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주식투자하는 개인'… 신용불량자 사태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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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까지 내가며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4월13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거래대금은 20조원을 기록했고, 같은날 예탁금은 44조원을 넘어섰다. 올 초(1월2일) 대비 각각 2배, 1.5배가 늘었다. ‘동학개미운동’ 열풍에 대한 진단과 함께, 향후 변수 발생 시 나타날 부작용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Cover Story-동학개미운동의 명암] ④ 신용불량자 차단 나선 정부, 나몰라라 '개미'

 

©디자인= 김은옥 기자
©디자인= 김은옥 기자

#. 한 대형 증권사의 3월 말 신용거래융자액이 올 초에 비해 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빚을 내는 투자자들이 줄어든 게 아니다. 2000선에 있던 코스피가 1400선까지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 물량을 쏟아내서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 여파를 소위 ‘개미’(개인투자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다.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을 빌리는 ‘신용거래융자’로 거래한 개미들은 지난 3월 반대매매의 절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쓴맛을 봤다.

이미 한차례 ‘비애’를 맛보고도 개미들은 또다시 폭락장에 뛰어들며 신용거래융자에 손을 내밀고 있다. 3월 증시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한 개미들이 이번에야말로 한몫 단단히 잡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빚이 많아진 만큼 일각에선 자칫 2000년대 초와 같은 대규모 신용불량자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탕 잡자” 다시 늘어나는 개인의 빚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반대매매로 줄었던 신용거래융자액은 지난 3월25일 이후 다시 확대되고 있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의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한 후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 갚지 못할 경우 주식을 강제로 일괄매도 처분하는 매매다.

올 1월2일 9조2071억원에서 시작된 융자액은 1월28일 10조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3월 들어 감소세를 보이며 같은 달 25일 6조4000억원까지 줄었다. 증시 폭락과 함께 증권사들이 4조원가량을 강제 반대매매에 나선 게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3월25일 이후 신용거래융자액은 8조원 가까이까지 다시 늘었다. 4월13일 현재 신용거래융자액은 7조8807억원에 달한다.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약정기간까지 개인이 빚을 내 싼 주식을 보유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만큼 주가 하락 시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보게 된다.

증권사는 신용거래 담보 평가가치가 융자액의 140% 이상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고 하락할 경우 그만큼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만약 주가 회복이 더디거나 3월처럼 주가가 재차 폭락할 경우 손실을 넘어 자칫 한순간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언제 다시 확산될 지 모르는 상황이며 전세계적으로도 이동제한을 아직 풀려는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신용거래융자액 추이변화 그래프.
▲신용거래융자액 추이변화 그래프.



‘주가 재폭락’ 2000년대 초반 신용불량자 재현?


신용거래는 통상 90일 이내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따라서 향후 3개월 내 주가 반등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올 2분기 실적이 불안하고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5월 위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빚을 낸 투자자들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주식이 다시 폭락할 경우 2000년대 초와 같은 신용불량자 사태가 재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당시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사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신용불량자는 40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정부는 결국 채무자들에게 이자와 원금 30%를 깎아줬다. 정부가 채무의 일부를 변제해 준 셈이다.

이를 시작으로 역대 정권들의 빚 탕감 대책은 계속됐다. 노무현정부의 이같은 대책에 이어 이명박정부에선 72만명을 신용대사면하고, 국민연금에서 빚의 최대절반을 대출 받아 채무도 갚게 했다. 박근혜정부에선 66만명에 대해 채무조정을 실시했다. 원금 감면은 물론 상환기간도 연장해 줬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지난해 취약계층의 채무를 최대 95% 탕감해주는 역대 최대 감면 방안을 내놨다.

이는 오히려 젊은층의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최근엔 ‘연애·결혼·출산’ 포기를 의미하는 ‘3포세대’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도 포기한 N포세대의 경우 ‘대박’만을 노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차피 정부가 빚을 탕감해 줄 것’이란 무책임한 기대감을 갖고 주식투자에 올인하며 빚을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젊은층에서 소위 ‘배째’식의 ‘버티기 채무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정부가 다시 신용불량자 빚을 탕감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경제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가 몰려있는 여의도 한 사거리에 멈춤을 나타내는 노란불과 빨간불이 동시에 들어와 있다.©머니S= 송창범 기자
증권사가 몰려있는 여의도 한 사거리에 멈춤을 나타내는 노란불과 빨간불이 동시에 들어와 있다.©머니S= 송창범 기자



신용불량자 사전 차단 나선 정부… 신경쓰지 않는 개미와 증권사


금융위원회는 3월 주식시장 급락을 막기 위해 증권사들의 반대매매 자제를 권고했다. 개인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증권사의 신용거래 담보비율 유지의무도 6개월간 면제했다.

이를 통해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신용불량자 사태도 사전 차단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주가 폭락 시에도 증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정부의 권고 사항을 시행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후 한국은행의 잇단 기준금리 인하에도 신용거래 금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기준금리와 신용거래 금리가 연동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증권사의 신용거래 금리는 최대 10% 이상까지 적용,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개미들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4월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3거래일 연속 증가세다. 3월25일(6조4075억원) 이후 매일 전날대비 1~2%가량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친 국내 증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매크로 지표 둔화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과 국내 증시의 기업이익 예상치 감소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가능성은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임상국 KB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컨설팅부장은 “본격적으로 나타날 소비위축, 경기지표 급락, 기업실적 악화 부담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칠 제반 투자지표 확인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부장은 “앞으로 핵심변수는 글로벌 수요를 대변하는 유가와 반도체 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익숙치 않다”며 “최근 지수는 낙폭의 절반 정도 회복됐으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41호(2020년 4월21~27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송창범
송창범 kja33@mt.co.kr  | twitter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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