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길 막히나”… 한일관계 요동에 재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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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취항 30년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항공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취항 30년만에 일본 전 노선의 운항을 중단한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아시아나항공 발권 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양국 입국규제 강화로 교류 난항… 경제협력 올스톱 위기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돈다. 일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규제를 강화한 데 대해 한국정부도 동일 수준의 맞대응을 펼치면서 양국 간 감정싸움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지난해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이후 해결책을 찾으려던 양국 관계에 또다시 비상등이 켜지면서 한일 경제계 간 협력과 사업추진도 난항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벼랑 끝에 선 한일 경제협력


한국과 일본은 지난 9일 0시부터 31일까지 양국에 대한 무비자입국 허용을 취소하기로 했다. 기존에 발급된 단수·복수 사증(비자)의 효력도 정지됐으며 신규 사증발급 심사는 강화됐다.

양국 국민이 상대국에 입국할 경우 특별입국절차를 거쳐야 하고 14일간 격리 조치된다. 이는 일본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인의 입국규제를 강화하자 한국정부도 똑같이 맞대응을 펼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조치로 인해 양국 간 왕래가 사실상 일시중단 되면서 국내 재계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7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시행한 직후에도 양국의 경제교류나 기업인의 입국 자체가 규제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한일 경제계의 소통이나 위기극복 협력의 길은 열려 있었다.

실제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는 수출규제 문제가 불거진 지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고 양국 정치외교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민간교류, 특히 경제교류만큼은 활발히 지속해나가자는 데 뜻을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입국제한 조치는 인적 교류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어서 수출규제 당시보다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한일 경제인 간 교류도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한일경제협회는 지난 12~13일 이틀간 일본 도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일신산업무역회의를 취소하고 재개시점을 무기한 연기했다. 비자면제가 중단되고 항공노선이 끊겨 일본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오는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52회 한국경제인회의도 개최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조덕묘 한일경제협회 사무국장은 “올해 열리는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구체적인 양국 경제계 협력 추진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는데 이런 일(양국 간 입국규제)이 발생했다”며 “현재로선 5월 예정된 한일 경제인회의가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의 우려도 커진다. 수출규제 이후 한국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와 공급처 다변화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덕에 반도체 등 주요산업의 탈(脫)일본 과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산업분야의 탈일본 행보가 단기간 내에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양국의 갈등이 제2의 경제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답은 ‘소부장 국산화’ 전략


지난해 9월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일한경제협회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삼양그룹
지난해 9월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일한경제협회 부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사진=삼양그룹
전자와 자동차업계는 사업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별다른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반도체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산화에 속도를 내며 주요 소재의 일본의존도를 축소해 나가고 있다.

반면 항공, 광관산업 등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티웨이,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등 대부분의 국적항공사들은 입국규제 조치가 시행된 지난 9일부로 일본 노선을 중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지난 12일 기준 123개국이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고 자국민에 대한 한국으로의 여행자제도 권고한 상황이라 항공업계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객의 발길이 끊긴 여행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별기업의 사업행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일본을 오가며 5세대 이동통신(5G) 등 신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입국제한 조치로 당분간 출장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과 한국 양국을 기반으로 사업을 추진해온 롯데그룹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반복적인 ‘한국 때리기’와 이로 인한 통상환경 불확실성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작업에 더욱 속도를 올려야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대한국 입국규제 조치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보다는 ‘한국 때리기’를 통해 아베정권의 정치적 약점을 덮으려는 의도가 높다”며 “한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행하며 양국 간 감정적 대응이 격화되는 분위기라 한일 통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어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비롯해 아베정권은 위기상황마다 습관적인 한국 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의 경제가 일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오만한 판단아래 이뤄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인 맞대응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기술·경제적으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를 벗어나야 이런 일이 반복되진 않을 것”이라며 “감정적인 맞대응으로 일본을 몰아붙이기 보다는 소·부·장 국산화와 산업독립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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