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운명의 날'③] 27일 주총은 ‘웜업’… 진검승부는 2차전부터

 
 
기사공유
한진가 ‘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다툼은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 반도건설 등의 합세로 대혼란에 빠졌다. 숨겨진 우호지분, 가처분 신청 등으로 판세가 급변하는 탓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남매의 난’, 그 첫 번째 싸움은 이달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난다. 물론 이 싸움이 단 한번의 대결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격적인 싸움은 주총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영권 싸움에 동참한 양측의 우호 세력들이 앞다퉈 지분을 늘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뒤 1년도 안돼 한진가가 흔들린다. 한진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편집자주>
긴장감이 감도는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 /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지분 주워담는 양측… ‘장기전’ 대비



한진그룹의 명운을 가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달 27일 열리는 올해 주총에선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측 ‘3자 주주연합’ 간 표대결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표대결은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양측 모두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는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주총과 무관하게 공격적인 지분 매입을 이어가는 것도 다음 싸움에 대비한 행보다. 사실상 한진가 남매의 ‘진검승부’는 이번 주총 이후부터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이 때문이다.



우호지분 얼마나 확보했나



이번 한진칼 주총에서 벌어질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 표대결은 각자 얼마나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된 각종 보고서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공격적으로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상법상 이번 주총에선 주총 개최를 위해 주주명부가 폐쇄된 지난해 12월26일 이후에 확보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따라서 주주명부 폐쇄 전인 지난해 말 양측이 보유한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바탕으로 수세를 가늠해야 한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다. 여기에 조 회장을 지지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정석인하학원 등 재단 및 특수관계인(4.15%) 등의 지분을 더하면 조 회장 편에 선 오너일가의 지분은 총 22.45%다.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한 델타항공은 사실상 조 회장 측의 ‘백기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 회장 측 우호지분은 32.45%로 늘어난다. 



표대결은 일단 조 회장이 승기



반면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해 조 회장에 반기를 든 세력인 3자 주주연합의 지분은 조 전 부사장 6.49%, KCGI 17.29%, 반도건설 8.20% 등 총 31.98%로 양측 간 보유 지분차는 0.47%에 불과하다.

문제는 조 전 부사장 측의 우호지분은 변동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앞서 반도건설은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을 최초로 취득할 당시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으나 이후 지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투자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꿨다. 이 때문에 사실상 경영 참여의 목적이었음에도 단순투자로 허위공시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상황이다.

조 회장 측은 현재 금융감독원에 반도건설의 허위공시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만약 허위공시가 인정되면 반도건설의 지분 8.20% 중 3.20%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 이 경우 조 전 부사장 측 지분은 28.78%로 줄어든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더욱이 한진칼 지분 3.8%를 보유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 등은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 명예를 실추시킨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반발감이 커 조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등이 조 회장 연임 찬성을 권고하고 있어 승기는 조 회장에게 기우는 분위기다.

아울러 당초 한진칼 지분을 2%까지 확보하며 조 회장 측 편을 들 것으로 예상되던 카카오는 “경영권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지분율을 1% 이하로 낮췄다가 최근 “사업협력관계와 국내외 의결권자문기관의 의견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다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주요 자문기관들이 조 회장의 편에 선 만큼 카카오도 조 회장의 우군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섣부른 예단은 경계해야 한다. 아직 반도건설 보유지분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오지 않은 데다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국민연금이 어느 편을 들 것인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서다. 국민연금 외에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한일시멘트(0.39%), GS칼텍스(0.25%), 경동제약(0.02%) 등도 주총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모르는 상황이다.



주총 넘어 ‘장기전’ 가나



재계에선 양측이 주주명부 폐쇄 이후에도 꾸준히 우호지분을 늘리고 있는 점을 근거로 이번 주총은 전초전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17일 기준 3자 주주연합 측 지분율은 총 40.12%로 늘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기주총 표대결에서 지더라도 연내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주총을 노리고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것이란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시주총의 경우 한진칼 이사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소집하는데 6개월가량 소요된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 측의 지분매입은 6개월 후 임시주총 소집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이란 관측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양측의 지분 매입 속도가 빠르게 전개된다는 점은 정기 주주총회 이후 임시 주주총회 개최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조 회장 측도 델타항공이 지분율을 기존 10.0%에서 14.9%까지 끌어올리며 지난 17일 기준 우호 지분율이 41.15%로 증가했다. 결국 ‘50%+1주’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총에서 어느 한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앞으로 한진칼의 지분경쟁이 지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1725.44상승 0.5818:01 04/03
  • 코스닥 : 573.01상승 5.3118:01 04/03
  • 원달러 : 1230.90상승 2.618:01 04/03
  • 두바이유 : 34.11상승 4.1718:01 04/03
  • 금 : 24.51상승 2.9618:01 04/03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