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케플러의 우주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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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 /사진=머니S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을 정교화해 행성의 움직임에 대한 정량적인 모형을 완성한 이가 바로 케플러다. 오랜 노력 끝에 그가 발표한 행성의 운동에 관한 3개의 법칙은 이후 뉴턴이 중력법칙을 발견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케플러가 처음 제안했던 천체의 첫 모형은 무척 달랐다.

동그란 원은 임의의 각도만큼 돌려도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 2차원에서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도형이라 할 만하다. 신이 천상과 지상을 만들 때 천상의 움직임의 설계도로 완벽한 도형인 원을 이용했다는 믿음은 당시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코페르니쿠스도 예외가 아니다. 그의 태양중심설의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여섯개의 행성은 모두 원 궤도 위를 움직인다.

왜 하필 행성이 6개인지를 고민하다 케플러는 멋진 설명을 찾아낸다. 바로 5개인 플라톤의 3차원 정다면체를 이용한 설명이다. 먼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둥근 구를 생각해보라. 정다면체 하나가 이 구의 바깥에 딱 맞게 맞닿아(외접) 있다고 하고 이 정다면체 밖에는 두번째 구가 또 외접하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구에는 첫번째 놓인 정다면체가 아닌 다른 정다면체 하나가 다시 또 외접하고 있다. 이처럼 연속적으로 외접하는 구와 구에 외접하는 정다면체를 생각하면 가장 안쪽에서 시작해 가장 바깥쪽의 구까지 모두 6개의 구가 놓이고 두개의 구 사이에는 5개의 정다면체가 하나씩 딱 맞게 들어있는 형태가 된다. 이 멋진 케플러의 기하학적 우주모형에서 6개의 구는 6개 행성의 궤도에 하나씩 대응한다.

처음 이 모형을 생각했을 때 느꼈을 케플러의 환희를 물리학자인 필자는 생생히 공감할 수 있었다. 독자도 한번 케플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3차원 공간의 정다면체가 딱 5개라는 기하학의 엄밀함이 태양을 공전하는 행성의 개수가 정확히 6개여야 함을 멋지게 설명한다. 케플러는 신이 창조한 우주의 비밀을 인류의 역사에서 자신이 처음 엿보았다고 확신했다. 신의 완전성에 딱 어울리는 완벽한 기하학적 우주 모형이다.

케플러는 자신의 완벽한 기하학적 우주 모형을 행성 관측 자료를 통해 검증해보려는 노력을 수없이 반복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둘 사이의 정합성을 보일 수 없음을 깨달은 케플러는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자신의 기하학적 우주 모형에 대한 확신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3차원에 존재하는 정확히 5개인 정다면체와 6개의 구를 조합해 만든 완벽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신의 모형을 포기해야 했을 때 케플러의 심정을 독자도 한번 떠올려 보라. 우주의 비밀을 엿봤다고 믿은 처음의 환희를 스스로 물거품으로 만들어야 했던 그의 슬픔을 말이다. 과학의 역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처절한 슬픔을 딛고 케플러는 결국 그 유명한 행성의 운동에 관한 3개의 법칙을 발견하게 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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