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섬·섬·섬, 올망졸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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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하는 여수의 작은 섬들
여자만의 길목, 다정다감한 섬들


전남 여수 화정면 하화도의 명물인 꽃섬다리. 이 출렁다리는 섬의 막산과 큰산을 잇는다. /사진=박정웅 기자
전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엔 여자만(汝自灣)이 있다. 만의 깊숙한 안쪽 순천만(順天灣)까지 여자만 곳곳의 갯벌은 비옥하다. 찰진 갯벌이 내어준 대표적인 해산물은 꼬막이다. 또 오래전부터 식도락들의 입소문을 탄 갯것이 많았다. 짱뚱어, 칠게, 낚지, 장어는 꼬막과 더불어 여자만을 대표하는 갯것이다.

여자만과 잇댄 에피소드에 배꼽을 잡은 적이 있다. 싱싱한 여자만의 갯것을 앞세운 여자만이라는 음식점에 손님이 몰렸다. 이를 본 인근의 한 음식점이 같은 상호 대신 ‘남자만’을 내세웠다는 것. 한자 지명에서 비롯한 해프닝이야 어쨌든 여자만은 싱싱한 해산물이 자랑거리다.

여수 하화도 깻넘전망대를 찾은 여행객들. 멀리 고흥 나로도가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보다 너른 바다로 향하는 여자만의 길목엔 섬들이 많다. 여수 화정면의 뭍섬들로, 적금도·둔병도·조발도·낭도·사도·상화도·하화도·개도·제도 등이 있다. 이 중 하화도와 사도처럼 올망졸망한 섬을 주목하자. 한적하면서 오롯한 섬 여행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야생화의 향연, 꽃섬 가보셨나요

하화도(下花島)는 꽃섬으로 통한다. 이웃한 윗섬은 상화도(웃꽃섬·上花島)인데 섬 안팎에서 꽃섬은 하화도(아래꽃섬)를 가리킨다. 하화도엔 동백꽃과 진달래가 곱게 핀다. 선착장(하화항)과 얼굴을 맞댄 마을(하화리)은 섬 북쪽에 자리를 틀었다. 마을 뒤편 언덕에는 폐분교가 앞바다를 굽어본다. 마을의 뒤쪽인 섬 남쪽은 깎아지른 해식애가 발달했다.

하화도의 돌담과 벽화. 벽화 일부에는 아름다운 시가 적혀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섬을 드나드는 이가 드물기 때문에 선착장 초입의 마을은 배 시간에 활기를 띈다. 주민이 공동 운영하는 식당은 부침개와 막걸리 상차림에 분주하다. 벽화로 치장한 마을길에 여러 시들이 보인다. 그중 문태준 시인의 ‘섬’에 시선이 꽂힌다.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린다/ 누구든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이라 불리는 / 저 섬은…”

하화도에는 섬둘레길인 꽃섬길이 있다. 야생화는 꽃섬길에서 만난다. 선착장에서 오른쪽 해안선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물론 반대 방향으로 가도 된다. 북쪽 해안선(자갈도래 해수욕장)을 따라 야생화공원-큰굴삼거리-막산전망대(순환)-꽃섬다리(출렁다리)-깻넘전망대-큰산전망대-순넘밭넘전망대-정자-시짓골전망대(회귀)-낭끝전망대-선착장으로 돌아오면 된다. 약 6㎞ 거리로, 넉넉잡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에서 곧장 낭끝전망대로 향하는 지름길도 있다.

하화도 낭끝전망대 인근 공터의 피아노가 맞은편 개도를 배경으로 놓여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꽃섬길의 ‘핫플’은 서쪽 꽃섬다리와 동쪽 붉은 피아노 공터로 압축된다. 꽃섬다리는 막산과 큰산을 잇는 아찔한 높이의 출렁다리다. 발아래 해식애에, 또 바닷바람의 출렁임에 간담이 서늘하다. 그럼에도 다도해 전망은 꼭 챙기자. 동쪽 낭끝전망대 인근에는 섬에 생뚱맞은 풍경이 눈에 띈다. 너른 공터에 붉은색 칠을 한 그랜드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무덤과 마주보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이나 주변에 봄꽃이 만발하면 꽤 볼만한 포토존이 펼쳐지겠다.

◆바닷길 열리는 섬, 공룡이 산다

모래의 섬, 사도(沙島)는 공룡 발자국 화석지로 유명하다. 또 사도의 유명세엔 바다갈라짐 현상이 한몫한다. 양쪽에 바다를 거느린 양면해수욕장도 사도여행 명소다. 사도는 공룡이 검고 넓은 바위에 발도장을 찍어 놨다. 초식과 육식공룡 가릴 것 없다. 특히 이곳의 육식공룡 발자국 화석은 사도를 천연기념물로 만든 장본인이다. 사도는 그래서 공룡의 섬이다. 규화목과 다양한 연체동물 흔적도 많은데 공룡시대 화석은 약 3800점에 달한다.

