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닫는 기업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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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가뭄, 바늘구멍, 취업한파… 갈수록 좁아지는 국내 채용시장을 표현한 수식어들이다.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지만 경기침체와 노동정책 변화로 고용의 핵심 주체인 기업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올해도 극심한 채용난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머니S’는 올해 채용시장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고 고용 위축 원인과 트렌드 변화로 구직난이 심화되는 현상도 짚어봤다. <편집자주>

지난해 11월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리딩코리아, 월드클래스 잡 페스티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 /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올해 채용계획 저조… 실적부진 등 경영부담 증가 영향

채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친다. 경제 상황을 둘러싼 국내·외 불확실성이 일자리 창출 주체인 민간기업들의 경영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채용 규모 축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사정이 좋지 않다. 이 때문에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으로 민간기업의 고용창출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중소기업일수록 채용계획 저조

각종 설문조사를 토대로 각 구인·구직업체들이 내놓는 올 한해 기업들의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사람인’이 대기업 163곳, 중견기업 52곳, 중소기업 364곳 등 총 579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55.3%에 불과했다. 이는 2018년 75%에서 2년 새 20%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이다.

‘인크루트’가 대·중·소기업 831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졸 신입 채용 예정 조사에서도 47.3%만 계획을 갖고 있었다. 특히 대기업 71.1%, 중견기업 46.8%, 중소기업 30.8% 등으로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채용비중이 낮았다. ‘잡코리아’가 429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채용계획을 가진 곳이 절반에 못 미치는 49.0%였다.

기업들의 채용계획이 저조한 이유는 악화된 경기상황과 비용부담 때문이다. 사람인에 따르면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는 이유로 ▲현재 인력으로도 충분해서(40.8%, 복수응답) ▲업황이 좋지 않아서(32%) ▲인건비가 부담돼서(22.4%) 등을 꼽았다.

기업들은 현재 다양한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세계경기가 침체되고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주요 수출효자상품의 부진이 이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도 단행됐고 글로벌 경쟁심화, 불안정한 국제유가, 홍콩시위 등으로 주요 산업별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하락했다. 국내 최대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반토막이다.

정부의 노동정책도 기업들의 경영부담을 높였다는 지적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대비 2.9%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직전 2년간 인상률이 29%에 달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을 상쇄하진 못했다. 여기에 주52시간근로제마저 시행됐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어려우면 기업은 신규채용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노용시장 유연성은 떨어지는데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부담은 높아지기 때문에 기업은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신규고용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단축 등의 제도는 유보자금이 있는 대기업에겐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치명타를 입는다”며 “정부의 경제정책은 중소기업 채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패러다임 전환해야

올해도 세계경제의 불안정한 상황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란 예기치 못한 사태까지 발생하며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이에 따른 영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현지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부품을 공급받는 한국 제조업체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와 쌍용차 등 완성차업체는 일부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생산량 조정에 들어갔다.

생산라인 중단 범위가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은 신규채용은 커녕 기존 인력 감축까지도 고민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채용시장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기업들의 채용은 국내 전체 일자리의 양과 질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일자리수는 2342만개이며 이 중 민간기업 비중은 79.6%다. 특히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3.9%에 달한다.

사실상 국내 일자리의 대다수가 민간기업, 특히 중소기업에서 나오는 셈이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정부의 정책변화가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영한 교수는 “경제적 관점에서 정부의 지나친 개입은 고용시장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기업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임금 등의 정책은 한계계층에 대한 지원책임을 사실상 기업에 전가하는 비효율적 정책접근”이라며 “한계계층 지원책임은 정부의 몫인 만큼 고소득자의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올리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기업의 비용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종희 중소기업중앙회 청년희망일자리국 국장은 “중소기업의 일자리 문제는 대한민국 공동체사회의 문제라는 의식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복지국가로 가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나 미디어를 통해 정립된 중소기업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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