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춘래불사춘, 봄꽃 피기 전 말라붙은 여행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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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전남 구례군 산동마을에 꽃망울 연 산수유꽃. 산수유는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의 시구에서 처럼 해열제로 쓰였다. 이 시구는 이제 머릿속 구문으로 맴돌았다. /사진=박정웅 기자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난달 지리산 남쪽 산동마을에 봄을 알리는 산수유꽃이 꽃망울을 하나둘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급습한 이번 봄은 한겨울로 다시 시계를 되돌렸다.

지난 2월, 산동마을에서 코로나19가 먼지처럼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빌었다. 고즈넉한 섬진강 풍경에 물길 따라 필 산수유꽃, 매화꽃, 벚꽃의 향연을 은근히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슈퍼전파자’로 지목된 신천지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바람과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특히 여행업계는 혹독한 겨울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인천공항에서 하루 1000명 이상 내보는데 요즘은 10명도 채 안돼요. 여행상품 문의가 없는 마당에 직원들은 유급휴직에 들어갔어요.”

11일 종합여행사의 관계자가 깊은 한숨을 지었다. 산업 전 분야에 코로나19의 불똥이 옮겨 붙은 가운데 직격탄을 맞은 여행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그는 “손님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도 찝찝하다. 예고 없이 변하는 현지의 입국제한 카드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며 “국내 상황이 갑갑해 떠나려는 이들도 이제는 마음을 접은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예약 문의는 없어지는 반면 4월 이후 출발 상품마저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했다.



유급휴직? “무급휴직-정리해고 수순 밟지 않겠냐”


지난 6일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구역이 여행객 급감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가 강타한 여행업계의 실적은 2월 해외여행 수요에서도 읽을 수 있다. 종합여행사 1, 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실적은 각각 전년동월대비 84.5%와 77% 감소했다. 나라 안팎에 몰아닥친 코로나19가 여행심리를 꺾은 탓이다.

나가려는 이가 없고 받아주는 곳도 드물어진 여행업계, 특히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의 고심은 크다. 코로나19가 세계 대유행(팬데믹) 조짐을 보이면서 올 상반기는 고사하고 하반기까지 막막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에서다.

때문에 여행사들은 규모 가릴 것 없이 구조조정에 들어갈 거라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한달 이상 재택근무 중이라는 여행사의 관계자는 “말이 좋아 유연근무제이지 곧 정리해고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생계가 막막해 미리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긴 하지만 여의치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우리는 그나마 사정이 좋아 유급휴직을 했다. 동료들 사이에는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회사 사정이 좋아질 여지가 없으니 결국 ‘유급휴직, 무급휴직, 정리해고’ 순서를 따르지 않겠냐”고 푸념했다.



속 터지는 여행사들, 봄꽃 피기 전 말라붙은 기대


지난달 22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에 하얀 매화꽃이 폈다. 광양시가 이 일대에서 개최하기로 한 매화꽃축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사진=박정웅 기자
전국 곳곳으로 향하는 버스 행렬은 이번 봄에는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봄꽃 축제는 취소됐다. 노령 인구가 많은 지방에선 외래객을 반기지 않은 분위기다. 축제를 취소한 지자체는 지역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전세버스의 단골인 산악회의 활동도 감소하다 보니 버스전문 여행사들도 울상이다. 전세버스뿐만이 아니다. 백두대간 협곡, 남도의 미식여행을 떠나던 관광열차는 역사에 갇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이처럼 국내여행사들도 죽을 맛이다. 직원 10여명으로 기차와 버스 투어를 진행해온 한 여행사 대표는 “1월말 설 연휴를 기점으로 예약 취소 문의가 들어오던 것이 2월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줄을 잇더니 3월 현재 모객은 아예 없다”며 회사 사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함께 고생해온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그만두게 할 수 없지 않냐”면서 “다만 매달 갱신하는 유급휴직이 이어질는지, 또 최대 6개월이라는 유급휴직 기간 내에 코로나19가 진정될지도 미지수”라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국내여행업을 하는 여행사의 대표는 “문체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 특별융자를 준비했는데 이마저도 탈락한다면 폐업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더라도 여행 갈 분위기가 다시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휴직에 든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회사의 융자와 정부의 지원을 앉아서만 기다릴 수 없다’며 택배시장에 나갔다 한다. 여행업은 감염병의 피해가 직접적이어서 정부의 추경에 영세한 여행업계의 사정이 반영됐으면 좋겠다”며 정부의 관심을 요청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 발생시에는 ‘국번없이 1339’
 

박정웅 parkjo@mt.co.kr  | twitter facebook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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