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명과암➀] 현금없는 '캐시리스 시대'… 서러운 노인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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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을 업고 금융혁신이 가속화된다. 우리는 휴대폰에 신용카드를 저장하고 결제하며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으로 금융거래를 한다. 더 빠르고 신속한 서비스를 원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디지털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가까운 미래, 디지털이 우리의 금융생활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어두운 이면도 보인다. ‘현금없는 사회’ 속 디지털 문맹인 사람은 디지털이 야속하다. 디지털로 편리해진 주식거래는 투자 문턱을 낮췄지만 동시에 불안해하는 ‘개미’는 늘어났다. 빠르게 금융생활에 스며든 디지털. 우리에게 득일까 실일까.<편집자주> 
서울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고객들이 무인 주문 단말기(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금 없는 사회의 구멍

#직장인 임모씨(31)는 스타벅스에서 ‘커피의 은인’이 된 적이 있다. 같은 매장에 있던 한 중년 여성이 현금결제를 거부당하자 임씨가 자신의 카드로 대신 결제 해준 것이다. 해당 매장은 ‘현금 없는 매장’이었다.

#휴직 중인 유모씨(33)는 알뜰한 소비생활을 위해 신용카드를 없앴다. 대신 쓸 금액을 현금으로 인출해서 자금관리를 한다. 유씨가 주로 찾는 영등포역 일대 대형 상점은 대부분 현금 없는 매장이라 번번이 현금 거절을 당했다. 유씨는 “현금 없는 매장이라는 안내가 매장 안이나 카운터에 있어서 불편하다”며 “개인적인 이유로 현금을 선호했는데 별수 없이 간편결제를 이용해야 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신용카드와 이른바 ‘OO페이’로 불리는 디지털 금융이 상용화되면서 현금 없는(캐시리스) 사회로 가는 길이 활짝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언택트(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기름을 부었다. 결제 과정은 편해졌지만 일부 소비자들은 불만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가 금융 생활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탄력받는 ‘캐시리스’ 현상


한국의 캐시리스 단계는 어느 수준일까. 한국은행은 대체로 동전 및 지폐를 사용하지 않고 신용카드 등 비현금 지급수단을 약 90% 이상 사용하는 사회를 ‘현금 없는 사회’라 정의했다.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을 통해 “‘현금 없는’ 이라는 용어에 관한 표준적인 정의는 없다”며 “일반적으로 지폐나 주화 같은 물리적인 현금을 사용하지 않아도 활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준을 토대로 보면 한국은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이행 중이다. 무엇보다 비현금 지급수단의 양적 확대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와 모바일뱅킹 계좌이체 등 현금이 아닌 지급수단으로 결제한 금액이 하루 평균 81조원을 돌파했다.

동시에 주머니 속 보유 현금은 줄었다. 지난해 지갑 보유 현금은 평균 5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주요 지급수단이 현금에서 신용카드로 대체되며 2년 전보다 3만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카드가 가장 편리한 지급수단이라는 인식이 있고 간편결제에 많이 사용되면서 신용카드를 주로 이용하는 비중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카카오페이, 토스 등 등 간편송금 및 결제서비스는 급성장했다. 지난해 스마트폰을 통해 돈을 이체하는 간편송금서비스의 일평균 이용금액은 전년대비 124% 증가하면서 2300억원을 돌파했다. 전체 간편송금·결제 이용금액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언택트 소비, 온라인 쇼핑 증가도 현금 없는 사회 가속화에 일조했다. 지난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이용금액은 전년대비 26.2% 증가한 일평균 5467억원을 기록했다. 이용건수도 39.3% 늘어난 1204만건으로 집계됐다.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현금 실종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 선봉에 스웨덴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현금 의존도가 낮은 국가인 스웨덴은 지난 2018년 기준 스웨덴 국내총생산(GDP) 중 단 1%만이 지폐로 보유되고 있다. 스웨덴의 자동입출금기(ATM) 사용은 2018년 기준으로 4년 새 21.2%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감소 속도는 2.1%로 다소 완만한 편이다.

현금을 줄이려는 정책적 움직임도 활발하다. 덴마크는 2017년부터 동전과 지폐 제작을 중단하고 현금거래 의무제 폐지 법안을 상정했다. 호주는 2019년 7월부터 1만달러 이상은 현금 구매를 금지했다. 벨기에는 5000유로 이상의 현금 결제가 안 되고, 부동산 거래 시 현금 거래를 할 수 없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키오스크 쓸 수 없어 ‘설움’


다만 현금이 사라진 거래가 소비자의 금융생활을 질적으로 향상시켰는지는 의문이다. 현금 없는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금융 생활에서 소외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통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연령별 모바일뱅킹 이용 비율을 보면 70대 이상은 8.9%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용비율이 가장 높은 30대(87%)와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을 이용한 70대 이상의 비율은 각 0.9%, 1.1%로 극히 적었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결제 편의를 위해 영화관, 식당 등에서 무인판매기(키오스크)가 대대적으로 도입되는 가운데 고령 소비자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상인의 현금 수취 거부도 비일비재하다. 현금을 찾기도 쓰기도 어려워지면 고령층, 장애인, 저소득층은 결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60대 여성 강모씨는 “손자를 데리고 패스트푸드점에 갔는데 키오스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난감한 적이 있었다”며 “한 청년이 도와준 덕에 결제할 수 있었지만 손자 앞에서 부끄럽고 무력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일부 국가는 이 같은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상인들의 현금 결제 거부 등의 부작용으로 홍역을 치른 스웨덴은 현금 접근성 유지를 위해 상업은행의 현금 취급업무 의무화를 포함한 지급결제서비스법 개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2021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판매자에게 현금 수취 의무를 부과하는 법규·조례를 제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은행도 현금 없는 사회의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금 접근성을 높일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ATM 통계의 경우 시군구 지역별, 장애인 취약계층 이용 가능 여부 등으로 세분화해 작성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70대 이상 고령층은 현금과 대면거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금융소외 계층을 위해 지급결제산업 참가자들의 공동 노력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 지급수단 선택권을 존중하고 현금 접근성을 적절히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진은혜 verdad89@mt.co.kr  | twitter facebook

안녕하십니까. 머니S 진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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