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소라넷 운영자 형량,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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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보를 이어가는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특성상,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와 참여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발생을 야기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그래픽=뉴시스
계보를 이어가는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특성상,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와 참여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발생을 야기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그래픽=뉴시스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역사는 깊다. 지난 1999년 5월 개설된 소라넷을 시작으로 에이브이스누프(AVSNOOP)와 다크웹, 최근 n번방까지 20여년간 여성들은 성범죄 위험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왔다. 특히 계보를 이어가는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의 특성상,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와 참여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 발생을 야기했다는 비난이 나온다.


소라넷→AVSNOOP·다크웹→n번방… 불법음란물 사이트 계보


실제 지난해 초부터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해온 이른바 'n번방'의 창시자 '갓갓'은 회원들에게 "소라넷의 계보를 잇겠다"고 홍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17년 폐쇄된 'AVSNOOP'과 같은 이름의 블로그를 개설해 텔레그램 비밀방의 입장 방법을 알리기도 했다. 'AVSNOOP'은 AV(Adult Video·성인 비디오)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로, '제2의 소라넷'이라 불리며 수많은 음란물을 게재해왔다.

이후 갓갓은 여성을 성노예로 부리는 텔레그램 비밀방을 1번부터 8번방까지 만들었다. 1번방에 미리보기를 올리고 거래처 아이디와 금액을 남기면, 지불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2번방 링크를 준다. 더 보고 싶다면 추가비용을 내고 3번방으로 가는 방식이다. 이를 통칭해 n번방이라고 불렀다.

n번방이 성행하자 유사 채팅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난 19일 구속된 20대 남성 조모씨도 n번방 범죄 방식을 모방해 지난해 중순부터 ‘박사방’이라는 텔레그램 채팅방을 운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소라넷, 에이브이스누프, n번방에서 '박사방'으로 이어진 것이다.

박사방은 운영방식 마저 n번방과 유사했다. 운영진이 먼저 SNS나 팬카페 등에서 '스폰 알바를 구인한다'는 글을 올린 뒤 지원자로부터 노출 사진을 받아냈다. 피해자가 노출 사진을 전달하면 '계속해서 그런 성착취물을 찍어보내지 않으면 유포하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해왔다.

이에 국민들은 분노하며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 'n번방 대화 참여자들도 명단을 공개하고 처벌해주십시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원합니다', '가해자 n번방 박사, n번방 회원 모두 처벌해주세요' 등 성범죄자를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다수 게재됐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주세요' 청원의 경우 200만명(23일 기준)이 넘는 국민들의 동의를 받으며 역대 최대치 기록을 달성했다.

폐쇄 전 소라넷 홈페이지 모습. /시진=소라넷 홈페이지 캡처
폐쇄 전 소라넷 홈페이지 모습. /시진=소라넷 홈페이지 캡처



소라넷 '4년'·다크웹 '1년6개월'… 미성년 성착취물 처벌은 '솜방망이'


하지만 현행법으론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도 이를 소지한 자에 대해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하고 있다. 단순히 시청을 한 경우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소지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사실상 처분이 경미하고 아동음란물 소지 자체에 대해 심각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총 2146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으나 이 가운데 44.8%가 불기소 처분으로 재판도 받지 않고 풀려났다. 40%는 소재불명 등으로 수사가 중지됐다.

즉 지난 5년간 아동 성착취 동영상 소지자 가운데 85%가량이 처벌받지 않은 것이다. 처벌 시에도 그 수위는 매우 낮았다. 회원 수만 100만명을 넘었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 소라넷의 운영자 4명 중 단 1명만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소지 관련 처벌은 해외와 비교해도 경미한 수준이다. 다크웹 운영자 손모씨(24)는 당시 약 20만 건 이상의 아동 음란물을 유통, 여기에 생후 6개월 신생아부터 10세 어린아이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손씨가 받은 처벌은 징역 1년 6개월이었다. 이마저도 1심에서 선고받은 집행유예보다 형량이 오른 것이었다. 이에 따라 손씨는 2020년 4월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 반면 미국은 다크웹 ‘이용자’에게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착취 동영상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양형기준이 새롭게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3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 관련 양형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판사들을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11조 등과 관련해 적절한 양형이 얼마인지를 묻는 취지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양형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기초자료로 삼아 4월 예정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음란물 범죄에 대한 적절한 형량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전윤정, 최진응 국회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다크웹상 아동·청소년 음란물의 규제 현황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법정형이 그렇게 낮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주요국에 비해 실체 처벌형량이 낮다"며 "법원이 아동·청소년 음란물 죄질에 비례한 합리적 양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법원의 양형기준을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강소현
강소현 kang4201@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강소현 기자입니다. 이메일로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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