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만 하면 '퇴장'… 표류하는 최저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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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벽두부터 노동시장이 요동친다. 노조를 탄압하던 주요 기업들이 사법당국의 철퇴를 맞으며 강성노조 설립 가능성을 연 데 이어 투쟁 성향이 짙은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노조로 올라서며 노정 관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최저임금 결정체계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도 올해 본격적인 논의가 예정돼 있어 사회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추진했던 ‘비정규직 제로’ 정책도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머니S>가 시계제로 상태에 놓인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봤다.<편집자주>

최저임금 개편안 발표 간담회 ./사진=뉴시스 DB

#. 2019년 6월. 제5차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 참석자들이 우르르 회의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안건이 부결되자 경영계측이 회의 보이콧을 선언한 것. 근로자측 표정도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한달 후 2020년 최저임금 인상율은 2.87%로 결정됐다. 양측 모두가 합의한 것도 안한 것도 아닌 결정안이 매년 반복된다. 실제로 2010년 이후 최저임금위원 전원이 최저임금안 표결에 참여한 사례는 2017년과 2019년 두차례에 불과하다. 이 같은 방식이 지속되면 앞으로도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인상 결정안에 만족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정부도 보다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지난해 초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개편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며 올해 최저임금 결정회의 역시 과거를 답습할 분위기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논의도 안된 ‘공염불 개편안’

지난해 2월 정부가 내놓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이원화다. 1988년부터 운영돼온 최저임금위원회는 각각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참여하는 일원화 회의였다. 오직 27명이 머리를 맞대 최저임금 조정폭을 정하다보니 객관성,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갈등이 지속돼 사실상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에 있어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다는 문제점이 매년 불거졌다.

결국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했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위원들이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한다. 결정위원회는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의결한 상·하한 구간 내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개편안을 발표했던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객관적인 지표가 들어가게 되면서 노·사간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개편안은 1년째 국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국회가 파행을 거듭한 탓도 있지만 개편안 추진 주무부처들의 무관심도 주 이유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1년 내내 국회에서 이 개편안을 두고 제대로 논의한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며 “적어도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 개편안을 안건으로라도 삼아야 하는데 지난해 3월 이후 깜깜무소식이다. 20대 국회가 불과 3~4개월 남았다. 사실상 정부 개편안은 통과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7월 최저임금 투표 결과_사진=뉴시스 DB

이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의 합리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지지부진한 개편안 국회 통과를 기다리기보다 정부 차원에서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의지다. 대통령 신년사 다음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주요 경제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상황을 감안해 하위법령 제·개정, 지침·가이드라인 마련, 정책추진 체계 정비, 시범사업 실시, 재정지원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사실상 정부가 외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은 공염불이 된 셈이다.

◆“노사 입장이 가장 중요”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지속된다면 결국 공익위원의 입김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을 ‘또’ 좌지우지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는 ‘공익위원 정부 단독 추천권 폐지’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추천권을 국회와 공유해 공익성을 강화하겠단 취지다. 당시 주요 경제단체들도 이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개편안 국회 통과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공익위원 정부 추천권에 변화가 없으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노동자와 사용자의 갈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입장”이라며 “정부는 이들의 협상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판만 깔아주고 지나친 간섭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해외 사례처럼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지역별,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따로 정하고 있다. 미국도 주별 최저임금의 차등이 존재한다. 모든 지역과 업종에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국내 경영계측이 최저임금 차등화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하지만 국내 실정에선 업종별로 최저임금의 차등을 주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지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업종 안에서도 지급 능력에 차이가 큰 상황”이라며 “업종별 최저임금을 만들면 기업들의 반발도 적지 않아 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체제로는 위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물가상승률과 객관적인 경제 지표 등을 고려한 시스템에 의해 최저임금이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제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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