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후유증] 대한민국의 마음도 병들다

 
 
기사공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적 우울 현상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사진=김창현 머니투데이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감염병 경보를 최고 단계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하면서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코로나19 공포 시대가 찾아왔다. 신종 감염병인 만큼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관련업계는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진단키트·치료제 개발 소식을 내놨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 환자가 늘면서 의료폐기물 문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코로나19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자 국민들의 우울감은 치솟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머니S’가 코로나19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담아봤다. <편집자주>

[MoneyS Report] ① "인간은 사회적동물"… 점점 우울해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자리에는 국민의 한숨이 남았다. 손님 끊어진 자영업자, 개학이 연기된 학생과 함께 발목 잡힌 부모, 몇주째 집에 갇힌 직장인…. 모두가 힘들다. 원치 않던 자가 격리로 생계와 생활이 곤경에 처했다. 누군 이럴 때 충분히 재충전하고 가족과 시간도 가지라며 위로하지만 쉽지 않은 얘기다. 휴식은 긴 업무 후에 더 맛있고 달콤하지 않은가. 이런 미증유의 단체 휴식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코로나19에 꽃과 새싹이 피는 따뜻한 봄날의 설렘을 빼앗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고립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회적 우울 현상을 뜻하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불신·불안은 코로나19에 악영향


코로나19 공포가 두달 이상 지속되며 국민들의 심리적 피로도가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확진자 수가 늘어날수록 자신이 감염될 수도, 자가 격리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확진자의 이동 경로를 하루 종일 검색하고 어쩌다 건네는 안부 인사에는 코로나19가 대부분의 화두를 차지한다. 마스크를 구매하지 못해 허탈해 하거나 우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위급할수록 ‘심리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에서 심리 방역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심리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서 실제 질병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강지인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나친 불안을 서로에게 조장하지 않도록 하고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공포는 방어적인 태도로 경계심이나 불신이 따르게 마련이다. 불신, 비판 등을 줄이고 서로에 대한 지지와 위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예방을 위해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주변인들과 전화로 자주 마음을 나누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전화 등으로 가족·친구와 서로를 지지하며 긍정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개학 4월 연기… 청소년 심리 ‘위험’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다음 달 초로 미뤄지자 청소년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 김모씨는 “초등학생 개학이 늦춰지면서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집과 직장 이외 모든 사회활동을 중단한 지 4주째”라며 “아이가 학교나 놀이터에 못 나가니 우울해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더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의 경우 심리 방역이 무너지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학교, 학원 등 기능이 마비된 데다 부모의 불안감이 자녀에 전달되며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녀가 최근 ‘소화가 잘 안된다’, ‘머리가 아프다’, ‘목이 간질간질하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호소한다면 심리 방역에 실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감을 잘 느끼는 아이는 불안장애나 면역력 저하 등 신체적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평상시보다 짜증이 늘었다거나 놀이패턴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배 교수는 “어른들은 뉴스를 찾아보거나 지인과 감정을 공유하며 높아진 불안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이는 그런 과정이 생략된 채 부모를 통해서만 상황을 접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며 “보기에는 잘 노는 것 같지만 무섭고 불안한 마음을 속으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특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우울증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재난과 트라우마위원회에서도 심리방역을 통해 코로나19를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한 수칙들을 소개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해 정확히 알고 가짜정보를 거르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또 불안감과 혐오감을 갖기보다 긍정적으로 의료진을 응원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배 교수는 “부모가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크게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에 SNS에 떠도는 코로나19 유언비어를 거르고, 감염병 예방과 방역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자녀와 이야기하며 고민을 들어주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등산·공원 산책 등 탁 트인 공간에서 외부활동은 권고된다. 강 교수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되 공원, 등산 등 사람이 밀집되어 있지 않은 외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며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다면 우울감, 무기력함 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6호(2020년 3월24~3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주간지 머니S 산업2팀 기자. 제약·바이오·헬스케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1754.64상승 37.5218:03 03/31
  • 코스닥 : 569.07상승 26.9618:03 03/31
  • 원달러 : 1217.40하락 718:03 03/31
  • 두바이유 : 22.76하락 2.1718:03 03/31
  • 금 : 23.24하락 1.818:03 03/31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