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집은 주거 수단일까? 주요 자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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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주거수단·주요자산 등 의미부여
'내집 마련해야 한다'는 비율 82.8% 달해


사람들은 주택을 저마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개인은 주택구입·리모델링·인테리어에 관한 의사결정이 달라지고, 건설업체는 주택평면구조 및 단지 설계가 달라지고, 위정자는 주택정책이 달라진다.

주택이 지니는 의미는 다양하지만 크게는 ‘주거 수단’, ‘주요한 자산’,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주거 수단’은 ▲‘안전하게 보호받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 ▲‘음식 준비, 식사, 세탁을 위한 공간’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자녀를 양육하는 공간’ 등으로 파악할 수 있다.

‘주요한 자산’으로 여길 때에는 ▲‘근로소득으로 모은 돈의 보존 수단’ ▲‘노후생계를 위한 월세 받는 수입원’ ▲‘시세 변동성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재산증식 수단’ 등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면 ▲‘나만의 사적인 공간’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경화씨는 최근 토크쇼에서 처음 집을 구매할 당시 얘기를 했다.

“2015년에 집들이 안 팔리고 저희 줄에만 네 집이 나와 있는거예요. 부동산 아저씨가 집값이 계속 떨어진다고 하고, 남편은 지금 사지 말고 전세로 갔다가 몸을 낮춘 다음에 오를 즈음에 사자는거예요. (저는) 우리가 이걸 투자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깔고 앉아서 자는 집이야. 오르건 내리건 우리는 그런 판단 하지 않는거야. 사야 돼… 저는 일단 사면 올랐는지 내렸는지 신경 안 쓰는데, 사자마자 몇개월 만에 반전돼 남편이 오늘 얼마까지 올랐데, 몇 달 뒤 또 얼마까지 올랐데...”

부부 사이 실제 이런 대화에서 남편은 집을 투자의 대상으로 보고 시세의 등락에 따라 매매를 결정하려던 반면 아내인 김경화씨는 집을 주거의 대상으로 보면서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부부의 의견이 서로 달랐지만 아내의 주장대로 안정된 거주처로서 집을 산 결과 재산 형성까지도 잘된 경우다.

이와 반대로 빚을 지나치게 많이 내서 집을 산 뒤 집값이 하락하면서 이자가 많이 나가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손절매한 사람들도 있다.

손절매한 뒤 다시 집값이 오르면 더더욱 속이 터진다. 자금조달을 무리하게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집을 단계적으로 넓혀 가기로 하고 욕심을 줄여 작은 평형의 싼 집을 샀어야 했다.

◆내집 필요성은 주거안정 때문

주거실태조사 결과(국토교통부, 2018년) 내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82.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 주거안정 때문(68.9%)이라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았으며 자산증식(6.2%)과 노후생활자금 활용(1.7%) 등이라는 응답 비율은 낮았다.

즉 주택을 투자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도 대부분은 안정적인 거주처로서 내집의 필요성을 느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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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다니는 것이 번거로워 내집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 임차가구 중 ‘계약기간 중 집주인이 나가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3.8%로 나타나 전·월세 주택시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거주하는 세입자가 많지는 않았다.

주택에 대한 의식은 세대에 따라 일반적으로 차이가 나타난다. 처한 환경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국토정책 브리프. No.665, 2018년).

젊을수록 주거이동률이 높고 평균 거주기간이 짧다. 청년층 1인가구는 2년 이내에 집을 옮긴 비율이 82.6%로서 전체 가구가 평균 36.9%인 데에 비하면 주거 불안정성이 매우 크다. 한집에 머무는 평균 거주기간이 노인은 11.4년, 중장년은 4.7년인 반면 청년 1인가구는 1.3년에 불과하다.

반면에 베이비부머인 5060세대는 내집이 있어도 노부모 부양과 자녀들 지원에 대한 부담을 이중적으로 짊어지는 반면 자녀로부터는 도움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은퇴 후에도 수익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근로소득을 얻기가 쉽지 않다.

