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vs'코로나19' 지금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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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공포의 블랙홀에 빠졌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돈 풀기에 나섰지만 증시는 끝을 모르는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실물경제가 추락하고 경기가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코로나발 금융위기 악몽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다.


‘돈 풀기’ 약발 안 먹힌다… 가계신용 경고등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제 시국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보다 경제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며 “정부는 특단의 경제대책을 신속 과감하게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및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정부의 암울한 전망과 다르게 금융전문가들이 바라보는 한국 경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코로나19가 2003년 사스(SARS·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보다 더 심각한 경기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하지만 금융위기에 대한 입장은 갈린다.

먼저 한국 경제 전망에 ‘비관론’을 펼치는 전문가들은 소비·생산 등 실물경제가 위축된 상황을 엄중하게 본다. 기업의 경기와 개인의 소비활동이 꺾이면서 투자자의 심리도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 2월 제조업 계절조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 78에서 67로, 전산업 BSI는 75에서 65로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104.2에서 96.9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산유국 간 ‘유가전쟁’ 여파로 원유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져 주가, 원화 가치,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은 실물경제가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특히 가계빚 규모가 급증한 가운데 이자비용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대출 연체율이 올라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를 떨어트릴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빚(가계신용) 잔액은 1600조132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빚 비중은 83.3%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수위 임계치(80%)를 넘어섰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제심리 위축과 내수 경기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실물·금융부문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 사태는 과거 금융위기와 발생 원인이 다르다. 2008년 금융위기 리먼브라더스 사태는 채권을 다량 보유한 세계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에 대공항이 발생했다. 즉 회사채의 유동성 문제로 불거진 금융위기다.

시간이 더 거슬러 올라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한국의 외환 부족이 결정타가 됐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204억 달러로 만기 1년 미만 단기외채의 비중은 286.1%에 달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화가 가지고 있는 돈보다 2.8배 더 많았던 셈이다. 당시 한국은행은 시장에 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를 단행해 위기를 극복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기본적으로 공중보건 이슈라는 점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영국 영란은행, 일본은행, 캐나다 중앙은행, 스위스 중앙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렸지만 투자자들의 공포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3월 셋째주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000포인트를 넘나드는 폭락세를 보였고 국내 코스피는 4% 폭락해 1640대까지 추락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 연준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코로나 패닉’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돈 풀기의 경기대응이 약화돼 코스피 고점을 2270 정도로 본다면 지수는 1600선 안팎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세계 9위, ‘금융동맹’ 맺어야


반대로 한국경제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양호한 국가재정과 넉넉한 외환보유액 등 건전성 지표를 이유로 꼽는다. 국가의 재정건전성은 경상수지 등 대외건전성과 함께 국가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비율이 0.6%포인트 상승한 4.1%로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추경에 투입되는 11조7000억원 중 10조3000억원은 국채로 조달키로 하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가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4.7%)보다 여전히 낮다.

정부는 선물환 한도 확대와 외환보유액 공급 등 외화유동성 대책을 발표했다. 외환당국은 은행의 선물환 매입 포지션 한도를 시중은행은 40%에서 50%, 외국계 은행지점은 200%에서 250%로 늘려 달러를 유입하는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월말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91억7000만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이다. 금융위기 당시 2008년 3월 2642억달러 보다 1.5배 증가했다. 정부는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검토 중이다. 통화스와프는 양 국가가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서로의 자국 통화를 일정 기간 교환하는 금융계약이다.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를 담보로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는 것에 비유된다. 달러 등 안정적인 통화를 보유한 국가와 스와프를 맺으면 유동성 위기가 생기더라도 계약 상대국 외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체결했다가 2010년 종료됐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2008년 2600억달러 수준이던 외환보유액이 2005억달러까지 줄어들자 3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외환시장을 방어했다”며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맺으면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에선 한국은행이 앞으로 한차례 정도 금리를 더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려 한국의 기준금리 실효하한이 0.50%까지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올 2분기 안에 0.25%포인트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연 0.50% 수준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다”며 “여기에 회사채·할부금융채·은행채 등을 매입하거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핀셋재정’을 펼치면 한국형 양적완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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