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규제 밖 '사각지대'] 오피스텔에 몰린 돈… "풍선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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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로 돈줄이 막히자 우회대출 등이 기승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소득수익률은 1.1%.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을지로나 강남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0%대를 기록했다. 오피스빌딩의 투자 대비 월세수익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오피스와 아파트의 중간 형태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를 끌어모은 주거용 오피스텔은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가격은 거품인데 공급과잉이 심한 상황에 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와 무리한 대출 마케팅이 더해져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비싼 아파트를 대신해 소규모 틈새투자로 각광받던 다세대주택(빌라) 역시 갭투자 ‘러시’ 이후 부동산 폭락에 신음한다. 정부의 규제정책이 ‘아파트’에 집중된 사이 빈틈을 파고든 각종 투기가 대한민국 부동산을 병들게 한다.<편집자주>

[아파트에 매몰된 부동산정책… '사각지대' 키웠다] ② 아파트 막히니 오피스텔로 몰린 돈

#. 중소기업에 15년간 다니다 퇴직하고 3년 전 카페를 시작한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보이자 ‘매수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내와 상의해 교통편과 자녀 교육여건이 좋은 서울 광진구의 전용면적 80㎡ 구축 H아파트를 골랐다. 매매가는 10억원. A씨의 자금 4억원에 6억원을 대출받아야 하는데 정부 규제로 대출길이 막혔다. A씨는 백방으로 알아보다 2금융권과 보험담보대출, 개인 간(P2P) 대출까지 알게 됐다. 앞으로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도 되지만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라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시장이 움츠러들었다. 돈줄이 막히자 신규 분양시장뿐 아니라 아파트거래의 진입 문턱이 높아졌다. 인기지역을 조이면 인근 아파트값이 오르는 풍선효과 때문에 추가 규제지역을 넓혀가자 이를 피한 틈새상품 찾기에 혈안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이 떠오른 이유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아파트 못지않은 설계로 거주 메리트가 있고 투자수요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해 접근이 쉽다. 투자처를 찾는 유동자금이 무리한 오피스텔 분양 마케팅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비규제지역 ‘마지막 투자처’라는 광고를 이용해 투자자를 현혹함은 물론 비금융권 대출을 연계한 무리한 대출 마케팅에 부동산시장이 혼탁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사진=김창성 기자



급부상한 주거용 오피스텔… 이유는?


정부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진입 장벽이 높아진 아파트의 대안으로 ‘주거용 오피스텔’이 떠오른 이유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청약자격 제한이 없고 주택 소유수에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다. 또 청약 시 보유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거용 오피스텔은 신혼부부나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들에게 선호도가 높다.

아파트 구입을 위한 돈줄이 막힌 점도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을 통해 시세 9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9억원 초과분 40%에서 20%로 낮췄다. 시세 15억원 이상은 대출을 불허했다.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는 오피스텔도 아파트와 비슷한 LTV를 적용받는다. 브랜드오피스텔이 아닌 경우 은행의 자체 감정을 통해 오히려 더 낮은 LTV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피스텔은 같은 지역의 비슷한 아파트와 비교해 가격이 낮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오피스텔의 대안 부상은 거래량을 통해 확인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 1~2월 전국 9억원 이상 오피스텔 거래량은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17건) 대비 약 3배 급증했다. 그중에서 올 2월에만 35건이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8건)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 규제에도 아파트가 여전히 높은 청약경쟁률을 유지하는 점도 오피스텔 구매를 유인하는 요인이다. 아파트는 당첨 확률이 낮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최근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청약경쟁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올 3월 1순위 경쟁률은 44.83대1을 기록했다. 올 2월엔 더 높은 45.61대1을 기록했다. 최근 5년 새 1~2위 경쟁률이다.

수익률도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4.97%로 지난해 1월 5.06%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1~3%대의 시중은행 예금금리와 비교하면 아직도 높다.

무엇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아파트와 차별 없는 뛰어난 설계가 인기요인이다. 최근 분양한 대형건설사의 오피스텔은 드레스룸, 현관 팬트리(저장공간), ㄷ자형 주방 등 아파트에서 볼 수 있는 특화설계를 적용했다.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와 조식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오피스텔도 있다.
서울시내 한 오피스텔. /사진=김창성 기자



우회대출 기승… “그러다 탈 날라”


정부 규제를 피해 오피스텔이 대안으로 급부상했지만 2금융권 등 무리한 대출까지 끌어서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내는 투자는 경고음이 울린다. 부동산경기가 침체됐을 땐 자칫 하우스푸어가 될 수 있을뿐더러 높은 금리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헐값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위험이 크다.

최근에는 규제지역뿐만 아니라 비규제지역에서도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둬야 한다”는 유혹의 마케팅이 한창이다. 비규제지역은 전매제한이 없거나 있더라도 6개월 혹은 지역에 따라 1년으로 규제지역에 비해 짧다. 대출한도도 LTV 70%, DTI 60% 적용으로 투기과열지구 기준 LTV 70%, DTI 40%보다 높다.

2017년 8·2부동산대책 이후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가장 최근 정부가 발표한 2·20대책을 기점 삼아 비규제지역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일각에선 분양대행사가 계약금이나 취득세를 대신 내준는 것을 빌미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도 있다.

시중은행 지점장 B씨는 “정부가 규제하면 ‘뜨는 지역’이라는 인식과 결국 오른다는 기대효과가 동반돼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판단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다양한 서민대출상품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무분별한 대출은 상환능력을 떨어뜨려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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