국에선 금기시된다. 하지만 독일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확실한 전범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비해 욱일기에 대한 서구의 인식은 떨어진다.

특히 정치적 색채가 금지돼야 하는 스포츠에서 일본의 전범 이력을 옹호하는 욱일기는 등장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주변 피해국들의 깊은 우려와 많은 항의에도 “정치적으로 사용되면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내놓은 채 사실상 욱일기 사용을 방관하고 있다.

◆ 세계 무대서 판치는 ‘욱일기’… 왜일까?

이미 해외 스포츠 무대에선 전범기 ‘욱일기’가 수차례 등장해 빈축을 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스날의 2017-20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에서 아틀레티코 팬들이 욱일기를 응원 도구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스페인 축구 전문 매체 ‘마르카’는 FC 바르셀로나의 일본 친선 경기 소식을 전하며 욱일기를 게재해 논란을 키웠다.

가장 큰 축구 무대인 ‘월드컵’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는 2018년 5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 월드컵 대회 홍보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영상 속에서 전범기 모양을 그린 관중의 모습이 나왔다. 세계적 가수인 제이슨 데룰로가 발표한 월드컵 주제곡 ‘컬러스(Colors)’ 뮤직비디오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일본과 세네갈의 조별예선 경기에서도 한 일본 팬이 욱일기를 흔드는 모습이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지난 8월에는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소속 PSV 아인트호벤이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일본의 유망주 도안 리츠를 영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선수가 그려진 사진 배경에 전범기를 넣었다. 이후 항의를 받은 아인트호벤 측은 욱일기 무늬를 급히 물결무늬로 수정했다.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리버풀의 클럽 월드컵 우승 포스터. /사진=리버풀 일본 트위터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리버풀의 클럽 월드컵 우승 포스터. /사진=리버풀 일본 트위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도 지난 20일 일본의 미나미노 타쿠미 영입 발표날, 2019 FIFA 클럽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전범기를 노출시키 후 한국 팬들의 항의를 받자 전범기를 삭제하고 사과문도 게재했다. 

하지만 이틀 뒤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플라멩구(브라질)과의 결승전에서 우승한 후에도 위르겐 클롭 감독이 전범기를 연상케 하는 지구와 클럽월드컵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려 재차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각종 해외 스포츠 무대에서 욱일기가 빈번하게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대대적으로 욱일기 퇴치에 앞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세계인 대부분이 욱일기를 아예 모르고 있다. 욱일기에 대해 무지하기에 사용한다.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주면 대부분이 놀라거나 정말로 몰랐다는 반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FIFA 측은 문제가 된 월드컵 응원가 뮤직비디오 장면을 8시간 만에 삭제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에서 일본 관중이 욱일기로 응원하자 바로 구단 측에 1만5000달러(약 1746만원)를 부과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지적하면 곧바로 수긍하고 수정한다”며 “욱일기에 대한 ‘인식 부재’가 크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욱일기를 올림픽 무대에서 금지시키기 위해선 FIFA 등이 실수를 인정하고 문제를 바로잡았던 사례들을 IOC에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FIFA가 공식적으로 욱일기를 금지한다고 발표하진 않았지만 (욱일기가)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 같은 사례들을 가지고 IOC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용금지가 우선, 플랜 B도 고려해야”

서 교수가 이끄는 팀 외에도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SNS를 통해 욱일기 퇴치 관련 홍보를 진행하는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과는 별개로 도쿄올림픽 개막 후 경기장에서 욱일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4차전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에 공식 항의했지만 “지금은 분쟁 상황이 아니며 IOC가 금지하지 않은 사항으론 제한할 수 없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프리미어12 대회는 올림픽 예선을 겸한 대회였다. 그런 대회에서 욱일기가 버젓이 등장하는 모습은 도쿄올림픽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현재까지 IOC가 보여준 안일한 모습으론 욱일기 허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 교수는 도쿄올림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사용을 금지하는 일이 최우선 순위지만, 허용될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플랜 B도 마련해야 한다”며 “욱일기 문제에 대한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각국의 언론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메인 스타디움. 이곳에서 욱일기가 금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이 열릴 메인 스타디움. 이곳에서 욱일기가 금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사진=로이터
 

김현준
김현준 hjsoon@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이슈팀 김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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