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늪'에 빠진 산업] 4월 빚더미, 재계 “나 떨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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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 살리기에 팔을 걷었다. 100조원의 실탄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에 58조원 규모의 대출·보증을 공급한다. 여기에 대기업도 포함한다. 채권시장엔 42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한다. 국책은행이 이번달 만기되는 5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사들여 기업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100조원의 기업구호긴급자금이 암울하던 국내 산업에 한줄기 빛이 될까. ‘머니S’는 정부의 100조원 정책금융 계획을 살펴보고 실효성을 진단했다. <편집자주>

코로나19 여파 속에 올 한해 만기도래되는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규모가 50조원에 달하며 산업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Cover Story-코로나 늪에 빠진 산업] ② 회사채 발행 204조 중 올해 만기 50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와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상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240여개 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총 204조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 도래되는 회사채는 170여개 업체에서 50조8700억여원에 달한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도 줄줄이 회사채 만기 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SK, 롯데, 신세계, CJ 줄줄이… 자금확보 고민



당장 4월이 심각하다. 이달 회사채 만기 도래액은 6조5495억원으로 집계됐다. 1991년 이후 4월 기준 만기금액 중 가장 큰 규모로, 월간 기준으로도 올 한해 전체의 13%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3월 결산 실적과 주주총회로 인해 미뤘던 회사채 발행을 4월에 쏟아내는 경향이 있다”며 “하필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일 시기에 맞물려 버렸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조차 빚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통상 기업은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면 신규 회사채를 발행해 갚는 차환방식을 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


예탁원과 증권가에 따르면 4월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가 큰 기업은 SK그룹과 롯데그룹으로, 각각 6000억여원, 5000억여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어 신세계와 CJ의 계열사들도 각각 2000억여원씩의 회사채가 4월 중 만기된다.


유통기업의 회사채 만기도 상당하다. 롯데 계열의 경우 롯데칠성음료와 호텔롯데의 회사채 만기 규모가 각각 2200억원, 1200억원 등이다. 신세계에선 신세계센트럴시티가 900억원을, CJ 계열 중엔 CJ대한통운이 1200억원의 회사채 만기 상환을 각각 앞두고 있다.


기업별로는 1000억원 초과 기업이 25곳이며 2000억원 이상 기업도 8곳이나 된다. 가장 많은 미상환 잔액 보유기업은 GS(지주)로 3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이어 SK네트웍스 2800억원,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각 2500억원씩이다.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은 대한항공은 2400억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주류시장 침체를 겪고 있는 하이트진로는 1430억원의 회사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외에도 1000억원을 넘는 회사채 보유 기업으론 LG CNS(2100억원) 포스코에너지(1200억원) 등이 있다.


신용등급별로 살펴보면 가장 우려되는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만기를 앞둔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BBB+ 등급이고 하이트진로와 풍산(1000억원)이 A등급, SK건설(560억원)이 A-등급이다.


기업들은 만기 부담이 더해지는 만큼 자금확보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마트가 스타필드를 지으려던 서울 마곡동 부지를 팔고 SK네트웍스가 직영 주유소를 매각한 이유도 결국 현금 확보 차원이다.

 

4월 회사채 만기도래액 1000억 초과기업.©예탁결제원 참고



정부, 4조원 회사채·CP 사들인다… 비우량기업 지원은 ‘걱정’


정부는 4월 시작과 동시에 ‘회사채시장 안정화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은 중견·대기업들의 회사채·CP(기업어음) 등 차환을 매입해 자금경색을 완화할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1조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을 4월부터 가동했다. 신용등급 A 이상이거나 코로나19 영향으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이 대상이다. 산업은행은 기업은행과 함께 2조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매입도 이달부터 시작한다.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1조7000억원 규모의 ‘P-CBO’(유동화회사보증)도 접수를 시작했다. 한도는 중소기업 200억원, 중견기업 350억원 등이다. 1000억원 한도의 대기업을 위한 P-CBO 접수도 시작됐다. P-CBO는 신용보증기금이 기업 회사채를 보증해 신용등급을 높여준 뒤 이를 시장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자체 발행이 어려운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총 2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도 운영에 들어간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이 같은 정책지원을 놓고 ‘일부 부담 해소’라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비우량기업 지원 부족’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혜현 KB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롯데와 SK의 경우 보유 현금 여력으로 대응 가능한 수준이고 시중은행 대출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BBB등급의 비우량 기업들은 시장 자금조달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원 확대 필요성에 대한 주장도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연구원은 “채권안정펀드로 우량등급의 회사채는 충분할 것으로 보이지만 BBB등급과 BB등급을 비롯한 A등급 이하 기업들의 지원이 다소 부족해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크레딧팀장 “정부의 안정화 정책이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6~9월 돌아오는 만기도 많아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다면 자금조달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우려가 지속되면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의 한도는 계속 증가돼야 한다”며 “특히 비우량채권의 차환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신용위험 이슈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창범 kja33@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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