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와 ‘투기’ 사이에 낀 암호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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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대에 자산가들은 이익을 추구할 목적으로 실물자산이나 금융자산을 구입한다. 모험자본으로 불리는 사모펀드에 투자해 정기예금 이상의 수익률을 거두고 부동산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는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자산 가상화폐 투자도 인기다. 정부는 실수요자와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는 이들은 합법적인 '투자자'로 보는 반면 일정기간 후에 이익을 남기고 다시 파는 갭투자와 편법거래는 '투기꾼'으로 취급한다. <머니S>가 금융·부동산·가상화폐시장에서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알아봤다.<편집자주>

“재산권 침해 vs 범죄예방”
‘암호화폐 투기 근절책’ 헌재서 불꽃 공방

가상화폐(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던 2017년 12월 정부는 암호화폐 투기를 막기 위해 가상계좌 신규개설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로 지금까지 거래실명제를 실시한 특별대책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했는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진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16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등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심판대상은 정부가 암호화폐 투기를 근절하겠다며 2017년 말부터 내놓은 고강도 규제다.

헌재는 이날 다뤄진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정부 대책의 위헌 여부 등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암호화폐를 놓고 한쪽에선 투자를, 다른 한쪽에선 투기라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암호화폐, 투기냐 투자냐… 치열한 찬반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16일 오후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등이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사진=머니투데이 김현정 디자이너

정부는 2017년 12월28일 가상화폐 관련 부처 차관회의를 거친 뒤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이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암호화폐 거래 시 가상 계좌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본인 확인을 거친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이 허용됐다.

이와 관련해 청구인 측 대리인으로 직접 나선 정 변호사는 이날 헌재 공개변론에서 “암호화폐가 국민의 재산권이라는 점에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라며 “정부 대책으로 하여금 청구인들은 여러 제약을 받도록 강제됐다. 청구인들이 당시 제약을 받은 것은 정부 조치의 권력성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공권력 행사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국민 대의기관을 거쳐야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 측이 법에 준수해 대국민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률가 상식에 반(反)하는 황당한 주장이고, 논리의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 정부 측 대리인은 “암호화폐 거래가 익명성을 악용해 마약 거래 등 범죄에 이용된다면 추적 등에 많은 부작용이 야기될 수 있다”며 “정부는 금융기관과 협의해 여러 대책을 세운 것이고, 거래 실명제도 그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대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 이 사건은 각하돼야 한다”며 “혹여나 본안판단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기본권이 침해될 여지가 없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날 공개변론이 종료됐다.

◆해킹에 멍든 암호화폐 거래소… 신뢰도 회복이 ‘우선’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빗썸 고객상담센터. /사진=뉴스1

아직까진 암호화폐를 칼로 자른 듯이 투자와 투기로 분리해 정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의 공방과 별개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킹 구설수에 오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황이다. 일각에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가 지난해 11월 약 58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탈취 당했고 또 다른 거래소 빗썸 역시 해킹 피해를 당했다. 업비트는 지난 1월7일 보유한 자산으로 피해금액을 충당했다고 밝히면서 해킹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까진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장 보안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진 거래소들이 잇따라 암호화폐를 분실하는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를 넘어 암호화폐시장에 대한 불안감까지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만약 주식시장에서 한국거래소에서 해킹이 발생해 투자자들이 손해나 불편을 겪을 경우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최근 몇년간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이 결국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투자와 투기에 대한 정의보단 시장 참여자들의 투명성과 보완성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암호화폐 취급업소에서 발생한 해킹사건은 총 8건(업비트 해킹 제외)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암호호폐 유출 피해가 7건,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1건이다.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경제적 피해추정 규모(언론보도를 통한 추정)를 살펴보면 2017년 4월 발생한 해킹사고로 코인빈(야피존)은 약 55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으며, 같은해 12월 발생한 해킹사고로 유빗은 암호화폐 유출 등으로 약 170억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6월 코인레일 해킹사고 당시에는 약 500억원, 같은달 빗썸 해킹사고 당시에는 350억원 등 최근 3년간 암호화폐 취급업소 해킹사고로 약 1200억 이상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암호화폐 업계는 정부의 그림자 규제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업계획과 장기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사실상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투자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산업이지만 정부가 입장정리를 안하면서 향후 사업계획 추진이 늦어지고 있다”며 “사실상 규제가 없지만 은행(계좌연장 등)을 통해서 그림자 규제가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에선 암호화폐와 관련해 가이드라인 제시하는 등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에선 정부의 무입장으로 업계가 고사될 위기에 처해있다”고 토로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0호(2019년 2월4~1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ehryu@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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