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1조·롯데 4000억… 상속세 고민 빠진 재계

 
 
기사공유

지난달 22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세대교체 속 상속세 문제 수면 위로… 완화 요구↑


재계가 상속세 고민에 빠졌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이끈 1·2세대 경영인들이 잇따라 별세하면서 이들이 남긴 막대한 재산을 어떻게 물려받느냐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선대가 보유한 회사 지분은 후대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세금 규모가 수백~수천억 단위를 넘어 최대 조 단위에 이르는 기업도 있어 취득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

◆‘조’ 단위에 이르는 상속세

국내 창업 1세대 경영인으로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일군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그룹의 상속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고 신 명예회장은 지난해 1분기 기준 국내에서 ▲롯데지주 3.1% ▲롯데칠성음료 1.3% ▲롯데쇼핑 0.93% ▲롯데제과 4.48%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롯데물산 지분 6.87%도 갖고 있다. 이들 지분의 가치는 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며 상속세는 2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 명예회장이 보유한 부동산과 일본 회사의 지분까지 합하면 상속세 규모는 40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다.

롯데 일가는 상속개시일(사망일)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한다. 이후 과세당국이 개인별 상속분에 따라 상속세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롯데 일가는 조만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상속세 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천문학적 규모의 상속세는 롯데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세대교체가 이뤄진 기업들도 상속세 납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광모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상속인들은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 별세로 9215억원의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납부키로 한 데 이어 지난해 말 구자경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7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하는 상황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도 지난해 부친의 별세로 2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앞서 한진그룹 2세들은 선친인 조중훈 전 한진그룹 명예회장이 남긴 해외재산에 대한 상속세 문제로 금융당국과 송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조 전 명예회장의 스위스 계좌 재산이 미신고된 것에 대해 2018년 4월 852억원의 상속세를 부과하자 처분이 부당하다며 불복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다.

아직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명목상 세대교체를 이룬 기업들에게도 상속세 해결은 커다란 과제이자 짐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국 상위 25개 그룹의 상속세는 총 약 24조1800억원이다.

이와 관련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에서 “한국 재벌가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성장시키며 부와 권력을 구축했으나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속세 완화 요구 속 신중론도

이 때문에 재계에선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을 낮추고 할증률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50%이며 회사의 경영권이 있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할 때는 ‘할증률’이 적용돼 세율이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지난해 정부가 경제활력 제고차원에서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할증률을 30%에서 20%로 낮추기로 세법을 개정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는 추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35개국 중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상속세가 없으며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등 11개국은 상속세를 시행했다가 폐지했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최대 할증률을 낮춰 기업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최대주주의 지분이 50%를 넘긴 대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나”라며 “세법 개정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할증률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업상속에 따른 세금을 공제해주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범위가 지나치게 한정적인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매출액 3000억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경우 최대 500억원까지 상속에 따른 세금을 공제해 주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개정 당시 적용 기준 요건을 10년에서 7년으로 낮췄지만 대상은 매출액 3000억원 이하를 유지했다.

임 부연구위원은 “제도의 취지는 원활한 승계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기여분이 경제성장에 선순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이를 중소기업에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가업상속공제를 대기업에도 적용해주는 대신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상속세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이 국가 경제발전에 충분히 기여한 부분이 있을 경우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 등을 명시화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이것이 특정 개별기업에 대한 혜택이나 특혜로 이어져선 안되며 무엇보다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1807.14하락 16.4618:03 04/08
  • 코스닥 : 607.37상승 0.4718:03 04/08
  • 원달러 : 1220.90하락 0.318:03 04/08
  • 두바이유 : 31.87하락 1.1818:03 04/08
  • 금 : 24.88상승 0.0118:03 04/08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