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 내쫓은 노숙인 '사망', 서울역 역무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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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노숙인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역 관계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다루며 이 판례를 언급했는데요.

방송에선 너무 간단히 다뤘던 당시 사건을 네이버 법률이 되짚어봤습니다.

2011년 1월15일 오전 7시30분. 코레일 서울본부 직원 박모씨와 공익근무요원 최모씨는 서울역을 순찰하다가 2층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만취해 쓰러져 있던 노숙인 A씨를 발견합니다. A씨는 당시 갈비뼈가 골절돼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박씨는 A씨에 대해 별다른 구호조치 없이 공익근무요원인 최씨에게 "노숙자 좀 밖으로 내보내라"고 지시합니다. 이에 최씨는 A씨를 끌고 대합실 대리석 바닥에 놓아둡니다.


. /사진=뉴시스
. /사진=뉴시스

그렇게 1시간이 흐른 뒤 이번에는 또다른 공익근무요원 김씨에게 A씨 상황을 체크해보라는 무전 지시가 떨어지죠.

김씨는 A씨가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상태로 보여 휠체어에 태운 뒤 서울역 인근 이곳저곳을 옮겨다닙니다. 처음엔 서울역 중앙계단 기둥 옆에 두고 가려고 했는데요. 이를 경비원이 보고 "여기에 두면 얼어죽을 수 있다"고 하자 김씨는 다시 200m 정도 떨어진 구름다리 인근에 A씨를 두고 옵니다. 당시 실외온도는 영하 6.5도, 체감온도는 영하 10도였습니다.

혹한에 혼자 남겨진 A씨는 이날 낮 11시30분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때 공식적인 사망원인은 동사가 아닌 흉부 고도손상 및 폐 파열이었습니다. 추위보다는 갈비뼈 등의 부상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검찰은 박씨와 김씨를 형법상 유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인근 구호시설에 알리거나 119에 신고만 했어도 A씨가 숨지진 않을 수 있었다고 본 거죠.

반면 박씨와 김씨 측은 당시 현장에선 A씨가 심각한 부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고, 동사가 직접적인 사인도 아니며 역 안에선 노숙을 금지하고 있다고 맞섰습니다.

형법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①노유,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의무 있는 자가 유기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노숙인. /사진=성남시 제공
노숙인. /사진=성남시 제공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는데요.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박씨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철도 종사자에게 법률상 구조의무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철도안전법은 누구든 역 시설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어 철도종사자는 금지행위를 한 자나 물건을 퇴거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 박씨와 김씨에 대한 처벌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을 확정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판결에도 불구, 당시 '착한 사마리아인법' 논란이 생길 정도로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죄이긴 하지만 도덕적 비난은 마땅하다는 여론도 있었는데요. 실제 1심 재판부의 판결문에도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현행 형법 아래서 두 사람에게 유기죄를 적용할 순 없다. 하지만 피고인들은 형사책임을 떠나 망인의 죽음 앞에 도덕적인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노숙인들은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사람들인 만큼 이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앞으로도 함께 계속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마침 이 사건이 벌어진 그해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이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이 제정됐는데요. 노숙인 관련 시설은 물론 응급조치 의무 규정 같은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노숙인복지법 제14조(응급조치의 의무)
①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또는 노숙인 등 관련 업무 종사자는 중대한 질병, 동사(凍死) 등 노숙인 등에 관한 응급상황을 신고받거나 발견한 때에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응급상황, 필요한 조치의 내용 및 노숙인 등 관련 업무 종사자의 범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혹한에 내쫓은 노숙인 '사망', 서울역 역무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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