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목줄 쥔 인천공항 “상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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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발길 끊어진 인천공항면세점. /사진=뉴스1 DB
코로나19에 발길 끊어진 인천공항면세점. /사진=뉴스1 DB

15년 연속 흑자. 5년 연속 전세계 면세점 매출 1위. 인천국제공항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인천공항이 이 같은 명성을 얻게 된 건 임대수익의 영향이 지배적이다. 인천공항공사 수익구조는 본업인 항공수익에 비해 임대료 같은 비항공수익의 비중이 2배 더 높다. 그중에서도 1조원에 이르는 면세점 임대료가 공사의 수익에 기여한 바가 크다.

그간 면세업계는 인천공항 입찰을 위한 ‘쩐의 전쟁’을 벌였고 덕분에 공사는 쏠쏠한 임대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정작 공사는 코로나19로 촉발된 면세업계의 위기를 나몰라라 한다. 당장 공항에 발길이 끊기더라도 임대료로 먹고 사는 공사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없어서다.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로 수익을 창출하는 반면 유관산업과의 상생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임대료 횡포’에… 사상 첫 유찰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전 사상 첫 유찰은 업계가 처한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달 27일 마감된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에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 등 4개 업체가 참여했다. 예상대로 대기업 면세 사업자가 모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대기업의 입찰 대상 구역은 ▲DF2(화장품·향수) ▲DF3(주류·담배·포장식품) ▲DF4(주류·담배) ▲DF6(패션·잡화) ▲DF7(패션·잡화) 등 5개 사업권. 하지만 이중 DF2와 DF6 2곳의 입찰이 유찰됐다. DF6는 현대백화점면세점만 입찰해 경쟁 입찰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 

DF2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이변이 발생했다. 이 구역은 공항 면세점 중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노른자’로 업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만큼 높은 임대료를 각오한 사업자는 없었다. 인천공사가 이번에 제시한 DF2 낙찰가는 1차년도 1161억원으로 5년 만에 22% 올랐다.

그동안 면세업계는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시내 면세점에서 수익을 올리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전세계 1위라는 상징성과 홍보 효과, 해외 진출을 위한 교두보 등의 이점이 있어서다. 하지만 결국 인천공항의 높은 임대료 부담이 업계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최소 임대료가 부담돼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유찰은 업계가 그만큼 어렵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전부터 인천공항은 살인적인 임대료로 악명이 자자했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15년 6139억원에서 지난해 1조761억원으로 5년 만에 75.3% 급증했다. 

면세업계의 업황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면세사업자는 공사에 낙찰가를 매달 고정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공항 면세점 매출액에 영업요율을 곱한 금액이 최소보장액보다 높을 경우 차액을 추가로 공사에 납부한다. 즉 면세점에 손님이 없어도 공사는 최소보장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공사가 높은 임대료를 고집하는 건 임대수익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수익구조 때문이다. 2018년 공사 총수익 2조6511억원 가운데 항공수익은 33.7%인 8922억원, 비항공수익은 66.3%인 1조7589억원을 기록했다. 비항공수익 중 상업시설 임대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2.4%이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면세점 임대료에서 나온다. 

인천공항은 살인적인 임대료로 악명이 높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15년 6139억원에서 지난해 1조761억원으로 5년 만에 75.3% 급증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천공항은 살인적인 임대료로 악명이 높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2015년 6139억원에서 지난해 1조761억원으로 5년 만에 75.3% 급증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인천공항, ‘착한 임대인’ 못 되나

높은 임대료 부담을 못 이긴 결국 면세업계는 최근 공항공사에 상생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매출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법무부·여신금융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면세점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떨어졌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달 공사에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임대료를 감면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공사 측은 면세점 매장 영업시간 조정과 심야시간 축소 운영을 제안하면서 임대료 인하에 대해서는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이는 해외 일부 공항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6개월간 면세점 임대료를 최대 50%까지 감면하기로 했다. 태국 내 6개 공항도 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면세점 월 임대료의 20%가량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중소 면세 사업자를 대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대기업·중견기업 면세점의 반발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3종 세트’를 발표하며 인천공항공사 임대료 감면 대책을 내놨다.

임대료 지원 대상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중소기업 기본법’상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임차인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혜택을 적용받는 건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두곳뿐이다. 

업계에서는 인천공항공사의 임대료 수입에서 중소업체의 비중이 작다는 점에서 ‘생색내기’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 수입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의 비중은 8.5%(915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공사 수익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대기업도 생사기로에 놓였다. 모두가 어려운상황에서 특정한 곳에만 혜택을 주는 건 차별”이라며 “오히려 대기업이 임대료를 더 많이 내는데 수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건 생색내기 대책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 기간과 대상 등을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취지가 소상공인을 돕는 데 맞춰져 있는 만큼 중소업체로 지원 대상을 한정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5호(2020년 3월10~1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경은
김경은 silver@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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