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규제 밖 '사각지대'] 집주인도 세입자도 막힌 '빌라 엑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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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도 세입자도 빌라 탈출이 힘들어졌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소득수익률은 1.1%.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을지로나 강남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0%대를 기록했다. 오피스빌딩의 투자 대비 월세수익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오피스와 아파트의 중간 형태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를 끌어모은 주거용 오피스텔은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가격은 거품인데 공급과잉이 심한 상황에 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와 무리한 대출 마케팅이 더해져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비싼 아파트를 대신해 소규모 틈새투자로 각광받던 다세대주택(빌라) 역시 갭투자 ‘러시’ 이후 부동산 폭락에 신음한다. 정부의 규제정책이 ‘아파트’에 집중된 사이 빈틈을 파고든 각종 투기가 대한민국 부동산을 병들게 한다.<편집자주>

[아파트에 매몰된 부동산정책… '사각지대' 키웠다] ③ 역전세난·갭투자 후유증 속출

다세대·연립주택(빌라)을 가진 다주택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시장 돈줄이 막히며 한때는 빌라시장에 반사이익이 기대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든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었다. 집주인은 떨어진 전셋값에 역전세난을 걱정할 처지고 세입자는 전세금을 떼일까 노심초사다. 정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올 6월까지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3개월 내 집을 팔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지만 팔 길이 막막하다.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아파트를 옥죈 규제가 결국은 빌라까지 침투해 ‘엑시트’(탈출)가 힘든 상황이다.



속출하는 ‘갭투자’ 후유증


#. 서울 구로구 구축빌라에 전세로 살던 A씨는 새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4개월 전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알았다”는 답변을 들은 A씨는 결국 이삿날이 가까워져서야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단 사실을 알았다.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A씨가 사는 빌라는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의 절반 이상이 근저당 설정돼 있었다. 집주인이 전세를 끼고 빌라 여러채를 투자한 갭투자를 하며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은 것이다.

#.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의 구축빌라에 입주한 B씨는 이사한 지 한달도 안돼 집이 ‘깡통전세’임을 알았다. B씨가 맡긴 전세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진 상태였던 것이다. 만약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B씨는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다. 10년 가까이 꼬박꼬박 청약통장에 저축하며 ‘내집 마련’의 꿈을 키우던 B씨는 집주인이 잠적할 경우 전세금을 영영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결국 실거주하던 빌라를 구매했다. 낡은 데다 역세권이 아닌 빌라를 사는 것이 꺼림칙했지만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상황. 빌라가격은 그 후 떨어져 B씨는 밤잠을 설칠 정도다.
서울시내 한 빌라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아파트규제의 사각지대인 ‘빌라 갭투자’에 대한 후유증이 속출한다. 2017~2019년 부동산 광풍이 불 때는 불과 3000만원만 갖고도 갭투자에 뛰어드는 투기가 넘쳐났다. 1억2000만원짜리 전세 세입자가 사는 집을 3000만원만 내고 1억5000만원에 매매계약하는 식이다. 이런 갭투자 열풍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며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갭투자가 성행한 이유는 적은 자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다. 인터넷카페 회원수 수만명을 보유한 부동산 스타강사 C씨는 지난해 불법대출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갭투자로 소형주택을 사들여 부자가 됐다고 홍보했지만 그 과정에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불법행위가 드러났다. C씨의 말을 믿고 갭투자에 뛰어든 수천명이 역전세난에 갇혀 꼼짝 못하는 처지다.

갭투자자 중에는 20~30대도 있는데 이들은 청약가점이 낮아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소외된 데다 천정부지로 높아진 집값 탓에 아파트를 사기가 힘든 세대다. 갭투자를 내집 마련의 창구이자 ‘목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이유다. 불안감의 돌파구로 갭투자를 선택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깡통’뿐.

집주인들은 보유하자니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보유세 부담은 지속되는 데다 손해 보고 팔자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정부는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올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매각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다주택자일 경우 앞으로 3개월 안에 집을 팔면 세금이라도 줄여볼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현금화도 힘든 빌라를 살 수요자가 적은 만큼 손해 감수가 불가피하다.
서울시내 한 빌라 골목. /사진=김창성 기자



피해 떠안는 세입자


갭투자 광풍에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하던 이들이 떨어지는 전세가격에 하나둘 고꾸라지는 상황에서 불안한 건 세입자다. 갭투자의 피해가 도미노처럼 세입자에게 전가되서다. 일부 집주인은 대출이자라도 벌어보려 월세 전환에 나서 세입자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킨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거나 집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세입자는 ‘주거불안’에 직면한다.

앞으로 낮은 은행이자와 보유세 부담으로 월세수익을 원하는 집주인이 늘 경우 전세공급이 감소해 수급 불균형에 따른 세입자 불안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두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전세금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 관할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김재윤 법무법인 명경 대표변호사(서울)는 “(임차권 등기명령이란)‘해당 부동산에 변재해야 할 임차권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세입자의 권리행사”라고 설명했다.

경매 처분을 통해 남은 변제금을 돌려받거나 집주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소송은 마지막 단계다. 김 변호사는 “보증금 반환의무를 어기면 ‘채무불이행’에 따른 민사소송 여건이 갖춰진다”며 “소송 제기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을 위한 심리적 압박 요소도 되기 때문에 세입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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