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문사철 경국부민학 15] 가짜뉴스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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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방금 자네 친구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었는데…”
소크라테스는 어떤 사람이 와서 이렇게 말을 꺼내자 “잠깐만, 세개의 체라는 시험을 통과한 뒤에 얘기를 계속하게…”라고 했다.
“첫째 진실의 체네. 자네는 내게 말할 얘기의 진실을 확인했나?”
“아니, 그냥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을 뿐이야.”
“둘째 선(善)의 체네. 친구에 대한 얘기가 뭔가 좋은 것인가?”
“천만에, 그 반대야.”
“셋째 유용성의 체네. 나에게 말하는 게 유익한 일인가?”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네.”
“그렇다면 자네가 내게 알려주려는 얘기는 진실도 아니고 선하지도 않으며 유익하지도 않은 일인데, 왜 굳이 그걸 말하려고 하는가?”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사람 앞에서 멈춘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3개의 체’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 뉴스’를 줄이는 원칙이다. 가짜뉴스는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암 덩어리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일이나, 자그마한 것을 크게 부풀려 떠벌림으로써 쓸데없는 불안을 조성한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졌을 때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가짜뉴스는 치유하기 쉽지 않고 치유하려면 많은 비용이 드는 군중심리를 만들어 낸다.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소금물 분무기를 사용하는 CCTV 화면 모습. /사진제공=경기도청

가짜뉴스를 일부러 만들어 내는 놈들은 역적이다.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놈들도 역적에 준하는 공범들이다. 그저 흥미를 위해서 만든 가짜뉴스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악의를 갖고 만들어 낸 가짜뉴스는 피해자를 만든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

순자도 소크라테스의 ‘3개의 체’와 비슷한 얘기를 했다. “흐르는 구슬은 구덩이에서 그치고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사람 앞에서 멈춘다”는 속담을 인용해 “옳고 그른 것이 의심스러울 때는 먼일로써 그것을 헤아리고, 가까운 사물로 검증한 뒤 공평한 마음으로 생각해 본다. 그러면 유언비어는 그치고 나쁜 말도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일이 헤아리고 검증하기도 힘든 데다, 공평한 마음(平心)을 갖는 것은 더 어렵다. 대부분은 소크라테스의 3개의 체에 거를 생각도 하지 않고, 순자처럼 유언비어에 대한 진실파악 노력을 하지 않은 채 퍼 나르기에 바쁘다. 게다가 자기의 희망사항도 가미한다. 루머는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더욱 확산된다. 유언비어의 모순점을 지적하면 익명댓글로 욕지거리를 해댄다. 그렇기 때문에 “비뚤어진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자들이 제대로 된 유학자를 미워한다”고 순자는 갈파했다.



나비효과 직격탄 맞은 ‘진도 대파’


전남에서 대파를 키우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대파 가격이 ㎏당 720원도 안 돼 출하를 포기하고 밭에 있는 그대로 갈아엎는 농가가 속출했다. 뽑아 시장에 내려면 운송비만도 ㎏당 700원이나 들어, 그냥 갈아엎는 게 손실을 줄인다. 신안군에 사는 한 농부는 1만2500평에 대파를 심었다. 100당 110만원에 밭뙈기로 유통업자와 계약하고 계약금 4000만원을 받았는데, 유통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대파 값 폭락으로 계약금을 포기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3년 전에 ㎏당 2000원 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전남도정부는 61억원의 예산을 들여 359㏊의 대파 1만3000톤을 폐기하는 데 지원하기로 했다. 1차는 100평당 64만원, 2차는 50만원의 보상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보상은 채소가격 안정화 사업에 따르기로 계약한 농가만 혜택을 받을 뿐이다. 계약하지 않은 농가도 100원도 받지 못한 채 그냥 갈아엎을 수밖에 없다.

신안과 진도 등 전남 대파 농가의 피해가 큰 것은 지난 겨울이 예상외로 따듯했기 때문이었다. 겨울이 되기 전에 경기 충청도의 대파 출하가 끝나고 겨울부터 전남의 대파가 출하되는 게 예년의 출하주기였다. 하지만 겨울이 따듯하다보니 경기 충청 대파 출하가 겨울에도 이어져, 전남 대파의 출하시기를 놓친 것이다. 수요는 거의 일정하고 공급이 늘어나니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었다.

백종원이 출연하는 SBS ‘맛남의 광장’에서 진도의 대파 농가 구하기에 긴급 나섰다. 송가인도 고향에 가서 대파 농가의 어려움을 직접 보여주고, 백종원이 ‘대파파이’를 만들어 보였다. 송가인도 즉석 ASMR을 선보이며 진도 대파 알리기와 소비확대에 적극 나섰다.



가짜뉴스에 곪는 정보전염병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의 가짜 뉴스는 가슴 아픈 선의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40대 A씨는 지난 7일, 집에 메탄올(공업용 알콜)을 뿌렸다.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방역한다며 메탄올에 물을 섞어 분무기로 가구와 이불 및 벽 등에 뿌렸다. A씨와 자녀 2명은 복통과 구토, 어지럼증의 중독 증상을 보여 병원 치료를 받았다. 자칫 잘못했으면 더 큰 불상사로 이어질 뻔했다. 실제로 이란에서는 몸속에 침입한 코로나19를 죽인다며 메탄올을 마셨다가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도 일어났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은혜의강 교회’에선 목사 부인이 신도들의 손과 입에 소금물을 뿌렸다. 소금물 마늘 카레 등이 코로나19 전염을 막는다는, 인터넷에 떠도는 미확인 정보를 믿고 한 행동이었다. 잘못된 정보가 퍼져 나가 뜻하지 않은 피해를 보는 정보전염병(인포데믹·Infodemic)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전염병이 아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를 오랫동안 착용하면서 얼굴에 부스럼이 나는 사람, 손 세정제를 자주 쓰면서 손이 트는 사람 등이 늘고 있다. 마스크를 쓸 때는 색조화장을 하지 않거나, 손 세정제를 사용한 뒤에는 보습제를 발라야 한다는 게 의사의 권고다.

코로나19는 이미 전세계에 퍼진 전염병, 즉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됐다. 전체(성)을 뜻하는 접두사인 ‘Pan’은 반은 인간이고 반은 염소였던 ‘팬’의 이름이 그 어원이다. 바람둥이였던 팬은 아리따운 님프 시링크스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님프는 그가 싫어 갈대로 변했다. 팬은 갈대를 잘라 피리를 만들었다. 그것이 팬파이프, 팬의 피리다. 팬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성을 잃게 해 집단 히스테리에 사로잡힌 군중의 신으로도 불린다. 공포를 뜻하는 패닉(Panic)은 팬에서 나왔다.

이미 팬데믹이 된 코로나19를 이겨내려면 가짜뉴스와 인포데믹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상기온이 전남 대파 농부의 시름을 깊게 하는 나비효과처럼 가짜뉴스의 피해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가짜뉴스는 만들지도, 유포돼서도 안된다. 소크라테스의 3개의 체와 순자의 지자(知者)로 가짜뉴스를 걸러내 사라지도록 하는 것이 배운 사람들이 할 일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찬선 전 머니투데이 편집국장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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