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의 정규직 설계사 실험..월급 받는 ‘보험왕’ 탄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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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라이프가 정규직 보험상담매니저 채용 설명회를 개최한 모습./사진=피플라이프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에 설계사로 입사 후 1년 이상 생존한 비율은 38.2%에 불과했다. 10명이 입사하면 6~7명이 그만두고 3~4명만 생존한다는 얘기다. 대부분 1년간 친인척 위주의 인맥영업을 하다 한계를 느끼고 이 업계를 떠난다. 그 속에서 살아남은 30~40%도 2~3년 이후에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결국 살아남은 상위 10%만이 보험설계사로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다.

하지만 설계사가 정규직이라면 어땠을까. 수당제 속에서 늘 생계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는 설계사들에게 정기 수입이 있다면 생존율은 더 높아졌을 수 있다. 1~2년 후 영업에 눈을 떠 우수한 설계사로 거듭났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근 보험사가 아닌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이 정규직 설계사 채용에 나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미 전체 설계사 수로는 보험사를 뛰어넘은 GA업계가 설계사 정규직을 먼저 도입하고 나선 것. 하지만 보험업계는 ‘응원’의 심정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지배적이다. ‘정규직 설계사 도입’은 실험으로 끝을 맺게 될까.

◆기본급 받는 설계사 등장

최근 대형GA 피플라이프는 정규직 설계사(EFA)를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기본급은 연 3000만원(월 250만원)이며 업적 달성 규모에 따른 성과수수료와 내부 시책에 따라 별도 금액을 추가 지급한다. 정규직인 만큼 4대보험, 퇴직금까지 보장된다. 피플라이프 측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합하면 연봉 1억원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대졸자, 취준생 등을 집중 채용하고 설계사 경력자도 뽑는다. 피플라이프는 올해 500명, 내년 1000명, 2022년 2000명까지 정규직 설계사를 채용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GA가 정규직 설계사 채용 시도에 나선 적은 있지만 채용규모도 소수였고 지속성도 떨어졌다. 보험사는 채용이 아닌 전환을 시도했다.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대졸설계사 중 영업실적이 좋은 소수의 인원을 매니저(점포장)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었다. 푸본현대생명도 현대라이프 시절, 보험설계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피플라이프처럼 대규모 공채형식으로 수백여명의 정규직 설계사를 뽑는 시도는 사실상 처음이다.

피플라이프는 정규직 설계사들의 안정적인 영업정착을 위해 매달 20개의 고객DB(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실적에 따라서는 최대 40개까지도 DB를 제공해 설계사가 고객 상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피플라이프 관계자는 “내방형 점포인 보험클리닉 매니저(설계사)와 현장 설계사 모두를 채용 중”이라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생각보다 지원자가 많은 상태”라고 밝혔다.

대형GA인 리치앤코 역시 내방형 점포 ‘굿리치라운지’의 매니저(설계사)를 정규직으로 뽑고 있다. 리치앤코 측은 “상주 매니저 모두 보험판매자격증을 취득한 상태”라며 “현재 7곳인 굿리치라운지를 연내 50개까지 늘릴 예정이라 매니저 수요가 많다. 매월 정기적으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플라이프와 리치앤코가 정규직 설계사를 뽑은 배경에는 ‘내방형 점포의 성장’이 자리한다. 보험클리닉과 굿리치라운지는 점포에서 보험금청구, 보험분석, 진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보험을 ‘설계사가 찾아가는 서비스’가 아닌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내 보험을 리모델링하는 트렌드’로 바꾸고 있다. 방문자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매니저들의 실적이 상승했다. 피플라이프는 1인당 생산성이 100만원에 이른다. 회사입장에서는 ‘정규직 설계사 채용’을 고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험 수준에서 끝날 것”

보험업계 반응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같은 GA업계에서는 ‘기업형GA’만 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입을 모은다. 피플라이프와 리치앤코는 본사 주도하에 영업지원, 통합관리에 나서는 기업형GA다. 여러지사가 합쳐져 있는 ‘연합형GA’의 경우 대표만 몇십명이라 의견일치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내 매출기준, GA업계 1~5위권 업체는 모두 연합형GA다. 이들은 여러지사가 합쳐져 설계사수가 1만명을 넘거나 육박하는 등 몸집이 ‘공룡’급이다. 다만 한가지 정책을 여러 지사에 도입하는 부분은 기업형GA보다 미흡할 수 있다.

GA업체 관계자는 “기업형GA는 오너가 판단을 내리면 바로 정책이 추진되는 구조”라며 “연합형은 여러 지사장들의 이권 다툼이 상상을 초월한다. 의견일치 자체가 힘들다. 정규직 설계사를 도입해도 일관된 방향으로 추진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험사 전속, GA 구분없이 보험설계사들은 이번 ‘정규직 설계사’ 도입 자체에 박수를 보낸다는 분위기다. 기본급 없이 영업현장을 발로 뛰며 늘 생계를 걱정하는 설계사 입장에서 이러한 시도는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보험사들은 GA의 정규직 설계사 도입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규직 채용을 선호하는 현 정권 분위기가 있지만 설계사는 특수한 직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A보험사 관계자는 “대면채널, 즉 설계사가 벌어오는 매출 중 70% 이상은 상위 10% 설계사가 벌어온다”며 “그들이 매달 월급을 정기적으로 받는 정규직이였다면 보험왕이 가능했을까. 보험사 입장에서 매출 30%를 벌어오는 설계사를 위해 정규직을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100% 수당제가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설계사들의 영업의욕을 고취시켜 보험왕을 탄생시켰다는 논리다.

물론 보험사들도 철새설계사, 고아계약, 불완전판매 등의 원인이 상당부분 ‘수당제’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도 공감했다. 하지만 당장 설계사를 정규직화하는 문제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4대보험료 부담만 회사별로 수백억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신규 정규직 설계사와 기존 비정규직 설계사의 수수료 책정이 다를 수밖에 없어 영업현장에서 불필요한 갈등이 야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보험업 환경에서 정규직 설계사가 나오려면 넘어야할 난관이 너무 많다”며 “순익이 크게 감소하는 보험사들에게 정규직 설계사 도입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GA의 이번시도도 ‘정규직 설계사 실험’ 정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3호(2020년 2월25일~3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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