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저유황유 효과… 속타는 정유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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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피해가 IMO 2020 이익 상쇄… 전망도 암울


국내 정유업계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간다. 올해부터 정유사들의 실적반등을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던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함량규제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초 규제가 시행되면 고유황유(HFSO)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저유황유(VLSFSO)의 수요가 크게 늘며 정유사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연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생하며 정유업계의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대로는 올 한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악재만 한가득… 수익 기대↓


올해 1월부터 시행된 ‘IMO 2020’은 174개 회원국을 둔 IMO가 대기환경 보호를 위해 모든 선박연료의 황산화물(SO2) 함유량 기준을 3.5%에서 0.5% 이하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다. 전세계적으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오염물질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커짐에 따라 IMO도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글로벌 선주들은 기존 벙커C유 대비 가격이 50% 이상 높은 황함유량 0.5% 이하의 저유황유만을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의 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선사들이 IMO 2020 황함량 기준을 100% 준수할 경우 올해 글로벌 정유업계의 전체 매출이 2400억달러(283조78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정유업계도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SK에너지는 1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울산 CLX내 8만4000㎡ 부지에 친환경 연료유 생산설비인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RDS)를 지었고 최근 시운전을 마무리, 본격적인 사업가동 채비를 마쳤다.

SK에너지 울산CLX VRDS / 사진=SK이노베이션
GS칼텍스는 일 27만4000배럴의 고도화설비를 갖췄고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 내 잔사유 탈황설비(RHDS) 증설을 추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세계 최초 친환경 선박연료 브랜드 ‘현대 스타’(가칭)를 출시했고 대산공장 내 하루 최대 5만 배럴의 초저유황 선박연료를 제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가동 중이다.

하지만 올들어 상황이 급반전됐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점차 유럽과 미국, 남미 등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석유수요가 대폭 감소한 것이다. 특히 주요 국가가 잇따라 국경에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국가 간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었고 항공유와 선박유의 수요도 급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월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세계 석유 수요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일일 8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3월 보고서에서는 249만배럴 감소하겠다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수요위축 갈수록 심해질 듯


선박연료는 국제 경기의 영향 많이 받는다. 세계 경기 호조되면 국가 간 왕래와 물동량이 증가로 연료 소비량도 증가하지만 현재는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다 마진도 줄어드는 추세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수요 감소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저유황유 가격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싱가폴 항만 기준 황함유랑 0.5%인 저유황유 가격은 3월 첫째주 1톤당 436.75달러였으나 3월 넷째주 272.25달러로 37.7% 줄어들었다. 황함유량 3.5%인 고유황유와의 가격차도 3월 첫주 톤당 144.25달러에서 넷째주 86.50달러로 감소했다. IMO 2020 규제를 앞두고 불거졌던 가격차에 따른 수익상승 기대감은 온 데 간 데 없이 두 유종간 차이가 하향 안정화되는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늦어도 3월에는 IMO 2020 규제의 가시적인 수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출처=신영증권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유 수요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물동량 감소로 선박유 수요까지 크게 줄어 저유황유 수요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며 “물론 정유사에서 저유황유 판매로 인한 이익이 어느 정도 나오긴 하겠지만 전반적으로 이익감소 폭이 더 커 상승분이 묻히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 IMO 2020 규제로 인한 효과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정유업계 실적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시장에서는 국내 정유 4사가 1분기에만 최소 1조원대, 최대 2조원대의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분기부터다. 코로나19 확산추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어 상황이 얼마나 더 어려워질지 예측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조 팀장은 “현재로서는 2분기에도 개선 포인트가 전혀 안 보인다”며 “코로나19가 진정되고 확진자가 감소세로 돌아서야 위축된 산업수요 늘고 정유사의 수익이 증가할 텐데 반등 모멘텀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의 수요도 줄었고 특히 인도는 3주간 전체 산업을 셧다운 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산업수요와 이동수요도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고 글로벌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며 “앞으로 더욱 광범위한 수요위축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한듬 mumford@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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