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4수생' 로젠택배, 누가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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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김민준 기자
로젠택배가 네번째 주인을 찾아 나선다. 현재 매수를 희망하는 곳은 총 네곳으로 압축된 상태. 당초 예상보다 선방한 흥행성적이다. 지난해 매각 사수생인 로젠택배에 대한 예비입찰이 진행될 때만해도 이번 딜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늘어났고, 택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로젠택배 재매각을 진행 중인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경쟁이 심한 택배업 특성상 로젠택배가 매력적인 매물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는 높은 인수가격과 소비자간거래(C2C)에 치우친 사업구조다. 베어링PEA가 제시한 로젠택배 몸값은 4000억원. 지분 100%를 전부 넘기는 조건이다. 

업계에선 사업 인프라 측면에서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로젠택배 매각이 순조롭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코로나19 수혜’ 딜? 누가 관심 있나



그럼에도 로젠택배 인수전 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로젠택배는 국내 4위 택배업체다. 실적도 좋다. 지난해 매출 4427억원, 영업이익 2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19%, 18% 증가한 수치다. 가격 경쟁이 심한 택배업을 영위하면서 6%라는 이익률을 내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매각사에서도 이 부분을 부각시키고 있다. 로젠택배의 2018년도 기준 이익 마진율은 5.6%로 한진 택배부문(2.2%), CJ대한통운(2%) 등 업계 상위사들을 압도한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특화돼 있어 개당 판매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 영업이익도 2015년 이후 매년 350억원 이상을 거둬왔다. 

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의 핵심 타깃인 중소형 화주는 평균판매가격(ASP)이 높아 마진율도 높다”며 “개인 간 역량이 중요한 사업 구조로 최대한 많은 물량을 납품해 단가를 낮추는 상위 업체와 모델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커머스시장이 커지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온라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세일즈 포인트다. 로젠택배 전체 물량 중 약 85%는 이커머스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 관련 시장이 매년 20% 커지고 있어 로젠택배 미래 수익성 역시 커질 것이라는 게 매각사 측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면서 물류 인프라를 강화해야 하는 유통업체들이 로젠택배 인수전에 하나둘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로젠택배 인수전에는 신세계그룹의 SSG닷컴과 위메프, 키스톤프라이빗에퀴티, JC파트너스 등이 참여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직매입을 하지 않는 위메프는 경기도 광주에 있는 물류창고 물량을 쳐내면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SSG닷컴은 온라인 배송 시장이 확대되며 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SG닷컴은 최근 새벽배송 물량을 최대 50% 늘리고 배송 차량을 추가 확보하면서 온라인 폭주에 대응하고 있지만 배송 역량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역량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다음달 말 진행되는 본입찰에 참여할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들 후보군 외에도 당초 참여가 점쳐지던 SK에너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 등도 추가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물류를 통한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SK에너지는 2018년 런칭한 주유소 택배서비스를 키우는 시너지 측면에서다. 



4000억 몸값… 흥행여부는 글쎄


다만 흥행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로젠택배가 국내 4위 택배사업자지만 ‘빅3’와의 격차가 큰 데다 사업구조도 매력적이지 못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본입찰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이 나온다. 로젠택배의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은 9~10%. 40% 점유율이 넘는 ‘빅3’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직스에 비해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수수료 싸움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사업구조도 타 업체들과 비교해 상이하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기업간거래(B2B) 중심이지만, 로젠택배는 소비자간거래(C2C) 사업에 특화돼 있는 구조다. 전체 택배 물량 중 80% 이상이 개인 고객에서 나온다. 무엇보다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물류 터미널이 많지 않고, 임차 형태의 소규모 터미널이 많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B2C 택배업체들과 경쟁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어 있는 로젠택배의 박스당 단가가 시장 평균, 상위 업체들과 격차가 크게 난다”며 “대규모 주문을 내는 화주 확보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로젠택배를 인수한다고 해도 운송업 특성상 양 사의 물류 시스템 통합에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면서 “로젠택배가 가진 단점을 차치하고라도 본입찰까지 가려면 가격에서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4000억 몸값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로젠택배가 새 주인을 찾아나서는 것은 벌써 네번째다. 설립 후 3차례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는 잇달아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꾸준히 몸값을 높여 투자자들에게 짭짤한 수입을 안겨줬다”며 “두번째 주인이던 유진기업과 세번째 주인이던 미래에셋나이스PEF 모두 3년간 평균 수익률이 100%를 훌쩍 넘겼다”고 말했다.

현재 주인인 베어링PEA 역시 4년 전 CVC캐피탈파트너스에 3300억원을 받고 로젠택배를 넘기기로 할 때보다 약 1000억원의 높은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로젠택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동종업 평균멀티플 10배를 적용한 수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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