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업무 안하는 한국감정원… 24일 법안심사소위서 '사명 변경'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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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이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한국감정원의 공시가격 조사업무에 대한 비전문성 논란이 일었다. /사진=뉴스1

이달 24일 오전 10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한국감정원의 사명을 변경하는 내용의 '한국감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한다. 사실상 4월 총선 전 열리는 마지막 법안심사소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안 처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내놓은 한국감정원법 개정안은 모두 3건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국부동산조사원'을 변경 사명으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도 같은 해 8월 '한국부동산원'이란 이름을 개정안으로 발의했고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부동산표준원'을 접수했다.

한국감정원은 1969년 금융기관의 담보물 감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이자 금융기관과 정부 출자로 설립돼 현재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감정원의 사명 변경이 논의된 건 약 5년 전인 2015년. 1989년 국가전문자격증인 '감정평가사' 제도가 도입되며 민간 감정평가법인이 급증하고 2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감정원과 감정평가사들 간 갈등이 지속됐다.

정부의 감정원 민영화 시도가 수차례 노조 반발로 저지되자 국토부는 결국 '감정평가 선진화방안'을 마련했다. 감정평가는 민간 감정업계가, 아파트 공시가격 등 공적 통계 업무는 감정원이 각각 전담하도록 한 것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학규 감정원장도 감정원의 사명 변경을 기정사실화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 참석, "지금 감정원이 하는 일과 '감정원'이란 이름이 부합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적당한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정원과 노조는 여전히 사명 변경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감정원 사명에 사용된 '감정'이란 용어로 인해 국민은 물론 관련업계 종사자들 조차 혼란이 초래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지난해 말 성명서를 통해 "국토부가 감정원을 이익단체 로비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한국감정원법 개정안 폐기를 주장했다.

감정원 노조는 지난해 4월 공시가격제도를 비판한 한 대학 교수에 대해 "근거없이 감정원 직원들을 비전문가로 매도한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비전문성 논란이 제기된 원인은 감정원 내 감정평가사가 지사 직원 398명 가운데 30% 수준이기 때문이다.

해당 교수는 "감정원이 공시가격 평가가 아닌 '산정'이란 용어를 쓰는데 이는 실거래가의 평균을 뜻한다"며 "이를 공시가격 기준으로 삼는 건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비정상적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해외 콘퍼런스 등에서 "비용을 최소화하는 관행이 쓰레기 데이터(junk data)를 생산한다"며 "감정원이 실거래가의 일정비율을 공시가격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정공식을 외부에 알린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수는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국민이 납부해야 할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부동산가격을 산정하는 감정원이 정부 의지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급상승하며 일부 단지에서 오류가 발생했고 감정원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토부 감사를 받았다.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은 셈이다.

이런 상황에 아파트 청약시스템 업무가 금융결제원에서 감정원으로 이관되고 '부동산 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도 감정원 내 설치되며 여러 민간단체와의 갈등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으로 설치된 신고센터는 감정원이 운영하며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감시를 수행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감정원의 줄어든 밥그릇을 감안, 일감을 늘려주기 위해 민간 업무를 빼앗아 준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명 변경과 관련해 감정원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머니S'는 감정원 측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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