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룡 특파원의 차이나 리포트] 中 정부, '돼지고기값' 잡기 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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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시작된 돼지고기값 폭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피그플레이션'(돼지+인플레이션) 막기에 총력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한 시장에서 상인이 돼지고기를 썰고 있다. /사진=로이터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대비 4.5% 상승했다. 이는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그동안 물가 상승을 견인해온 돼지고기 값이 안정적인 수준을 기록하며 시장의 전망치(4.7%)보다 상승률이 낮았다는 평가다.

CPI지수 상승이 멈춘 것은 2018년 8월 중국 북부 랴오닝성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시작된 돼지고기값 오름세가 다소 진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에선 돼지고기값이 오르면서 다른 육류값도 같이 뛰어 물가가 오르는 연쇄현상이 이어졌다.

12월 돼지고기값은 전년동기대비 97% 오른 것으로, 전달 상승률(110.2%)보다는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이달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육류 수입을 늘리고 돈육 비축분을 방출하는 등 돼지고기값 안정화를 위한 각종 조치를 취했다.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값 폭등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피그플레이션'(돼지+인플레이션) 막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에선 CPI를 ‘중국돼지지수’(China Pig Index)라고 부르기도 한다. 박한진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CPI내 식품비중은 30%로, 이 중 돼지고기 가격 편입비중이 9%에 달한다”며 “이 정도면 중국의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 동향이 중국은 물론 글로벌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발 돼지 파동으로 중국 물가가 불안해져 글로벌 돈육시장에는 비상이 걸렸다”며 “흉흉해진 민심을 다독이고 물가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돼지고기값 안정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 정부가 저자세를 보인 것이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사료인 대두의 수입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은 연간 400억~500억달러(약 46조~58조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키로 했다.

◆못말리는 중국인의 돼지 사랑

‘돼지가 편안하면 중국이 편안한다(저량안천하·猪糧安天下)’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나다. 중국 역대 황제들이 민심 안정을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써왔던 먹거리가 돼지고기다. 중국인들의 육류 소비 가운데 돼지고기 비중은 60% 이상으로, 2018년 기준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이 40㎏에 이른다.

이처럼 중국인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연평균 5500만톤으로, 전세계 점유율의 49.3%다. 전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가량을 먹어치우는 셈이다. 유럽(19%)과 미국(8.7%)의 점유율을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지난해 중국돼지의 4분의1이 죽었다. 후춘화(胡春華) 부총리가 현장 시찰에서 “돼지고기의 충분한 공급을 확보하는 것은 경제 문제일 뿐 아니라 긴박한 정치 임무”라고 말할 정도로 중국 지도부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따른 직접 손실은 1조 위안(약 170조원)으로 추산된다. 돼지고기값 폭등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당국은 폭등세의 돼지고기값 안정과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각국에서 돼지고기를 싹쓸이하다시피 수입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8월 1kg당 20위안(3300원) 정도였던 돼지고기값은 그해 10월 말 50위안을 웃돌기도 했다.

돼지고기값이 오르자 질병으로 죽은 돼지가 시장에 유통됐다거나 개고기와 토끼고기의 소비가 늘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돼지고기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음식값이 올랐고 식재료에서 돼지고기의 양이 줄었다.


◆흉흉해진 민심, 3개년 계획까지 등장

상황이 이쯤되자 지난해 12월 중국 농업농촌부는 앞으로 3년간 돼지고기 생산과 회복을 가속화시키고 발전시키는 방안을 담은 계획을 발표했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가격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돼지고기 생산 목표를 할당한 것이 눈에 띈다.

이 계획에는 올해부터 3년간 돼지고기의 공급을 안정적으로 확정하는 행동방안이 담겼다. 2020년 말까지는 생산능력을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고 2021년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업농촌부는 돼지 생산 지원을 위해 내놓은 일련의 계획에서 대규모 돼지 농장에 대한 보조금을 적기에 지급하고 토지거래허가도 단순화하기로 했다.

돼지 사육자들에게는 보다 강화된 금융지원과 보험 혜택이 주어지고 중소형 농장을 위한 도움도 마련키로 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돼지고기값 안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며 “돼지고기값 안정이 공산당 체제 안정성에 대한 시험대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과거에도 돼지고기값이 급등락 사례가 있었던 만큼 돼지고기의 수급을 안정화시키는 대책들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룡 베이징특파원 dragong@mt.co.kr
 

김명룡 베이징특파원 ssamddaq@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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