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운명의 날'①] '남매의 難'… 조양호는 바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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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다툼은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 반도건설 등의 합세로 대혼란에 빠졌다. 숨겨진 우호지분, 가처분 신청 등으로 판세가 급변하는 탓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남매의 난’, 그 첫 번째 싸움은 이달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난다. 물론 이 싸움이 단 한번의 대결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격적인 싸움은 주총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영권 싸움에 동참한 양측의 우호 세력들이 앞다퉈 지분을 늘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뒤 1년도 안돼 한진가가 흔들린다. 한진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편집자주>


(왼쪽부터)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디자인=김은옥 기자
이달 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이 경영권 분쟁의 끝은 아니다. 이후에도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경영권 싸움에 동참한 양측의 우호 세력들은 앞다퉈 지분을 늘리며 2차전을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1년도 되지 않아 한진가 남매간 분쟁이 벌어졌다. 과연 고인이 된 조양호 회장은 이런 상황을 바랐을까.




조양호, ‘가족 간 화합’ 강조한 이유



고 조양호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23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임종 직전에도 3명의 남매가 함께 잘 이끌어 나가라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남매의 난’을 예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사실 조 회장은 가족 간의 갈등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소위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이다. 1945년 11월 인천의 한진상사를 창업해 지금의 한진그룹을 세운 조중훈 창업주는 슬하에 4남1녀(조현숙, 고 조양호 회장,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를 뒀다. 이들은 대부분 그룹의 핵심사업인 항공, 관광·레저, 건설, 중공업, 증권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2년 타계한 창업주의 유언에 따라 장남인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2대 회장에 올랐고 핵심사업인 대한항공과 인하학원을 이끌었다. 나머지 형제들은 한진중공업, 한진해운, 메리츠금융 등을 맡았다. 이후 형제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기내 면세 사업권, 정석기업 지분 배분 등을 놓고 형제간 갈등이 있었다.

조중훈 창업주가 남긴 유언장이 조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남호 전 회장과 조정호 회장 등은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7년여간 민사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들은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이들은 끝내 화해하지 못했다. 조양호 회장이 동생들과 얼굴을 맞댄 것은 지난해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었다.
故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현아, “회사를 위한 일”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한진가에선 ‘형제의 난’에 이어 ‘남매의 난’이 불거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23일, 동생인 조원태 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경영의 유훈과 다르게 한진그룹을 운영했으며 가족 간 협의에도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했다”며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협의 없이 경영상 중요한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폭로했다.

특히 고인이 된 선대 회장까지 거론하며 조 회장을 맹비난했다. 조 전 부사장은 “선대 회장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해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는 공동경영의 유지를 전했다”며 “임종 직전에도 3명의 남매가 함께 잘 이끌어 나가라는 뜻을 재차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전 부사장의 입장 발표 이후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그동안 한진 오너일가를 견제해온 한진칼 주요 주주이자 사모펀드인 KCGI와 조 전 부사장이 손을 잡은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외부세력인 반도건설까지 합세해 반(反)조원태 연합을 결성했다.

이렇게 결성된 3자 주주연합은 대한항공과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내실있는 이사회 운영을 위해 이사의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고 이사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주총에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놓고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주연합 측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진 체제에선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등의 감시와 견제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진이 조원태 회장의 이사직을 지키기 위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해 모든 주주는 주주의 역할을 다할 뿐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위기상황에서 경영체제 흔드는 ‘최대 악수’



이 같은 주주연합에 대해 그룹 안팎의 지지율은 그리 높지 않다. 가뜩이나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함께 홍콩시위 사태에 이어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시장이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는 위기상황에서 경영체제가 갑자기 흔들리는 것이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진그룹 내부에선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현 경영진 체제를 흔드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등 한진 계열사 노조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회사를 흔들지 말라”고 했다.

이와 관련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헤지펀드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한진칼 사태를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MB정부 때부터 차등 의결권 제도 도입이 거론됐음에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현 정부는 벤처기업 경영권 보호에 관심을 두는데 대기업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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