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늘리는 지출, 비결은 '소비패턴 분석'

 
 
기사공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정책 수장들은 1월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올해 저성장·저금리 상황에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 확대를 비롯해 대내외 환경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면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지출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한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BGF리테일
정부의 2020년도 총 지출계획은 사상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선 512조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예산안 증가는 ▲농어업 경쟁력 제고 및 지원 강화 ▲경제활력 조기 회복 ▲민생개선 및 국민의 삶의 질 제고 등을 위한 사업 위주로 이뤄졌다. 연단위 예산안은 정부와 기관만이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만들 필요가 있다. 가정의 대내외 환경 역시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출목표 설정이 우선

가정에서 연단위 지출계획을 세우면 자금관리를 효과적으로 하면서 경제상황에 맞는 소비를 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에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재정적으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가령 미혼이어서 해를 넘기지 않고 결혼하는 것이 목표라면 결혼에 소요될 많은 자금을 예상할 수 있다. 이미 가정을 꾸렸다면 전세를 늘려 갈 수도 있고 내집이 없다면 내집 구매가 목표일 수도 있다. 자녀가 올해 대학에 들어가거나 해외 대학원으로 유학가는 게 목표라면 교육비가 이전보다 더 많이 들게 된다. 가게를 새로 열거나 기존 사업의 확장이 목표가 될 수 있다. 각종 취미생활에 상당한 비용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표가 세워지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지출의 한계를 설정할 수 있다. 수입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뜻대로 수입을 늘리지 못하더라도 지출은 의지로 조절이 가능하다. 또 아무리 지출을 효과적으로 한다 해도 큰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 경우 목표를 축소하거나 수정해야 한다. 형편에 맞지 않는 무리한 목표 때문에 빚을 지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가계예산도 세부계획 세워야

정부예산이 보건·복지·고용, 교육, 문화·체육·관광, 환경, 연구·개발(R&D), 산업·중소·에너지, 사회간접자본(SOC), 농림·수산·식품, 국방, 외교·통일, 공공질서·안전, 일반·지방행정 등의 분야로 구분돼 있듯이 가계예산도 몇개의 분야로 구분해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식비, 교통비, 문화생활비, 주거비(관리비, 수도·전기·가스비, 주택수리비), 의료·건강, 교육·육아, 생활용품(의류, 위생용품, 주방용품, 가전제품, 잡화, 애완동물), 경조사·회비가 분류방법이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천편일률적으로 매년 똑같이 지출항목을 설정할 필요는 없다. 소비패턴이 가정마다, 개인마다 다르며 연간 구체적인 목표가 해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세를 흔히 주거비에 포함시키지만 노후를 생각해 장기적으로 내집마련을 하겠다면 주거비와는 별개로 취급하는 게 좋다. 월세지출만큼 저축이 줄어들므로 가급적 빨리 돈을 모아서 월세생활에서 벗어나겠다는 자극이 필요하다.

각종 세금과 의료보험 등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지워지는 '비소비지출'이 계속 증가하는 시대가 됐으므로 별도의 항목으로 설정해 둬야 한다. 가구당 비소비지출은 2018년 전년대비 6.2% 증가한 1098만원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소비지출에 해당하는 어느 항목의 총금액이 유난히 많은 경우에는 그 항목에 들어가는 세부내역 중 금액이 큰 것은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를테면 부부가 맞벌이하면서 외식하는 날이 많다면 가정 내에 소요되는 식비와 별도로 외식비 항목만 따로 구분해 일정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자녀의 대학등록금은 단위가 클 뿐 아니라 자녀가 장학금을 받으면 상당히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에 초·중·고 교육비 및 사교육비와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가정에 장기입원 환자가 있어서 병원비가 많이 든다면 의료·건강에 장기입원 관련 비용을 포함시키지 말고 별도 항목으로 구분하는 게 일상적인 병원비와 의약품비 등으로 이뤄지는 의료·건강 총비용에 대한 왜곡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서울에 살면서 지방에 근무하며 KTX 타는 횟수가 많은 가족이 있다면 원하는 직장을 다니기 위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KTX 요금은 별도의 항목으로 구분해 놓고, 기타 일반적인 교통비 항목만으로 교통비 지출을 조절하는 게 좋다.

국내여행에 들어가는 돈은 문화생활비에 포함시키지만 오랜 기간 해외여행을 할 계획을 세웠다면 해외여행 항목을 따로 설정해도 된다. 어떤 취미생활에 유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개인 특성상 꼭 즐기겠다면 온 가족의 취미생활 비용인 문화생활비에서 별도로 떼어내 관리해야 한다. 가정 내에서 가족에게 지급되는 돈과 가정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구분해 관리하는 게 필요하며 부부가 양가 부모님에게 매달 고정적으로 드리는 생활비는 경조사·회비 이외의 항목으로 설정할 수 있다.

◆소비패턴 분석으로 합리적 소비 가능

항목별 예산안을 세워 놓고 생활하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면서 소비습관이 컨트롤되는 장점이 있다. 사례로 살펴보면, 장거리 직장에 출퇴근하는 어떤 사람의 교통비 비중이 지나치게 커 세부적인 소비패턴을 분석한 결과 택시요금이 많았다. 알고 보니 종종 있는 직장 회식으로 전철이 끊어진 이후 밤늦게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사실에 주목해 전철 막차 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나옴으로써 교통비 비중을 정상적인 범위내로 조절하게 됐다.

연봉이 낮은 편인 어떤 젊은 부부 가정에서는 외식비를 식비에 포함시키고 외식을 자주 하지 않는데도 식비지출 비중이 유난히 높아 그 이유를 파악해 보니 마트에서 주로 가공식품과 반조리(ready-made) 식품 구입이 원인이었다. 음식을 직접 만드는 일에 취미가 없어서 그런 식으로 식품을 사서 먹었던 것이다. 더욱이 한꺼번에 많이 구입해 유효기간이 지난 뒤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가계부가 매달 적자인 원인 중 하나였다. 요즘 유튜브 등을 활용하면 음식 만들 줄 모르던 사람도 쉽게 조리요령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성의만 있으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다.

전문가가 아닌 주변 사람이 자신의 재정습관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 보통 기분 상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스스로 항목별 예산안과 실제 지출내역을 비교해 어떤 항목에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생각나는 대로 그때그때 돈을 쓰기보다는 소비계획이 있을 때 합리적인 소비결정이 이뤄진다. 무슨 이유로 무엇을 샀는지도 모르는 채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돈이 꼭 들어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된다.

다만 사회생활에서 돈 버는 일을 하는 데는 돈이 들어가기 마련이고 순수하게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데에도 돈이 필요하므로 무조건 돈을 아끼고 안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수입과 재정여건에 맞춰 연간 단위로 적정한 지출계획을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저축액도 매년 꾸준히 늘려갈 수가 있다. 저축액이 늘어나는 속도는 시간에 따라 복리효과로 점차 빨라지면서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미래 목표에 다가서게 된다. 그러다 보면 멀게만 느껴졌던 목표가 달성되는 것도 시간문제임을 알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27호(2020년 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028.54하락 2.6618:03 05/28
  • 코스닥 : 708.75하락 15.8418:03 05/28
  • 원달러 : 1239.60상승 5.218:03 05/28
  • 두바이유 : 34.74하락 1.4318:03 05/28
  • 금 : 34.48하락 0.3318:03 05/2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