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어떻게 '방역체계 기준'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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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반면교사, ICT에 R&D 더한 대응체계 구축
정보공개 인프라↑… 대규모 검체로 치명률 대거 낮춰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박능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코로나19 대응 현황 및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뉴스1
“휴대전화 볼 일이 많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보내는 문자메시지를 보며 드는 생각이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지자체 모바일 웹페이지에 접속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식당, 미용실, 마트 등 확진자가 다녀간 상세 위치를 파악해 위험지역을 피할 수 있다. 상호명까지 공개하는 것은 해당 업소 등 지역상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 2에 따른 조치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감염병 환자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를 통해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하고 범부처 대응을 강화했다.

이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생 당시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확진자 정보와 동선 등이 공개되지 않아 2차 감염자를 무더기로 양산하며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린 바 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와 메르스를 겪은 대한민국의 방역체계는 어떻게 발전했을까.


메르스 대응 실패의 교훈


2015년 5월20일 국내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이후 69일간 186명이 감염된 바 있다. 당시 삼성서울병원(90명), 평택성모병원(36명), 건양대병원(25명) 등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가 확산되면서 의료계 예방시스템은 물론 허술한 보건당국의 방역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첫번째 확진자였던 A씨는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바이어 미팅을 가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병원을 오가며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1번 환자에게 감염된 14번 환자의 경우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90여명에 달하는 3차 감염자를 양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정부의 초동조치였다. 보건당국은 사태 초기 메르스 환자 발생지와 병원 등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불확실한 정보 양산이 이어졌다. 발생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메르스 확진자와 관련 없는 병원이나 다중이용시설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방역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확진자의 동선도 알 수 없어 혼란만 가중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머니S
4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각에서는 확진자와 사망자 규모를 볼 때 보건당국의 대응이 메르스 사태보다 나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메르스는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한 반면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와 관련 사망자 수는 7755명과 60명(11일 0시 기준)으로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확진자를 사망자로 나눈 치명률을 계산해 보면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메르스의 치명률은 19.4%에 달하는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0.7%대에 그친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 및 사망자 수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증가 폭이 점차 둔화되는 상황이다.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 4년간 국내 방역체계는 빠르게 발전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대거 활용되면서 확진자 동선 및 관련 소식을 투명하게 공개한 점이 무분별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국내 방역체계를 조명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방식의 검체 채취 ▲1일 1만7000건에 달하는 검사 건수 ▲위성항법장치(GPS) 정보를 활용한 역학조사 방식이 대표적이다.

GPS를 활용해 확진자의 동선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무증상 감염자도 파악할 수 있는 검체 채취 환경을 구축했다. 병원 등 주요시설 내 열감지 카메라를 비치하고 대량 문자발송시스템을 통해 확진자 발생 정보를 실시간 전파함으로써 미국(3.7%), 중국(3.9%), 이탈리아(5.0%) 등 주요 확진 국가보다 낮은 치명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최근 보도를 통해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검사 숫자가 3692명을 기록해 미국의 700배에 달한다”며 “미국 공중보건 당국은 적절한 검사도 하지 못해 감염 범위와 위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R&D 투자, 결실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방역체계를 구축하기까지는 다양한 연구개발(R&D)과 민·관 주도의 협력모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부터 신종 감염병을 부처 간 협업이 필요한 R&D로 분류해 발굴 및 협업 프로세스 구축을 강화했다. 국가감염병방역체계 강화에 요구되는 기술확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감염병 대응을 위한 다부처 사업을 공동기획해 총 400억원 규모의 방역연계범부처감염병R&D사업을 시작했다.

특히 2015년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 이후 감염병 위기대응 주체를 질병관리본부로 단일화하는 한편 사전 유입차단, 초기 현장중심 대응, 신속한 진단·치료체계 구축, 의료환경 개선 등을 추진해 인프라를 강화했다.
신종 감염병 유행 확산에 대비한 신속진단과 감염병 환자 격리시설과 전문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R&D도 꾸준히 추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8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외와 비교했을 때 국내의 감염병 대응 정책은 전반적인 방향성이 일치한다”며 “큰 틀에서 기존에 관련 연구가 부족하던 분야를 보완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면서 비대면 진료 상담 및 처방을 통한 편의성이 제고됐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원격의료는 의료법에 따라 원천적으로 금지돼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이를 활용한 헬스케어산업이 급성장하는 중”이라며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ICT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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