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Focus] '살아있는 신화' 배민 김봉진 잔혹사

10년 공든탑 '한방'에 삐끗…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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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배달의민족 대표./사진=뉴스1 안은나 기자
“계약을 체결할 때 처음으로 내 건 조건이 ‘수수료나 광고비를 올리지 않는다’였다. DH쪽도 동의했다.” 

지난해 말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내용이다. 4조7500억원. 배민 매각은 벤처업계에선 그야말로 ‘잭팟’이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국내 굴지의 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의 2배 가까운 몸값을 받고 팔린 것이다. 

‘엑시트’가 아닌 ‘글로벌 동맹’. 김 대표는 배민 매각을 이렇게 정의했다. 살아있는 벤처 신화, 국내판 실리콘밸리 판타지. 그에게 이런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하지만 김 의장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달 1일부터 개편한 새 요금 정책이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사실상 꼼수 인상’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정치권과 지자체까지 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합병 최대 변수인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결과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배달의민족/사진=우아한형제들



소비자 마음 얻고… 배달앱 1위로


김 의장은 배민을 몸값 5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으로 키워낸 장본인이다. 길거리와 현관문에 펄럭거리던 음식점 전단지를 스마트폰 안에 담아냈다. 2010년 앱 제작 후 입점 점포수를 꾸준히 늘려 현재 전국 등록업소수는 30만여개에 육박한다. 3000억 정도이던 음식배달시장은 5조원으로 커졌다. 사실상 배민이 만들어 낸 시장. 배민 역시 2015년 이후 매년 100% 가까운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소비자 만족도도 컸다. 앱 하나로 음식점 정보를 찾아 리뷰를 보고 결제까지 한번에 해결이 가능해졌다. 소비자는 더 이상 정체불명 전단지를 들고 배달음식의 실패를 맛보지 않아도 됐다. ‘한민족’이라는 마케팅도 배민 팬덤을 만들어내는 데 한몫 했다. 입점 업주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줬다. 입지가 좋지 않은 작은 식당도 맛만 좋으면 배달로 대박을 낼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려 섞인 시각도 있었다. 배민이 몸집을 불리는 만큼 수익성과 건전성도 함께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다. 아니나 다를까. 사업초창기부터 김 대표는 ‘수수료’ 관련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때마다 김 대표는 수수료 0% 정책을 선언하거나 정액제 등으로 전환하며 수수료 체계를 여러번 바꿔왔다.



수수료 고질병 논란… 배민 최대 위기


그러던 중 진짜 ‘폭탄’이 터졌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수수료 개편안이다. 핵심은 매출의 일정 금액을 수수료로 내는 정률제의 부활이다. 배민을 통해 올린 매출의 5.8%(부가세별도)를 수수료로 떼가는 것이다. 

그동안은 월 8만8000원(입점료)을 내면 됐다. 정액제다. 입점료를 더 내면 점포 광고를 더 상단에 노출시킬 수 있었다. 일명 ‘깃발 꽂기’다. 일부 음식점들이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정액서비스를 10개 이상 사는 깃발 꽂기 문제가 발생하자 새 요금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새 요금제에선 광고를 많이 할 필요가 없다. 매출의 5.8% 수수료만 내면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14만 음식점 중 52%가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실은 달랐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외식업 중앙회 등에서는 ‘꼼수 인상’이라며 반발했다. 정률제가 적용되면서 수수료 부담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5.8%의 수수료는 사실상 부가세 0.58%를 포함하면 6.38%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소비자가 배민앱에서 결제를 하면 3.3%의 외부결제 수수료가 발생돼 총 9.68%의 수수료 비용이 발생한다. 

배민 입점 업주는 “과거 깃발 몇개와 3.3% 수수료만 내면 되던 비용들이 이제는 1건당 9.68%의 미친 비용으로 발생하게 됐다”며 “1만5000원짜리 반반치킨을 판매하면 1400원의 비용이 배민 수수료로 나가고 나머지 1만3600원에서 배달대행비, 리뷰이벤트, 부가세, 종합소득세, 치킨무, 양념장, 일회용 수저, 포장용기 값, 원재료비 등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배민이 ‘공평한 경쟁’을 핑계로 본사의 이익만 챙긴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코로나19로 안 그래도 어려운 소상공인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배신의 민족’이라는 새 수식어도 생겼다. 



반전 노리는 봉 대표… 커지는 독과점


업주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정치권도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총대를 멨다. 그는 이번 수수료 개편이 ‘배민의 독과점 횡포’라고 지적하며 이를 막기 위한 ‘공공 배달앱’ 개발에 착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상공인들도 나서 배민의 횡포를 막기 위한 공공앱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우아한 형제들도 꼬리를 내렸다.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사과하고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4일 뒤엔 김 의장 명의로 “요금체계 변경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배민 불매운동과 탈퇴 인증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배민 서비스를 탈퇴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는 상황. 배신의민족 대처위원회도 생겨났다. 

이번 사과가 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앞둔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이 시장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 운영사인 DH와 합병을 위해선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라는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일정 규모를 넘는 기업이 M&A를 할 때 필요한 단계다. 두 회사의 결합으로 특정 시장을 독과점하게 되면 경쟁이 줄어 가격 인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시장은 이들 세 업체가 사실상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매각이 발표될 시점부터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앞으로도 DH의 투자금 회수 움직임과 배민의 수수료 상승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곳(배민, 요기요, 배달통)업체의 배달 매출이 9조7000억원. 이달 1일부터 수수료 9.68%로 계산하면 올해 DH가 배민을 통해 가져가는 수수료가 적어도 9800억원에 이른다”며 “4조7500억원 인수가를 5년이면 본전을 뽑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수수료 논란에 불매운동까지. 최근 이런저런 악재가 잇따르면서 지난 10년간 이룬 김 의장의 성장 역시 모래 위에 쌓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공정위가 이번 수수료 개편 논란으로 기업결합심사를 불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권 입김도 상당하다. 김 의장이 공든 탑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업계 시선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0호(2020년 4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 twitter facebook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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