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10]코로나19로 연기된 부동산정책 경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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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뉴스1

‘땅값 더 오르면 조국 망한다’
부동산값 안정을 위한 한조국의 비망록

조국광장은 경자년(庚子年) 2월27일 아침 일찍부터 부산했다. 어조국 대통령이 이날 오전 10시 ‘부동산정책 경시대회’를 열겠다고 기해년(己亥年) 제야의 종 타종식 생방송에서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가장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제시한 사람 가운데 장원(壯元, 1등)은 대통령 직속의 청와대 부동산특별실장(장관급)으로, 방안(放眼, 2등)은 차관급, 탐화랑(探花郞, 3등)은 차관보급(1급) 특공(特公)으로 채용하겠다”(‘머니S’ 제627호 참조)는 약속에 따라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9시50분 조국광장은 입추의 여지없이 붐볐다. 응시자 좌석은 꽉 찼고 구경꾼들이 그 주위를 빽빽하게 에워쌌다. 응시생들은 입을 꽉 다문 채 긴장된 얼굴로 조용히 답안지 배포를 기다렸다. 시험관이 답안지를 배포하려는 순간 광화문 쪽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손으로는 연신 무엇인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두 팔을 허공에 벌려 ×자를 그리는 것 같았다.

◆코로나19가 뭐길래… 

답안지를 배포하려던 시험관이 움찔했다. 달려오던 사람은 쉬지 않고 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자를 그려댔다. 곧 그 사람이 도착했다. 너무 빨리 달려서인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잠시 밭은 숨을 여러번 내쉰 뒤 입을 열었다.

“사정이 생겨 오늘 부동산정책 경시대회는 무기한 연기합니다.”
“뭐라고요?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는데요. 누구한테서 온 지시입니까?”
“저 위에서요. 방금 전 VIP께서 연기하라는 서류에 서명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요? 저기 저렇게 답안지 배포를 기다리고 있는 응시자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요?”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 때문에 경시대회를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때까지 무기한 연기한다고 하시지요.”
“코로나19요? 그게 문제된 것이 벌써 달포가 넘었는데 그게 이유라면 어제 이전에 결정해 통보할 수 있었잖아요? 응시자들이 수긍할까요?”
“아 이 사람 왜 이렇게 앞뒤가 꽉 막혔어? 그러니까 평공들은 안된다는 말을 듣는 거야. 공무원의 존재이유가 뭔가? 절대복종 아닌가?”

시험 감독관과 달려온 사람과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앞줄에 앉았던 응시생들이 화를 내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경시대회를 무기한 연기한다네. 볼 일 없으니 돌아들 가게나”
“아니, 뭐야? 어조국 대통령이 새해 공개방송에서 한다고 해놓고 갑자기 연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말야?”
“낸들 아나? 내 그때부터 뭔가 수상하더라니. 그래도 속는 셈 치고 나와 봤더니 역시나구먼. 세상에 믿을 놈들 한 놈 없는 세상이네…”

한조국은 어이가 없었다. 두달 동안 좋아하는 등산도 포기한 채 모든 정성을 기울여 준비했는데 허탈했다. 갑자기 욱하며 뜨거운 것이 횡격막 근처부터 끓어올랐다. 한조국은 조국광장에서의 부동산정책 경시대회가 무산된 뒤 조국 유람에 나섰다.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무기연기라고는 하나 사실상 없던 일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미련을 두느니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미련은 불행의 씨앗’이란 것을 그동안 여러번 절실하게 체감했다. 주로 걷고 아주 가끔 버스를 타면서 100일 동안 조국 유람을 끝냈다.

◆한조국의 ‘부동산 비망록’

유람을 끝낸 한조국은 방에 틀어박혔다. 꼬박 7일 동안 ‘부동산 비망록’을 작성했다. 2월27일에 경시대회가 예정대로 열렸다면 한조국은 아래와 같은 비망록을 바탕으로 멋진 한편의 ‘참효정’(참신성과 효과성을 갖춘 정책) 완성해 조국의 희망을 쏴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조국은 1000년 만에 한번 올법한 좋은 기회를 놓쳤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과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데 국민의 신뢰를 잃어 시기마저 흘려버렸다. 그 뒤 조국 국민들은 상당히 오랫동안 부동산 값 상승의 멍에로 신음해야 했다.

부동산 비망록
1.어조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
-부동산 정책 자체의 한계
수요억제에 치중: 명제1. 수요는 정책으로 막지 못한다.
전가(轉嫁) 미해결: 명제2. 있는 사람의 전가로 없는 사람은 항상 피해 본다.
공급 중요성 소홀: 명제3. 공급 확대 없이 가격 안정 없다.
-여타 정책과의 부조화
교육정책과의 조화: 명제4. 입시학원 살찌우는 수능제도가 주택 값 부추긴다.
금융정책과의 조화: 명제5. 금리인하와 통화 공급 확대는 절대로 주택 값 안정과 양립할 수 없다.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
차별성 거의 없음: 명제6. 정부 내 구멍이 ‘참효정’ 떨어뜨린다.

2.부동산의 참효성 제고
-금융정책과의 협조
금리인상 통화공급 축소: 명제7. 고통 없이 문제 해결 없다.
담보대출 관행 개선: 명제8. 신용이 담보보다 낫다.
-조세정책과의 협조
보유세 양도세 조화: 명제9.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문다.
조세 전가문제 해결: 명제10. 두더지 잡기로는 주택 값 잡을 수 없다.
-교육정책과의 협조
교육부-입시학원 컴플렉스 파괴: 명제11. 조국 부동산 문제는 입시 문제다.
고교평준화 수능 개선: 명제12. 평준화가 교육 기회 차별 부른다.
-부동산 정책 자체의 진화
인식 대전환: 명제13. 부동산 문제는 모든 경제정책의 총화다.

3.대통령 긴급명령 발동
-긴급명령 필요성
예고 없는 시행 필요: 명제14. 위에는 정책 있고 아래는 대책 있다.
입법 과정의 비효율: 명제15. 주택 값은 국회 법 통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긴급명령 당위성
집값 안정 절실: 명제16. 땅값 더 오르면 조국 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3호(2019년 2월25일~3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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