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키워드] "교체냐 안정이냐"… 5대 금융지주 인사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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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분다. 3월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국내 5대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돼 ‘회장님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다. 주요 계열사인 은행과 증권, 보험, 카드사도 수장 교체로 분위기 쇄신에 나선다. 금융회사의 인사와 조직변화는 한해 경영전략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변화무쌍한 금융시장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금융권 CEO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금융권의 ‘주총 시즌’이다. 매년 돌아오는 주주총회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총을 시작으로 국내 5대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돼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이 요구돼서다.

먼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각각 이달 말에 끝난다. 조 회장과 손 회장은 각각 채용비리 의혹과 파생결합증권(DLF) 사태로 금융당국의 ‘법률리스크’ 경고를 받았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쳐 단독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됐다. 이변이 없는 한 이들 두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연임이 확정될 것으로 금융계는 예측한다.
(왼쪽부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_사진제공=각 사
이어 4월에는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각각 오는 11월과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CEO의 임기만료를 앞둔 금융지주들이 쇄신인사를 단행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질주하는 ‘조용병’, 추격하는 ‘윤종규’


금융지주 인사와 조직변화는 한해 경영전략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리딩뱅크를 두고 경쟁하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조직안정에 기반을 둔 소폭 인사를 단행했다.

최근 신한금융은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김영표 신한저축은행장, 배일규 아시아신탁 사장, 김희송 신한대체투자운용 사장, 남궁훈 신한리츠운용 사장 등 계열사 7곳의 CEO 연임을 확정했다. 조용병 회장 2기 출범을 앞두고 조직 안정에 초점을 맞춘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주력 계열사인 신한은행은 9명의 부행장(보) 중 6명을 교체했다. 디지털뱅킹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젊은 피’를 수혈한 것이다. 은행 임원의 보직부여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권한이지만 조 회장의 의중도 상당부분 반영됐다.

‘킹메이커’로 불리는 사외이사는 2명을 추가했다.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박철(전 한국은행 부총재), 히라카와 유키(프리메르코리아 대표), 박안순(대성상사 주식회사 회장), 최경록(CYS 대표) 등 4명의 사외이사는 재선임을 추천했다. 조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2심 결과에 따른 조치와 3연임 도전을 앞둬 사외이사 변화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종규 KB금융 회장도 계열사 7곳의 대표를 모두 유임시켰다. 올해 금융산업 환경이 악화될 것을 대비해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인사란 평가다. 조직도 안정을 택했다. 22부 1국 2실 1연구소 3센터 3유닛(Unit)으로 구성되던 조직이 23부 1국 2실 1연구소 3센터 3유닛으로 소폭 조정됐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글로벌부문이 신설된 것 외에도 각 비은행 사업영역 전담 부문에 CIB(기업투자금융)·자본시장·개인고객·보험총괄 자리를 만들었다. KB금융이 그동안 취약했던 글로벌 부문과 비이자 부문에서 실적을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외이사는 지난 5년간 회추위 위원으로 활동한 유석렬, 박재하 사외이사가 임기를 마치고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과 오규택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를 새로 내정했다. 윤 회장의 임기가 8개월여 남은 상황에 은행장 경험이 있는 권 전 행장이 회추위원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KB금융의 그룹 순이익은 전년보다 8.2%(2506억원)나 늘어난 3조3118억원을 기록하는 등 눈부신 상승세를 보였다. 신한금융은 이보다 917억원 많은 지난해 3조403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2연 연속 신한금융이 리딩그룹 승기를 잡았으나 두 금융지주의 순이익 격차는 전년(955억원)보다 38억원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분위기로 금융지주가 역대급 실적 행진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금융지주가 지배구조 변화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세대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으로 위기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젊은 조직 ‘김정태’, 반전 노린 ‘손태승’


하나금융은 최근 계열사 CEO 인사에서 김인석 하나생명 사장과 오태균 하나펀드서비스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모두 1960년대 생으로 조직에 젊은 바람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다.

임원은 승진 폭을 줄이는 대신에 겸직을 늘려 인력구조를 민첩하게 탈바꿈했다.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부행장이 기존 8명에서 5명, 전무가 14명에서 11명으로 줄었다. 임원 인사원칙으로 성과중심, 핵심역량 보유자 발탁, 세대교체 등을 내걸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는 평가다.

조직은 기존 상품 개발과 마케팅 담당 부서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의 신속성을 제고하고 각 부서별 기능의 융합을 통한 협업을 강화해 영업현장에 대한 빠르고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디지털, WM(자산관리), IB(기업금융), 연금, 자본시장 등 6개 핵심사업 부문에 대해서는 각 사업 부문을 총괄하는 부문장의 책임경영도 강화했다.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전원 연임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회장의 연임 여부 또는 후임을 결정할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하나금융은 최근 내규를 바꿔 사외이사 변동을 사실상 차단했다. 5년으로 제한됐던 사외이사 최대임기를 6년으로 변경하면서 윤성복 회추위원장도 자리를 지켰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장 이외에 사내이사를 선임했다. 지배구조 안정성을 강화한 동시에 ‘포스트 손태승’ 구도를 구축한 것이다. 앞으로 새로 선임된 이원덕 우리금융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의 유고 상황이 발생하면 직무대행 역할을 맡는다.

우리금융 계열사는 7곳 중 4곳의 CEO가 교체됐다. 특히 투자업무와 네트워크가 장점인 권광석 우리은행장을 발탁했다. 권 행장은 우리은행 IB그룹 겸 대외협력단 집행부행장을 역임한 인물로 국내외 영업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농협금융은 다음달 임기가 끝나는 김광수 회장의 후임 인선 절차를 시작했다. 김 회장은 실적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린 만큼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농협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7796억원으로 전년대비 46%(5607억원) 증가했다.

다만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을 중심으로 인사 폭풍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2012년 중앙회장이 바뀐 후 신충식 전 농협금융 회장 겸 행장이 3개월 만에 교체되고 2013년 신동규 전 회장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이 신경분리를 거쳐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축을 나눴지만 여전히 중앙회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임추위가 객관적으로 차기 행장을 뽑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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