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예쁜 아이폰?… 세상 바꾸는 '디자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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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중시 사회에선 소비자뿐 아니라 생산자 역시도 품질만큼 중요한 요소로 ‘디자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디자인은 감성소비가 강조되며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전통적인 디자인은 미학을 중시하지만 최근엔 제품에 담긴 의미와 성능, 스토리를 함께 다룬다. 사물의 외형이 아닌 본질적 가치와 철학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환경과 사회문제, 기업 윤리까지 디자인의 영역에 포함시킨다. 소비자의 삶에 작지만 강한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주>
아이폰은 편리한 기능보다 심플한 디자인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제공=애플
[머니S리포트]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① 장난감부터 건축물까지 '디자인 혁명'

#. 2007년 6월 세상에 선보인 아이폰은 당시 소비자들이 사용해 온 휴대전화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휴대전화의 선택 기준으로 편리성이 중시되던 시대, 아이폰 역시 처음엔 새로운 운영체제(소프트웨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실상은 혁신적인 디자인이 더 많은 ‘애플 마니아’를 만들었다. 당시 여러개의 복잡한 버튼을 없앤 심플한 모양과 전면 스크린이 화제를 모았다. 아이폰의 누적 판매대수는 출시 약 10년째인 2017년 3분기 12억개를 돌파했다. 2018년 이후 제조사인 애플이 이사진의 결정에 따라 아이폰 판매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앞서 공개된 판매대수만 놓고 단순 계산해봐도 전세계 인구 6명 중 1명 꼴로 아이폰을 사용해본 것이다.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발표한 ‘통계로 살펴본 디자인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디자인의 경제적가치는 국내총생산(GDP)의 6.78%다. 디자인산업은 2012~2017년 GDP 연평균 성장률보다 63% 높은 11.06% 성장했다. 국내 디자인 투자금액은 2010년 4조3000억원에서 2017년 12조3000억원으로 약 2.9배 늘었다. 윤계하 한국디자인진흥원 선행연구실 주임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율차와 헬스케어 이슈가 이종산업 간 융합의 촉매제로서 디자인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디자인은 실용성과는 다소 대비되는 영역으로 분류됐다. 의류, 인테리어, 자동차 등은 디자인을 중시하는 특정 분야로 ‘디자인=가격=이미지’라는 인식을 가졌다. 최근엔 그 역할이 바뀌었다. 단순히 예쁘고 값비싼 제품의 외형 개발이 아니라 디자인 자체가 기업의 존재 가치와 주요 경쟁력으로서 산업 보조적 역할에서 중심적 역할로 바뀌고 있다. 작은 볼펜, 어린이 장난감에서 아파트, 스마트시티의 경쟁력까지 디자인은 산업계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전체 산업 대비 디자인산업 비교. / 자료=한국디자인진흥원·그래픽=머니S
국내 디자인산업 성장규모. / 자료=통계청·한국디자인진흥원·그래픽=머니S

◆디자인이 모든 가치를 품는다

국내 첫 돔 야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디자인 혁신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척돔은 야구경기뿐 아니라 각종 콘서트가 열리며 최대 3만5000명을 수용하는 공간이다. 행사 중 화재 발생 시 안전한 대피를 위한 설계를 디자인에 접목했다. 위급상황에서 인간은 뇌 부하를 줄이기 위해 논리적 판단보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특성이 있다. 고척스카이돔은 이런 점에 착안해 ‘안전안심 서비스 디자인’을 개발했다. 비상시 본능적으로 들어온 길을 향해 돌아가려는 귀소본능에 따라 바닥에 노란색 길 표시를 하고 앞사람을 따라가는 추종 본능을 고려해 출구마다 ‘대피 리더석’ 36개를 운영한다. 대피 리더석에는 행동 요령이 표시된다. 고척스카이돔은 3만5000명이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골든타임이 20분 안팎이다.

디자인 능력은 특히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된다. 2017년 디자인 활용기업의 규모별 비중은 중소기업이 80%를 차지했다. 규모별 기업수는 대기업 1103개, 중견기업 1221개, 중기업 2만5797개, 소기업 9만7157개다. 하지만 디자인 투자금액을 보면 규모로는 가장 많은 소기업이 대기업 대비 7.15%(66억2900만원) 수준에 그친다. 대기업의 디자인 투자금액은 926억9900만원이다.

국내 제조업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디자인산업은 전체 산업대비 0.3~3.0%의 미미한 비중에 불과하다. 업체수는 이보다 높은 3.26%를 차지한다. 디자인산업의 수출입 규모는 전체 산업대비 0.06% 수준이다. 반면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의 수출액은 2010년 393억원에서 2017년 807억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산업의 수출입 현황. / 자료=한국디자인진흥원·그래픽=머니S
◆해외 선진국 디자인산업 현황은?

