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이맛이야… 겨울 끝자락 붙드는 참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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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뜨끈한 탕 한그릇, 겨울 속 데우네
한국관광공사 2월 추천 가볼만한 곳


전남 보성 벌교의 꼬막정식.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겨울 진미가 있다. 날이 추울수록 그 맛을 더하는 데 대표적인 제철음식이 꼬막이다. 꼬막은 바닷물이 찰수록 속살이 찰지게 오른다. 날이 따뜻해지면 꼬막 껍질은 이물질들로 미끈대는 데 이때부턴 잘 먹어야 본전이다. 탕으로 끓여내 해장에 으뜸으로 치는 식재료인 매생이 역시 겨울이 제철이다.

한국관광공사가 2월 추천 가볼만한 곳으로 겨울 별미와 함께하는 여행지를 꼽았다. 메밀전병과 콧등치기, 어죽, 꼬막, 매생이, 대구와 물메기의 참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다소 미적지근한 추위에 겨울 진미를 놓쳤다면 이번 기회를 챙겨보자. 2월, 겨울의 끝자락에 바삐 떠나야할 이유다.

◆메밀전병·콧등치기, 겨울시장의 미(味)담

콧등치기 메밀면 삶는 모습. /사진=한국관광공사
전통시장이 주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먹부림’이다. 강원도 전통시장은 지역 먹거리가 많아 여행을 한층 즐겁게 해준다. 특히 음식의 이름과 재료에 강원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도 일으킨다. 정선아리랑시장은 1999년 정선5일장관광열차(정선아리랑열차)가 개통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정선아리랑이 주는 정서의 공감대 못지않게 먹거리가 인기에 한몫했다. 척박한 땅에 꿋꿋이 뿌리 내린 메밀과 옥수수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먹던 음식은 여행자의 별미가 됐다. 면이 굵고 투박해 콧등을 친다해 붙여진 ‘콧등치기’나 옥수수 전분 모양이 올챙이처럼 생겨서 붙여진 ‘올챙이국수’는 훌륭한 맛을 자아낸다.

닮았으나 조금씩 다른 맛을 가진 영월서부시장의 메밀전병 맛집들. /사진=한국관광공사
영월서부시장에는 메밀전병 골목이 있다. 다닥다닥 붙은 메밀전집이 조금씩 다른 맛을 낸다. 특히 전을 부치는 모습을 보면서 먹는 맛은 특별하다. 영월서부시장은 최근 닭강정도 입소문 나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정선과 영월은 강원도 겨울 여행지로 손색없다. 아리힐스 스카이워크나 동강사진박물관은 꼭 들러야 할 곳이다. 아리랑브루어리와 젊은달와이파크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다.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예산 어죽

예산 어죽.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끓인 충남식 어죽이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충남 예산의 예당호 인근은 어죽으로 유명하다. 1964년 둘레 40㎞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은 농사짓다 틈틈이 모여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여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과 민물새우를 넣어 시원한 국물을 낸다. 여기에 불린 쌀,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깨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의 탄생이다. 지금도 예당호 일대에는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이 10여곳 있다.

1402m의 예당호 출렁다리는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아름다운 예당호를 걸어보자.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와 5.2㎞에 이르는 느린호수길이 있다. 예산의 대표 사찰인 수덕사에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고건축의 정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과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들러볼 만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에는 최근 새로 단장한 무료 족욕장이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겨울바다의 선물, 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벌교시장에 가득한 꼬막. /사진=한국관광공사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꼬막하면 떠오르는 곳이 바로 전남 보성의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이 좋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쫄깃하다. 일명 똥꼬막으로 불리는 새꼬막은 양식으로 대량 생산돼 저렴한 편이다. 이에 비해 참꼬막은 많이 나질 않아 비싸다.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재래종으로 제사상에 오르는 고급 꼬막이다. 벌교 읍내에는 데친 참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등 푸짐한 꼬막정식을 내는 식당이 많다.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무대다. 벌교역 앞으로 태백산맥 문학기행길이 조성돼 있다. 옛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 옛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배경을 두루 걸음해도 좋다.

장흥 매생이국.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사진=한국관광공사
벌교 옆 장흥에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매생이는 주로 탕으로 끓인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매생이를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억불산에 자리한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춰 고즈넉한 겨울 숲 산책을 즐기기 좋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

◆한려해상의 겨울 선물, 대구와 물메기탕

거제 외포항 포구의 대구. /사진=한국관광공사
경남 거제의 대구와 통영의 물메기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겨울 별미다.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거제 외포항으로 가보자. 전국 대구 출하량의 30%를 차지하던 포구에는 대구 조형물과 좌판이 늘어서 있다. 겨울 볕에 몸을 맡긴 대구가 줄지어 분위기를 돋운다. 외포항 식당은 대구탕, 대구튀김, 대구찜 등을 코스로 내놓는다. 생대구와 곤이가 듬뿍 들어간 대구탕은 담백하고 고소하다.

거제에 ‘입 큰’ 대구가 있다면, 이웃 통영에는 ‘못난’ 물메기가 있다. 이른 오전에 통영 서호시장을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물메기를 만날 수 있다. 못생겨서 한때 그물에 잡히면 버렸다는 물메기는 최근에 ‘금(金)메기’로 불리며 귀한 생선이 됐다. 중앙시장 횟집에서도 물메기탕을 맛볼 수 있다. 살이 연해 후루룩 마시면 몽실몽실한 살이 한입에 넘어간다.

통영 물메기탕. 뜨끈한 탕 한그릇이면 속이 확 풀린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외포항에서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두모몽돌해변은 호젓한 어촌과 자그마한 몽돌 해변을 간직한 곳으로, 거가대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가조도는 연륙교 옆에 조성된 수협효시공원 전망대와 노을이물드는언덕의 해질녘 풍경이 아름답다. 통영 봉평동의 봉수골은 미술관과 책방, 찻집, 게스트하우스 30여곳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2호(2019년 2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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