사도의 티라노사우르스 조형물. 선착장 입구부터 이곳이 공룡의 섬임을 알린다. /사진=박정웅 기자
사도의 검고 너른 바위에 콕콕 찍힌 공룡 발자국들이 많다. /사진=박정웅 기자
사도의 바다갈라짐 현상은 매년 음년 정월 대보름, 2월 보름을 비롯해 한해 다섯차례 생긴다. 15미터 폭으로 790미터의 바닷길이 열린다. 바닷길은 사도를 중심으로 추도, 나끝, 연목, 중도, 증도, 장사도 등 7개 섬이 ‘ㄷ’자 형태로 열려 일대 장관을 이룬다.

물때를 맞출 수 없다면 양면해수욕장을 걸어보자. 백사장은 항상 드러나 있는 풀등 격이다. 백사장 양쪽으로 푸른 바다를 낀 풍광은 꽤 인상적이다. 건너편 섬은 증도로, 공룡화석지와 퇴적단층을 아우르는 자연사학습장이다. 이곳은 또 기암의 섬이다. 초입에는 거북바위가 반긴다. 얼굴바위, 용미암(용꼬리), 장군바위 등 형태 기이한 바위가 잇따라 펼쳐진다.

사도 양면해수욕장은 이색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사도 증도의 거북바위. 사도와 증도는 양면해수욕장이 잇는다. /사진=박정웅 기자
사도에도 둘레길이 있다. 사도선착장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사도선착장-공룡화석공원-분도해수욕장-마을길-공룡화석지-중도-양면해수욕장-증도(용미암) 구간이다. 공룡 화석지-증도 구간은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약 2시간 코스다. 또 공룡 화석지-사도선착장 구간은 사도해수욕장을 오른쪽에 낀 마을길로 보면 된다. 넓적한 돌들을 층층이 쌓아놓은 마을 돌담길은 문화재로 지정됐다. 돌담길 너머엔 밥맛 좋기로 소문난 민박집이 있다. 전화예약은 필수다.

◆화석, 왜 훔쳐가나… 두고보면 더 예쁜 섬

할머니 한분이 지키는 섬이 있다. 섬의 크기가 미꾸라지처럼 아주 작다는 추도(鰍島)다. 추도는 이웃한 낭도의 딸린 섬이다. 추도는 바닷길이 함께 열리는 맞은편 사도처럼 공룡의 섬이다. 특히 84미터 길이의 세계최대 공룡 보행렬 화석은 이 섬의 으뜸 자랑이다. 공룡화석지(천연기념물 제434호)와 셰일 퇴적층이 인상적인 추도는 섬 전체가 국가지정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추도의 마을 풍경. 문화재인 돌담과 어우러진 풍광이 인상적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뜯겨나간 흔적이 역력한 추도의 셰일. 일부 몰지각한 외지인들 때문에 추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하지만 인간의 탐욕이 섬을 사달 냈다. 인간의 눈에서 추도의 화석은 주로 셰일(이암)에서 발견된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이겠다. 셰일은 매우 물러서 파도와 바람 등 자연현상에 쉽게 훼손된다. 하지만 정작 추도가 몸살을 앓는 건 인간 때문이다. 오래 세월을 지켜온 공룡발자국은 사람들의 발부리에 무뎌졌다. 세계 최대규모의 보행렬도 많이 변형됐다. 데크와 같은 보행시설로 훼손을 막지 못한 점은 아쉽다.

더구나 공룡시대를 품은 셰일을 떼어가는 절도 행위가 횡행한다. 미꾸라지처럼 들어와 빠져나가는 도적을 누가 말리며 또 막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일까. 추도는 외지인을 반기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외지인을 가장 먼저 알아챈 개들은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상당한 거리를 뒀다. 추도는 사도에서 낚싯배를 이용하면 5분이면 닿는다.

◆하화도·사도·추도 여행팁

사도의 돌담길도 문화재로 지정됐다. /사진=박정웅 기자
화정면의 섬 여행은 백야대교로 뭍(화양면)과 다리로 연결된 백야도 선착장을 이용하면 편하다. 배편은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도 있지만 백야도가 더 가깝기 때문이다. 백야도-낭도 차도선은 제도-개도-하화도-상화도-사도-낭도를 오간다. 차도선의 배 시간을 잘 맞추면 하루 동안 화정면의 여러 섬을 둘러볼 수 있다.

백야도에서 하화도와 사도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차도선은 오전 8시와 11시30분, 오후 2시50분 하루 세차례 백야도를 떠난다. 기점인 낭도는 고흥과 여수를 잇는 연륙·연도교(고흥-적금도-낭도-둔병도-조발도-여수)가 닿는다. 슈퍼와 식당은 하화도에만 있다. 섬 여행 전 요깃거리를 챙기는 게 좋다. 사도의 민박집은 전화 예약하면 맛깔스러운 가정식을 즐길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1호(2019년 2월11~1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여수(전남)=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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