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굴리겠다는 데...” 곡소리 커지는 보험사

 
 
기사공유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 완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다./사진=뉴스1DB
보험사들의 염원이던 ‘해외투자 규제 완화’ 개정안이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며 투자수익률 저하 우려가 커진 보험사 입장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돈’을 굴려 ‘돈’을 벌어야 하는 보험사들의 곡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해외투자 개정안, 또 주저앉아



현행 보험업법은 외국통화, 외화증권, 외화파생상품 등 해외투자에 대한 투자 한도를 일반계정의 경우 총자산 30%, 특별계정은 총자산 20%로 각각 규제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해외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50%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인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수년 전부터 염원해 왔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17일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20대 국회 임기는 5월까지다. 보험업계는 4·15 총선 이후 열리는 마지막 임시 국회를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있지만 이마저도 21대 총선 이후로,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해외투자 규제 완화는 사실상 물거품이 된 분위기다.

보험사는 비상이 걸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9496억원(26.8%) 감소했다. 무려 2조원의 순익이 증발했다. 보험영업에서 생긴 손실을 자산운용 수익으로 메워야 하는 상황이지만 녹록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더 내렸다. 지난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임시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진 데다 금융시장의 변동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로금리는 보험사 순익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는 보증준비금 부담이 커진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는 보증준비금이 증가하며 무려 782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또 과거 고금리 때 판매한 저축보험은 역마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익률도 바닥이다.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2000년대 초 6.9%까지 올라갔던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은 2010년 5%대로 떨어졌다. 2012년에는 기준금리가 1%대로 낮아지며 수년간 보험사 운용수익에 영향을 줬다. 결국 2016년 운용자산이익률은 3%대로 하락했다. 2019년 11월 기준 생명·손해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에 그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국내보다 해외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해외 채권이 국내 채권보다 기대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제로금리 여파로 지난 17일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1년물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인 0%대에 진입했고 보험사들이 주로 투자하는 10년물 국고채 금리도 1.5%대가 무너지며 1.441%를 기록했다.

보험사들은 금리가 1%대로 하락한 2016년 이후부터 해외투자 비중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보험사의 해외 외화증권 투자잔액은 2015년 426억달러서 2017년 790억달러로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4~5년 전부터 보험사들은 해외투자를 통해 수익률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제로금리 여파에 여러모로 업황 분위기가 침울한 상태에서 보험사는 해외투자를 더 늘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한도 설정? 구시대적”



보험사들은 해외투자 규제 완화 개정안이 이번에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해외투자 한도는 금융업권 중 보험업권만 적용되고 있다. 해외 투자 시 보험사가 환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이유에서 투자 한도 제약을 걸어놓은 것이다.

실제 보험사들은 적지 않은 환헤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만기 3개월 통화선도 기준, 국내 보험사의 해외투자 시 환헤지 비용(환위험 제거 비용)은 1조8000억원(추정)이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환헤지 비용과 별개로 해외투자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환헤지 비용을 고려해도 대형보험사의 경우 재정 여력이 있어 공격적인 해외투자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해외투자 비중을 풀어준 대만은 자국 국채금리가 0~1% 수준이지만 해외투자에서 4%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우리도 현재 금융시장 환경을 봐야 한다. 현 금융시장은 제로금리에 국고채금리는 매일 하락세다.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매우 구시대적인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11월 생보사들의 운용자산 중 외화유가증권 비율은 한화생명이 29.3%로 30%에 육박했다. 이어 푸본현대생명은 26.2%, 처브라이프생명 24.9%, 교보생명 22.7%, 동양생명, 22.4%, 농협생명, 21.4% 등으로 20%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순익이 약 70%가 하락한 한화생명 입장에서는 해외투자 한도 확대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규제 완화를 통해 보험사들이 더 많은 돈을 해외에서 굴릴 여건 조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대면영업까지 어려워진 보험업계에는 제로금리 여파까지 덮치며 부정적인 소식들이 이어진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2023년으로 1년이 연기되며 보험사들이 자본운용에 있어 숨통이 트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대하던 해외투자 한도 상향이 무산돼 보험사들은 올해 다른 방법으로 실적 개선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결국 해외투자 길이 막힌 보험사들이 예정이율 인하로 인한 보험료 인상으로 실적을 보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51.18상승 4.1818:01 06/04
  • 코스닥 : 742.37상승 4.7118:01 06/04
  • 원달러 : 1218.70상승 1.918:01 06/04
  • 두바이유 : 39.79상승 0.2218:01 06/04
  • 금 : 39.87상승 0.9418:01 06/04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