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출구전략 '빨간불'] 문제는 대출?… 12·16 '신의 한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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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출범 2년 반, 국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한 각종 부동산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로 서울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사진=머니S
문재인정부 출범 2년 반, 국민 주거안정을 목표로 한 각종 부동산세금 인상과 대출 규제로 서울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집값 하락이 예상돼 무리하게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집을 살 유인이 줄어들었다. 반대로 세부담이 늘어난 집주인들은 올 6월 양도소득세 중과 재시행 전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만성적인 공급난을 겪던 서울 주택시장의 수급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이 하락할 경우 각종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말 경제위기가 올까. 서울 시민에게 아파트 중위가격 9억원은 어떤 의미일까. ‘머니S’는 혼란에 빠진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상황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주택시장 출구전략 '빨간불'] ① 양도세 D-4개월, 수급 불균형 역전

#. 서울 마포에 사는 유지은씨(가명·35)는 5살과 3살 자녀를 둔 결혼 6년 차의 전업주부다. 유씨의 시부모는 상장 중소기업 창업주다. 이들은 유씨 부부에게 결혼자금과 전세금, 생활비 등 금전적 지원을 해줬지만 집 만큼은 아이 둘을 낳고 결혼생활이 안정되는 시점에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사주겠다고 했다. 지난해 초 시부모와 논의했던 주택 매입 시점은 올해였다. 하지만 얼마 전 유씨의 시부모는 주택 매입 시점을 몇년 늦추자고 했다. 무엇보다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올 들어 주택시장은 이전과 다른 양상으로 바뀌었다. 정부의 대출규제로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주택 밀집지역의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굳이 이런 시점에 집을 사지 말고 좀 더 지켜보자는 게 시어머니의 의견이었다. 때문에 유씨 부부는 올해 계약 만료되는 전셋집을 좀 더 이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문재인정부 출범 4년 차, 보유세를 중심으로 한 세금 강화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에도 꿈쩍 않던 서울 아파트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서울시내 아파트 중간가격 수준인 9억원 초과 물량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틀어막는 등 대출 규제를 시행한 결과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가 주택구입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함으로써 부모 등으로부터 물려받는 증여세 부담이 커졌다. 조정 국면에서 무리하게 고액의 세금까지 부담하며 집을 살 유인이 줄어든 것이다.

◆대출·세금 부담 늘려 수요 차단

정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을 통해 9억원 초과 주택의 LTV를 축소했다. 9억원까지는 종전처럼 40%까지 인정해 주되, 9억원 초과분은 대출비율을 20%로 줄였다. 12억원짜리 집을 매입할 경우 그동안은 4억8000만원까지 은행 대출이 가능했지만, 제도 시행 후 대출 한도는 4억2000만원으로 줄었다. 15억원 초과 집은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금지됐다.

이보다 더 큰 부담은 주택자금 출처 조사다.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현금을 증여받을 때 증여세율은 ▲5000만원 이하 면제 ▲5000만~1억원 10% ▲1억~5억원 20% ▲5억~10억원 30% ▲10억~30억원 40% 등이다. 만약 12억원짜리 집을 살 때 전액 증여받는 경우 2억7900만원의 증여세(공제액 감안)를 내야 한다. 여기에 4000여만원에 달하는 취·등록세까지 감안하면 실제 소요 비용은 15억2000만원에 가깝다.

이 경우 적어도 30%가량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원금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탈세의 유혹이 생기는 이유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구매 시 증여세 부담 등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수요 감소는 실제 통계에서 드러난다. 12·16대책 이후 지난 1월 서울의 9억원 초과 아파트는 거래량과 거래비중이 모두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114가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한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439건을 기록, 전달의 7532건에 비해 80.9% 급감했다. 아파트 거래건수는 지난해 9월 6997건, 10월 1만1515건, 11월 1만1479건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해오다 12월과 올 1월 대폭 감소했다.

눈에 띄는 것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비중이다. 지난해 전체 아파트 대비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비중은 ▲9월 32.5%(2277건) ▲10월 31.8%(3660건) ▲11월 30.3%(3473건) 등으로 30%대를 유지하다가 12월 23.1%(1740건)로 감소한 데 이어 올 1월엔 12.9%(186건)까지 줄었다.

고가아파트가 밀집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거래비중이 ▲강남 91.2%→69.7% ▲서초 88.3%→75.0% ▲송파 64.0%→46.2% 등으로 감소했다.

◆뒤집어진 ‘수급 불균형’… 매도자→매수자 우위

집을 살 유인책은 떨어졌지만 반대로 팔아야 하는 이유는 늘어났다. 정부는 올 6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재시행키로 했다.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집을 6월 전 매도할 경우 양도세 중과가 유예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해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집을 팔면 일시적으로 세금을 줄여줘 부동산 처분을 유도한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완화해줘 보유세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확률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집을 내놓더라도 팔리지 않을 공산이 커졌다는 점이다. 대출과 세부담 증가로 매수 수요를 차단한 상황에서 집주인의 출구전략마저 막힌 셈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6월 내 매도를 원하지만 집값 하락을 예상하는 수요자가 대기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호가가 뚝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수요-공급 불균형, 즉 공급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는데 반대로 수요가 부족한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재건축 예정 아파트인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76㎡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 신고액은 올 1월4일 올라온 18억8560만원(3층)이다. 실거래가 신고는 거래 계약체결 후 60일 이내 해야 한다.(2020년 2월21일부터 30일 이내로 변경) 현재 같은 면적 저층 급매물 호가는 이보다 2000만~3000만원가량 낮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액은 22억원(13층)으로, 현재 같은 주택형 급매물 호가는 20억원대 중반 수준이다.

재건축과 상관없는 단지들도 실거래가가 하락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08년 입주한 강남구 ‘삼성힐스테이트1단지’ 전용면적 84㎡(10층)는 지난 7일 23억5000만원에 신고됐다. 현재 같은 면적 고층 물건 호가는 21억원까지 내렸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값은 12·16대책 이후 상승폭이 둔화됐고 강남3구의 경우 설 연휴 이후 계속 하락세”라며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조만간 서울시내 전체 아파트값 평균 변동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3호(2019년 2월25일~3월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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