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 주목하는 원자재①] 국제유가 ‘출렁’ 국내경제 ‘철렁’

 
 
기사공유
원유와 구리는 국내 산업계의 풍향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다. 원유의 경우 에너지를 대표하는 자원이고 구리는 산업의 핵심 금속으로 가전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명동 자금시장에서는 시장을 읽는 바로미터로 원유와 구리 가격에 주목한다. ‘머니S’가 원유와 구리 가격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해봤다. <편집자주>

최근 국제유가가 9주연속 폭락하면서 3월 넷째주 전국 휘발유 판매가격이 리터당 1430.5원을 기록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1월까지 9주 연속 상승하며 배럴당 60달러선을 유지하던 국제유가가 최근 9주 연속 하락해 배럴당 20달러 이하까지 내려앉았다. 3월 말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보다 41.8원 내린 리터당 1430.5원을 기록했다. 1주 전 31.6원 내린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도 커졌다.

통상 국내 경기에 저유가는 ‘청신호’다. 제조업에서 원유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한국은 산유국이 아니어서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기업은 저유가 시기에 물류비용과 원자재 비용을 비롯해 생산비용을 아낄 수 있고 낮아진 원가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다. 유가가 낮아지면 가계는 일차적으로 자동차 유지비를 줄일 수 있고 남는 돈으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다. 기업이 원가에서 절감된 자금을 신규 투자로 돌리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경기가 상승하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저유가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던 저유가가 되려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저유가 기조는 마냥 국내 경기에 긍정적인 전망이 아니다. 저유가로 기업의 생산력은 늘어났지만 코로나19로 전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생산한 물건이 팔리지 않아 창고에 재고가 늘어났고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디플레이션’마저 우려된다.



수요는 ‘뚝’ 공급은 ‘쑥’


지난 1월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암살할 때만 해도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수준이었다. 당시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지역은 긴장감이 고조됐음에도 유가는 큰 폭의 변화 없이 유지됐다.

이후 국제유가는 두달 새 폭락을 거듭하며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추락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유가가 폭락한 가장 큰 배경으론 코로나19로 인한 석유 수요 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비회원산유국(OPEC+)의 갈등에서 불거진 공급 증대가 꼽힌다.

국제유가는 두달 새 폭락을 거듭하며 배럴당 20달러까지 추락해 3분의 1토막이 났다. /자료=한국석유공사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코로나19로 전세계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30억명의 인구가 집에 머물게 되면 하루 석유수요량이 2000만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 전세계 하루 평균 석유수요는 1억배럴 수준으로 전체의 20%가 줄어드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10여년 전 하루 360만배럴이 줄던 것보다 충격이 훨씬 크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정작 산유국들은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늘리면서 치킨게임을 벌이는 모습이다. OPEC을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수요 부진이 이어지자 지난 3월 석유생산량을 줄이자고 제안했지만 OPEC+를 대표하는 러시아가 이에 반대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유가가 폭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코로나19가 원유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미국 셰일기업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 약 1000만배럴 수준인 하루 산유량을 1200만배럴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맞불을 놨고 유가는 끝없이 추락 중이다.



“저유가 올해 쭉 이어진다”


저유가 충격으로 국내에서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본 분야는 석유화학업계다. 석유 수요가 줄고 수출단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1분기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수출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수출량에서 15% 수준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업계의 수출은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을 시작한 지난 2월에만 9.7% 줄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8302억원과 5635억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상반기 정유기업들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실적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산유국 간 패권 경쟁으로 원유 공급량이 폭증하면서 글로벌경기가 침체국면에 돌입했다. /사진=로이터
반대로 저유가가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항공·조선업종이 대표적이다. 특히 항공업계의 경우 코로나19로 항공여객 수요가 급감했지만 유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위기를 극복할 기회가 생겼다. 통상 항공업계는 영업비의 25~30%를 유류비로 사용한다. 유가가 10% 내려갈 때마다 영업이익이 2.5% 개선되는 셈이다.

국내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저유가 하락분은 2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가 하락으로 유류할증료도 하락해 항공권 운임도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로 수요가 부진해 실적개선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명동 자금시장에서는 원재료시장에서 금값보다 원유와 구리 가격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는 금은 현물 투자 개념으로 접근되는 데 반해 원유와 구리 가격은 많은 산업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그 산업들의 실적을 연관해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저유가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상황에서 유가가 상승하려면 수요가 증가하거나 공급이 감소해야 하는데 두가지 측면이 모두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이번 저유가현상은 2009년 금융위기 때와 2014년 저유가의 상황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수요가 줄어들고 공급이 증가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회복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하는 것은 미국의 셰일가스 감산이다. 하지만 올해 큰 폭의 감소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올해 초에는 유가가 40달러 선에서 하락을 멈추고 3분기 이후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상황이 악화됐다. 유가가 어디까지 떨어질지는 불확실하지만 저유가 상황은 올 한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150.13하락 1.0509:25 06/05
  • 코스닥 : 742.46상승 0.0909:25 06/05
  • 원달러 : 1217.20하락 1.509:25 06/05
  • 두바이유 : 39.99상승 0.209:25 06/05
  • 금 : 38.82하락 1.0509:25 06/05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