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법안 처리는 총선 후?… 일 안하겠다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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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 범죄를 저질러온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사진=뉴스1

메신저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 범죄를 저질러온 이른바 'n번방'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장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역시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26일 국회의원선거 후보자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 국면에 접어들면서 입법이 성사될지 불투명하다. 



국회, 'n번방 처벌법 청원' 성립 하루 만에 회부


국회는 지난 25일 n번방 사건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법안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을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에 회부했다. 지난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n번방 등 사이버 성범죄 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은 24시간도 안된 이날 오후 1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이 선고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7~10년 정도로 현행법상 강력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불법촬영물을 공유하거나 이를 구매해 보는 행위는 최소 20년에서 최대 무기징역, 사이버성범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메신저 단체대화방에 참여하는 행위는 최소 3년형에서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도록 입법해달라"고 청원했다.

이에 문희상 국회의장은 전날 "n번방 사건과 같은 사이버 성범죄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개인의 영혼을 갉아먹는 악질 범죄"라며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범죄자들이 합당하고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국회가 즉시 입법에 나서야 한다"며 여야에 입법을 촉구했다.

같은날 과방위 역시 '텔레그램 등 디지털상 성범죄 근절을 위한 결의안'을 의결했다.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n번방 사건'의 대책을 담은 법안도 여러 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백혜련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형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 유포 행위를 성폭력으로 처벌하고 성적 촬영물을 이용한 협박 행위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적극적인 조치 의무화도 규정한다.

미래통합당 역시 아동·청소년 음란물 범죄와 구입 및 소지자 형량을 높이고(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 불법 촬영물 구입 및 소비자 처벌과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기술적 조치를 규정하는(성폭력 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 법안을 발의했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보여주기식' 총선행보… 'n번방 사건' 졸속처리 논란


하지만 여야의 적극적 행보에도 '졸속처리'라는 비난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차례 졸속 처리 논란이 일었던 데다 일부 의원들이 딥페이크를 소유한 것만으로 처벌하는 것이 과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알려지면서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당초 'n번방 사건'은 지난 2017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국정감사 등에서 공론화됐음에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정부 역시 지난 2018년 보완조치를 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n번방 사건'이 국회 국민청원 1호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지난 1월에도 n번방 사건의 핵심인 미성년자 성착취를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상향과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방지 등은 다루지 않은 채 기존 발의 법안들 중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들만 처리해 물의를 빚었다. 

최근 'n번방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뒤늦게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지만 총선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과 통합당은 선거가 끝난 이후 5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단 입장이다. 다만 선거 결과에 따른 변수가 많아 5월 임시국회가 열릴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과 통합당 원내대표들이 총선 이후 (법안 처리를) 하겠다고 하는데 들끓는 국민적 분노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선거 전에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강소현 kang4201@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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