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나도 보험사기범?”…검은 손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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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보험사기 적발액만 8000억원.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 액수만도 수조원대에 이르며 보험사들이 시름한다. 잡고 또 잡아도 불어나는 보험사기범들은 오늘도 더욱 지능적이면서 조직화 된 방법으로 보험사를 괴롭힌다. 당국과 보험사도 보험사기를 줄이려 애쓰지만 효과가 영 신통찮다. 보험사기는 왜 줄어들지 않을까.[편집자주]

보험사기가 기승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총 37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110억원(3%) 늘어난 것이다. 

금감원이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적발한 주요 보험사기 사례를 보면 수법은 점점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 못된 상상력을 총동원한 보험사기 사례, 사기라고 인식하기 어려울 만큼 은밀하거나 황당한 보험사기 사례를 모아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총 373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미지투데이

◆ 감기 치료로 둔갑한 다이어트 주사
보험사기는 그 시대의 ‘대세’를 따라간다. 사기수법의 큰 틀은 바뀌지 않더라도 세부 내용이 달라지는 식이다.

“돈 필요한 사람 연락주세요”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연히 접한 게시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륜차 배달업체가 배달원을 고용한다는 내용의 SNS 광고 글이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업체에 연락한 A씨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면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보험사기에 손을 보태게 됐다.

A씨를 비롯한 혐의자들은 가해자·피해자, 동승자 등의 역할을 분담해 150건의 접촉사고를 고의로 일으키고 보험금을 나누어가졌다. 이른바 ‘배달업 보험사기단’을 조직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결실 중 하나로 꼽히는 배달대행 서비스조차 보험사기라는 적폐를 비껴가지 못한 형국이다.

해당 보험사기단을 적발 후 조사해보니 이들이 편취한 보험금은 총 3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담자도 200명에 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가 증가하면서 10대~20대 초반의 젊은 라이더들이 개입된 조직적 보험사기 제보 및 적발사례가 전국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을 가장한 조직적 보험사기가 사회문제화 될 것을 우려하며 “고의사고 등에 가담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지급보험금 환수 등의 형사처벌 및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이런 내용의 SNS 광고를 접하면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이어트를 하는 B씨는 실손 보험에서 보상하지 않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주사’를 맞았다. 이를 ‘감기 치료’ 등으로 허위 작성한 진단서와 진료비 영수증을 보험사에 제출해 보험료를 받아냈다.

B씨가 맞은 삭센다 주사가 감기 치료로 변모한 마법은 브로커와 병원들의 합작품이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 등은 이런 수법으로 보험금 5억여원을 가로챈 환자와 브로커, 의사 등 200여명을 적발했다. 자기관리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시대인 만큼 보험사기의 그림자가 미용시술 영역까지 마수를 뻗친 것이다.

B씨의 사례처럼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브로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실손 보험금을 부당 청구하는 일이 반복되면 나머지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는 인상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소비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 보험금으로 의료비용을 해결해 주겠다며 미용시술 등을 권유하는 브로커 등의 제안에 주의하고 진료내용과 다른 진료 확인서 등은 요구하지도 말고 받지도 말 것”을 강조했다.

◆포경수술시 1320만원 지급…피해는 누구 몫?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사기수법도 있다. 주로 보험사의 손해사정 과정상의 틈을 노렸거나 액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적은 죄의식을 동반하는 경우다. 일상에 깊숙이 자리한 탓에 보험사와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골칫덩이다.

빼어난 자기치유능력을 자랑하는 보험사기계의 ‘슈퍼맨’이 대표적이다. 크레인 적재함에서 추락한 C씨는 척추손상으로 인한 일상생활 기본동작(ADL‘s) 제한과 상하지 마비 진단을 받고 7곳의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 10억1000만원을 수령했다. C씨는 장해진단서상 일상생활이 불가능해 항상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C씨는 장해진단 2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운전대를 잡아 4회의 교통사고 냈고 19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아냈다. 당국은 장해진단 후 단기간에 차량을 운전한 것을 이상하게 여겨 C씨를 조사했고 C씨가 허위·과다 장해진단서를 발급 받아 보험금을 청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해 초 금감원은 C씨처럼 허위·과다 장해진단으로 고도장해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 사례를 적발해 혐의자 18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혐의자들은 교통사고, 상해, 질병으로 하지마비, 치매, 실명 등 장해진단을 받고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했다.

2. 허위·과다 장해 관련 보험사기는 혐의자가 의사와 사전에 공모하거나 브로커가 개입된 경우가 많다./사진=뉴시스

이 같은 허위·과다 장해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손해사정 과정에서 사기 여부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더 문제다. 혐의자가 의사와 사전에 공모하거나 브로커가 개입된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일상생활 중 발생한 신체나 재물 피해를 보상해주는 생활배상책임보험 가입자도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지기 쉽다. 실례로 D씨가 자신의 실수로 스마트폰 액정을 깨트렸는데, 이를 본 친구 E씨가 본인이 D씨의 스마트폰 액정을 깬 것처럼 사고내용을 조작해 보험금 30만원을 타냈다. E씨는 배상책임보험 가입자였다. 친구의 호의라도 사고내용을 조작해서 보험금을 수령하는 것은 엄연히 보험 사기죄에 해당한다.

사행성을 갖는 보험의 특성을 악용해 소비자를 유인한 사례도 있다. 한 보험설계사는 ‘포경수술플랜 1320만원 지급’ 따위의 자극적인 문구가 기재된 안내 자료를 활용해 포경수술도 고액보장이 가능하다고 유혹해서 소비자 대상으로 관련 상품에 가입시키고 허위 진단서를 통해 보험금 편취를 유도하다가 적발됐다.

위와 같은 보험사기로 발생한 보험금 누수 피해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몫이다. 파이는 정해져있는데 진짜 필요한 곳이 아니라 애먼 곳으로 돈이 새는 까닭이다.

문제는 누구나 보험사기에 가담할 수 있을 만큼 보험사기의 문턱이 낮다는 사실이다. 보험사기는 중범죄가 아니라는 인식 또한 ‘공돈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범죄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보니 주변의 유혹 등에 의해 사기에 쉽게 연루될 수 있다”며 “보험사기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의해 미수범도 처벌될 수 있으니 실수로라도 연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은혜 verdad89@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십니까. 머니S 진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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