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규제 밖 '사각지대'] 오피스, '0' 수익률… '헐값 매각'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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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조사한 지난해 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소득수익률은 1.1%. 서울에서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을지로나 강남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0%대를 기록했다. 오피스빌딩의 투자 대비 월세수익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오피스와 아파트의 중간 형태로 실수요자와 투자수요를 끌어모은 주거용 오피스텔은 5%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가격은 거품인데 공급과잉이 심한 상황에 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수요와 무리한 대출 마케팅이 더해져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비싼 아파트를 대신해 소규모 틈새투자로 각광받던 다세대주택(빌라) 역시 갭투자 ‘러시’ 이후 부동산 폭락에 신음한다. 정부의 규제정책이 ‘아파트’에 집중된 사이 빈틈을 파고든 각종 투기가 대한민국 부동산을 병들게 한다.<편집자주>

서울 이태원의 공실 건물. /사진=김노향 기자


[아파트에 매몰된 부동산정책… '사각지대' 키웠다] ① 고액자산가·법인투자자 먹잇감 된 ‘서울 오피스’

#. 서울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 중 한 지역인 ‘강남 테헤란로’의 A빌딩. 2018년 8월 KB부동산신탁이 인수한 이 건물은 당시 매매금액이 4525억원으로 면적당 기준 국내 오피스빌딩 가운데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8개월이 지난 지금 이 건물의 지하상가는 한층 전체가 3개월째 임대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9년 4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소득수익률은 1.1%. 앞선 3분기엔 0.9%까지 떨어졌다. 세금과 감가상각 등을 감안하면 오피스빌딩 투자 대비 월세수익이 ‘제로’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수익률 ‘0%’대… 서울 오피스시장에 무슨 일이?


저금리와 정부 부동산 규제가 지속된 가운데 오피스는 ‘대안투자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1~3%대로 낮은 데 비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에 법인투자자만 거래 가능한 1000억원대 오피스빌딩뿐 아니라 고액자산가들의 십억원대 꼬마빌딩 투자가 유행하며 ‘노후대비 히트상품’이 됐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은 오르는 상황에 저성장으로 인한 자영업 침체 등으로 월세수익이 제자리걸음을 하며 오피스빌딩 수익률은 효자노릇은커녕 골칫거리가 됐다.

서울에서도 땅값이 비싼 을지로, 강남대로, 도산대로, 서초, 신사역, 잠실 등은 지난해 4분기에 소득수익률이 0%대를 기록했다. 일부 지방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시장과 기업경기가 꽁꽁 얼어붙어 공실이 늘고 덩달아 헐값 매물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영에셋 조사 결과 올 1분기 서울과 경기 분당신도시의 오피스빌딩 거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1분기 서울·분당의 대형 오피스빌딩(거래면적 3300㎡ 이상) 거래금액은 1조9839억원으로 직전분기대비 10.4%, 전년동기대비 15.2% 각각 감소했다. 분기 거래금액이 1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7년 3분기 1조4026억원 후 2년 반 만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3월 들어 거래액은 급격히 줄었다. 3월 오피스빌딩 거래금액은 2079억원으로, 1월(6927억원)과 2월(1조832억원)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그나마 올 1분기 거래된 남산스퀘어빌딩(5050억원) 삼성생명 여의도빌딩(2715억원) 오렌지라이프오렌지타워(2520억원) 분당스퀘어빌딩(1902억원) 등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9∼11월 입찰이 진행된 물건들이다.
실제 올 1분기에 매각이 진행되는 오피스빌딩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일정을 미루거나 투자를 보류하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란 예측이다. 최재견 신영에셋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오피스시장의 임대수요 감소와 공실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지=김은옥 디자인기자



‘마구잡이식’ 인상 ‘3년 새 두배’ 올랐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오피스빌딩의 ㎡당 매매가격은 588만원으로, 직전분기대비 11.8% 하락했다. 2018년 서울·분당의 대형 오피스빌딩 ㎡당 매매가는 527만8000원으로, 한해 전인 2017년(486만5000원)보다 8.5% 급등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거래건수 역시 2017년 71건에서 2018년 72건으로, 같은 기간 거래 금액은 7조8377억원에서 11조3009억원으로 각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면 2017년과 2018년 서울 오피스빌딩의 소득수익률은 각각 1.2%, 1.1%를 기록했다. 수익률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매매가격만 뛰어오른 것이다. 결국 2017년과 2018년 사이 오피스빌딩 거래금액이 3조원 이상 급증한 원인은 오피스빌딩 수익률을 기대하기보다 매매가 상승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오프라인시장 약세와 급매물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인사동 오피스빌딩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뉴스1



고액투자자 ‘싼 매물’ 찾아달라


부동산 규제를 피해 상대적으로 절세가 가능한 오피스는 여전히 고액자산가나 법인투자자의 타깃이 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아파트에 비해 꼬마빌딩 등이 대출을 받기가 쉽다 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토지·건물정보 플랫폼 ‘밸류맵’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오피스빌딩 가격은 해마다 상승세를 이어 지난해 연면적(건물 전체층 바닥면적) 3.3㎡당 평균 3697만원을 기록, 전년대비 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지면적 가격은 3.3㎡당 5430만원에서 5948만원으로 9.5% 뛰었다.

이처럼 오피스빌딩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투자수익률은 소득수익률에 비해 나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 투자수익률은 지난해 4분기 2.4%로 소득수익률의 두배를 넘는다. 앞으로 오피스 공급과잉이 이슈로 불거질 경우 투자수익률도 하락 리스크가 있다.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신규공급 예정인 오피스 면적은 257만㎡로 역대 최고 물량이다. 오피스빌딩을 투자자산으로 하는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이 늘어나 개인투자자의 자산에도 경고음이 울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9호(2020년 4월7~1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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