체력 문제와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이 부족해 저임금 업무에 취업이 국한되며 연금은 충분치 않아서 부동산 임대소득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

1가구 다주택자의 상당수는 시세차익을 겨냥한 투자보다 임대수익이 목적이다. 나이가 많아지면 팔아서 시세차익을 목돈으로 현금화하는 것보다는 매달 쓸 수 있는 돈이 중요하다.

또한 현금성자산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물가상승으로 실질적 가치가 하락하므로 실물자산인 부동산을 통해서 자산가치가 보존되기를 바란다.

◆장년·청년세대 주거의식 비교

‘50+세대와 청년세대의 주거의식 및 요구 비교’(박은선 외, 2018년 11월) 보고서는 50플러스세대(만 50~65세)와 청년세대(25~39세)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수집된 주택소유 의식과 주거선택 시 영향을 미치는 결정요인 데이터를 수록했다.

‘귀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집의 의미는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대해 하나만 선택하게 한 경우는 ‘재산증식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응답률이 50플러스세대(0.4%), 청년세대(1.8%) 모두 미미했다.

즉 집을 재산증식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구입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같은 질문에 대해 2개 중복 응답한 경우에는 ‘집을 재산증식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0플러스세대(10.2%)가 청년세대(5.0%)보다 높았다.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내집에 살면서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투자효과까지 얻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집의 의미는 두 세대 모두가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가족과 함께하면서 휴식하는 공간’이다. 하나만 선택할 때 50플러스세대는 집이란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37.3%)이라는 응답자가 가장 많은 반면, 청년세대는 ‘안전하게 보호받는 공간’(33.3%)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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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다소 차이가 나타났다. 50플러스세대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59.6%)이라는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 반면, 청년세대는 ‘휴식의 공간’(56.2%)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30대 안에서도 ‘가족과 함께하는 공간’에 의미를 둔 30대 기혼 응답자(39.9%)가 미혼 응답자(15.3%)에 비해 2.5배 이상 많았다. 결혼 여부와 가족 구성원 수가 집의 의미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싱글족이 많아지는 시대에 보안이 취약한 원룸, 다가구주택보다 전월세가 비싸도 경비가 있고 보안시설이 잘돼 있는 오피스텔이나 소형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치동 등 교육환경 좋은 곳 이사 확대

‘자녀를 양육하는 공간’에는 자녀교육의 절정기가 지나간 50플러스세대(4.4%)보다 한창 자녀교육에 신경을 많이 쓰는 청년세대(11.4%)가 두배나 더 큰 의미를 둔다. 지난해 정부의 대입정책으로 대치동, 목동 등 교육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사 가려는 수요가 급증한 현상은 자녀 키우는 30대에서 많이 나타났다.

아파트 시세가 비싼 지역이므로 1216부동산대책에서 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거나 금지함에 따라 해당 지역 아파트를 매입하여 옮기지 못하고 전세로 들어가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어떤 30대 주부는 “매매가 힘들어 전세를 잡으려 공인중개사사무소에 전화 걸어 계약금부터 걸려 했지만 매물이 다 나갔네요. 이사를 못해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 키울 기회가 사라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라며 속상해했다.

‘나만의 사적인 공간’에 큰 의미를 두는 비율은 50플러스세대(14.2%)보다 청년세대(21.9%)에서 높게 나타났다.

나이가 적을수록 생활의 독립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단독이나 빌라 등에 비해 ‘나만의 사적인 공간’이라고 느껴지는 주택의 형태인 아파트를 더욱 선호하는 편이다.

요즘 알파룸을 만들어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하는 새 아파트들도 있다. 알파룸은 파우더룸, 드레스룸, 서재, 취미실 등 사적인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맞벌이부부가 많아지고 집에서 요리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음식 준비와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서 의미는 과거보다 약해지고 있다.

주택을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살고 있는 동네와 아파트를 드러내고 싶어한다.

소수이긴 하지만 50플러스세대(0.0%)보다 청년세대(1.8%)에서 SNS에 자신의 윤택한 생활을 담은 사진을 올리면서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주택이 갖는 의미도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2호(2019년 2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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