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운명의 날'②] 승부의 ‘키’는 2개의 가처분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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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가 ‘운명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선전포고로 시작된 한진가 남매의 경영권 다툼은 ‘강성부 펀드’로 불리는 KCGI와 반도건설 등의 합세로 대혼란에 빠졌다. 숨겨진 우호지분, 가처분 신청 등으로 판세가 급변하는 탓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남매의 난’, 그 첫 번째 싸움은 이달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판이 난다. 물론 이 싸움이 단 한번의 대결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본격적인 싸움은 주총 이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영권 싸움에 동참한 양측의 우호 세력들이 앞다퉈 지분을 늘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4월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뒤 1년도 안돼 한진가가 흔들린다. 한진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편집자주>


"법원의 선택이 운명을 바꾼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한진그룹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임박했다. 최근 경영실패 여부 등을 놓고 설전을 벌여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3자 주주연합(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원의 선택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연합이 제기한 2개의 가처분 소송이 ‘키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실패자 물러나라”



선제 공격에 나선 곳은 3자 주주연합. 강성부 KCGI 대표는 지난달 20일 3자 주주연합을 대표해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진그룹의 총체적 경영실패”라고 꼬집었다.

특히 한진그룹의 주력 사업인 대한항공의 누적적자와 부채비율을 문제 삼았다. 2018년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한진그룹의 매출에서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비중은 76% 수준이다. 한진그룹의 알짜 사업이지만 재무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014~2019년 누적적자(연결재무제표 기준, 2019년은 잠정치)는 1조7414억원이다. 부채비율은 2019년 3분기 별도 기준 861.9%다.

주주연합 측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지적하면서 국내·외 주요 항공사들의 3개년(2016~2018년) 평균 부채비율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기간 주요 항공사들의 부채비율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 366% ▲델타항공 329% ▲중국 동방항공 295% ▲아시아나항공 264%(2조1800억원 증자 가정 시) ▲일본 ANA항공 152% ▲독일 루프트한자 92% 등이다.



“산업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



한진그룹은 “항공산업의 특성도 모르는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그러면서 “한·중 무역분쟁, 한·일 갈등, 홍콩사태, 코로나19 등 항공수요 악재가 계속되는 경영환경 속에서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 체제를 중심으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이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음에도 튼튼한 기초체력 아래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경영실적(잠정)은 매출액 12조3000억원, 영업이익 2909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2.8%, 56.4%씩 줄었지만 타 항공사들과 달리 영업적자는 면했다. 한진그룹은 “이러한 결과는 조 회장이 추진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효과에 기인한 바가 크다”며 “경영실패라는 주주연합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되받아쳤다.

부채비율과 관련해선 “항공업종은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타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기와 엔진은 유동성이 매우 큰 자산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며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안정적인 운영과 성장을 위해 항공기 보유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관건은 2개의 ‘가처분 소송’



조 회장 측과 주주연합이 대한항공 경영실패 여부를 두고 입씨름을 벌여왔지만 정작 대세에 영향을 주는 ‘키 포인트’는 따로 있다. 주주연합이 제기한 2개의 가처분 소송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어느 쪽이든 의결권 행사 등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주주연합은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8.20%에 대한 의결권을 이번 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주주연합 측은 “관련 법령에 따라 그 지분 매입 목적에 관해 적법하게 공시해 왔음에도 한진칼의 현 경영진은 반도건설 측의 지분 매입 목적에 대한 근거 없는 의문을 제기하며 법 위반 문제까지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경영진이 주주총회 현장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할 가능성이 있는 임의적인 의결권 불인정 등 파행적인 의사진행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적 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진칼은 반도건설 측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목적으로 변경하기 전부터 경영권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반도건설 측 한진칼 지분 3.20%에 대한 주식처분명령을 금융감독원에 요청한 상태다.
/사진= 뉴스1 황기선 기자

주주연합은 조원태 회장의 특수관계인인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3.80%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도 제기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은 최근 조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반도건설에 대한 의결권은 방어하고 조 회장 측 우호세력을 차단, 이번 주총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가 사실상 조 회장의 영향권에 있어 특별관계인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며 “조 회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대량보유변동보고 시 자가보험, 사우회의 주식을 합산해 보고해야 하지만 이를 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진칼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에 대해 공동보유 관계가 아니던 만큼 합산 보고 의무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6일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양측의 변론을 들었다. 재판부는 늦어도 이달 24일 전까지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진칼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측 32.45%, 주주연합 측 31.98%다. 양측의 격차는 0.47%에 불과하다. 여기에 조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를 포함하면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36.25%까지 올라간다. 2.9%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27% 내외로 추정되는 소액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가처분 소송의 결과에 따라 한진가 경영권 분쟁의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7호(2020년 3월24~3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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