미국 디자인경영협회(DMI)는 디자인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최근 약 10년간 디자인 중심기업 17개사의 주가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S&P) 500지수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디자인기업의 주가가 S&P 500기업 대비 211%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디자인 연구기관인 디자인카운슬은 2016년 디자인의 부가가치가 총 부가가치의 7%인 852억파운드(약 128조원)라고 추정했다. 2014년 이후 영국의 디자인산업 성장률은 연평균 10%로 GDP 성장률(7%)을 앞섰다. 영국 디자인의 부가가치는 항공과 운송 등 전통적인 산업분야뿐 아니라 창의산업 등으로 확장됐다.

싱가포르의 2.2㎞ 쇼핑거리 ‘오차드 로드’에 있는 ‘디자인 오차드’는 의류, 가방, 액세서리, 향수 등 젊은 디자이너들이 만든 61개 제품이 진열돼 있다. 정부가 디자이너를 육성하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스타트업이나 예비 디자이너, 현역 디자이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2025년까지 디자인산업 혁신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정보통신부 산하 디자인청을 경제개발청(EDB) 산하로 옮겨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가구회사 코뮌(Commune)이 선보인 미래의 가구는 오늘날의 가구와 사뭇 다르다. 집을 단순히 쉬는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식탁을 밥 먹는 용도로만 쓰지 않는다. 집에서 파티를 즐기는 홈파티족, 집에서 일하는 홈오피스족의 증가로 인한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가구 디자인에 반영했다. 높이 조절 기능과 콘센트를 넣고 홈파티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을 개발한 영국 제조업체 다이슨의 짐로완 최고경영자(CEO)는 “다이슨의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생활 속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디자인에 대해 보기 좋은 외관보다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도 세계 디자인산업계의 트렌드를 읽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까지 디자인업계 일자리 5400여개, 시장규모 22조원, 디자인 활용비율 27%를 목표로 세우고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소비재 분야의 디자인 혁신 유망기업 240개사를 육성하고 제조기반이 없는 스타트업과 디자이너의 시제품을 온라인 플랫폼 전문기업과 연계해 디자인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까지 총 400명의 디자이너를 중소 제조기업에 파견해 기업의 디자인 역량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스타 디자이너 인터뷰] “디자인은 실용성을 높인다”

◆오준식 디자이너 - 서울로7017, 슈슈앤쎄씨, 현대카드, 아모레퍼시픽

오준식 디자이너. /사진제공=베리준오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은 어른이 정한 편견을 벗어나 실용적 관점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브랜드 스토어 ‘슈슈앤쎄씨’를 디자인한 오 디자이너는 놀이터나 어린이집 등 어린이를 위한 공간의 특수성이 어른의 관점으로 해석됐다고 판단했다. ‘아이들은 귀엽고 화려한 걸 좋아할 거야’라는 고정관념이 결코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슈슈앤쎄씨의 리브랜딩을 맡고 약 10년 전 핀란드의 건축가 ‘알바 알토’ 뮤지엄에 간 기억이 떠올랐다. 안내 직원이 입구문에 대해 설명하는데 모듈 3개가 달린 손잡이였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 다양한 사람이 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의 어린이를 위한 공간들을 보면 정작 용이성을 배려한 부분은 찾기가 힘들다. 놀이터, 어린이집 등에서 지나치게 많은 장식과 자극적인 색상을 보면 ‘이게 왜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석우 디자이너 - 평창 메달, 푸르지오, 야놀자, 삼성전자, 모토로라

이석우 디자이너. /사진제공=이석우 디자이너
지난해 초 대우건설이 새로 내놓은 리뉴얼 브랜드 ‘푸르지오’는 기존 아파트와 다른 차별성을 강조했다. 아파트를 단순히 ‘사는 집’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는 삶의 공간,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곳, 일과 삶의 경계를 이어주는 복합공간으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푸르지오 리뉴얼을 총괄한 이석우 디자이너는 “주거공간을 선택하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편리함만이 아닌 디자인, 친환경, 삶의 철학 등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산업디자인 분야는 제품의 물성을 다루지만 서비스의 고도화가 이뤄지며 형태뿐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전략을 제시하게 됐다. 자전거를 잘 만드는 기술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성능뿐이 아닌 어떤 가치를 갖느냐, 즉 서비스의 본질에 대한 얘기가 중요해진 것이다. 똑같은 맛의 냉면을 파는 음식점이라도 일반인이 쉽고 이해하기 편한 이야기를 제공하면 차별성을 갖게 된다. 스토리를 시각화, 가시화시켜주는 것이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좋다는 것은 더 이상 성능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기능, 스타일, 밸런스가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많이 소비된다. 여러 선택기준 가운데 기능으로써의 가치는 변별력이 없어졌다. 소비자의 선택은 서비스의 철학적 가치로 확장됐다.”


☞ 본 기사는 <머니S> 설합본호(제628호·6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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